향군, '율곡포럼'창립 열기로 가득
13개 시·도회 중 5곳, 222개 시·군·구회 50% 창립 완료
700만 회원과 전국적인 조직력을 갖춘 재향군인회가 지금 '21C율곡포럼' 창립으로 활기를 띠고 있다. 2007년 대선의 해를 맞아 '국민 대각성운동'을 주도해 나가기 위해서다.
지난 1월 31일 재향군인회 본부가 '21C율곡포럼'을 창립한 이후 2~3월 들어 향군 13개 시·도회와 222개 시·군·구회가 잇따라 창립을 완료하거나 창립을 준비하고 있다. 훈훈한 봄바람과 함께 '포럼' 열기가 가득하다.
지금까지 율곡포럼을 창립한 시·도회는 강원도재향군인회(3월15일), 대구광역시재향군인회(3월21일), 서울시재향군인회(3월26일), 광주·전남재향군인회(3월27일), 전라북도재향군인회(3월28일) 등이다. 13개 시도회 중 5곳이 창립을 맡쳤고, 4월 중에는 경기도와 경상북도 재향군인회가, 5월 중에는 부산, 인천, 충청남·북도, 경상남도, 제주도 등이 창립할 예정으로 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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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222개 시·군·구회 중에는 서울 서초구재향군인회 등 110개 회가 율곡포럼을 창립했거나 율곡강좌를 실시했고, 나머지 회는 4월 중에 실시할 예정이다. 4~5월 중으로 향군 전국조직이 포럼이나 강좌 창립을 끝내고 국민 안보계도 활동을 본격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향군이 포럼 '붐'에 휩싸인 것은 지난해 4월 취임한 박세직(朴世直) 회장의 안보의지가 그 발단이다. 박 회장은 금년 초 시무식 자리에서 "훌륭한 지도자를 선택하려면 유권자인 국민의 의식이 올바로 서야 한다"며 교육의 중요성을 임직원들에게 강조했다. 년말 대통령선거를 의식하고 한 말이다. 그러면서 그는 "향군이 국민들의 생각과 사상을 올바로 계도해 나가야 한다"며 '행동하는 향군'의 역할을 강조했다. 자신이 직접 붓으로 쓴 '國民大覺醒의 해'라는 휘호를 직원들에게 보여주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러나 향군의 감독기관인 국가보훈처는 향군의 이러한 활동을 곱지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율곡포럼 등 향군의 안보활동이 정치적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1월 19일에는 '호국·안보활동 관련 지침'이라는 공문을 향군에 내려보내 성명서나 강연내용 등을 사전에 보훈처에 제출하도록 요구해 물의를 일으켰다. 이 지침에는 향군의 안보복지대학이나 포럼 창립을 대선 이후로 연기하라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정부의 이같은 압박에도 불구하고 박 회장이나 향군 조직의 안보활동 의지는 조금도 변하지 않고 있다. 향군의 안보활동은 정치활동과 무관한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향군은 '지침 파동' 이후 안보대학 설립추진을 착착 진행 중에 있고, 안보대학에서 선발한 안보교수 60여 명의 강연 활동이나 산하 각급회에서 추진하고 있는 '21C 율곡포럼' 창립도 순탄하게 진행해 가고 있다.
이처럼 향군이 전국 조직을 통해 율곡포럼 창립에 '올인'하는 것은 불안한 국내외 안보상황 때문이다. 향군은 지금의 안보상황을 6·25 전쟁 이후 최대의 위기로 보고 있다. 친북·좌익들에 의해 북한의 실체가 허위·날조·왜곡되어 미화됨으로써 국민 안보의식이 크게 약화되었고, 북한의 핵무장으로 재래식 무기에 의한 남북한 군사력의 균형이 와해되었음에도 한반도 전쟁억제의 핵심역할을 해온 한미연합사가 해체위기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위기상황에서 향군이 안보에 무관심한다는 것은 향군이 그 존재가치를 망각하는 것이라는 게 박 회장의 생각이다. 박 회장은 지난 2월 1일 갑자기 향군 본회 임직원과 산하업체 간부들을 소집해 놓고 "국가안보에 무임승차 할 바엔 향군조직이 없는 게 낫다"며 "오늘 이후 향군 전 직원은 필사즉생(必死卽生)의 각오로 향군활동의 정당성을 알리고 21C율곡포럼의 홍보대사로 활동하라"고 주문했다. 하루 전 날 창립한 향군 본부의 21C율곡포럼에 대해 모종의 외압이 있었음을 암시하는 듯한 발언이였다. 그러면서 박 회장은 비장한 어조로 "오늘의 상황은 대한민국이 죽느냐 사느냐 하는 비상시국이기에 안보를 책임지고 있는 향군이 더 이상 현 사태를 묵과할 수 없어 율곡포럼과 율곡강좌를 창립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향군이 포럼을 통해 국민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것은 반정부 선동이나 특정 정치인을 비난하거나 특정 정당을 편들려는 것은 아닌 것이 분명해 보인다. 재향군인회가 년초 각급회에 시달한 율곡포럼(강좌) 운영 지침에 따르면 안보계도 중점을 10가지 주제로 한정했기 때문이다. 왜곡된 한국의 근·현대사(역사관, 국가관, 대미관)를 사실과 진실을 바탕으로 바르게 정립해 간다는 취지에서, ▲6·25 전쟁은 북침인가? ▲한국은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나라인가? ▲국가보안법은 폐기되어야 할 반민주 악법인가? ▲주한미군은 점령군이며 제국주의 군대인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은 남한 공격용이 아닌가? 등의 주제를 가지고 문답식으로 계도해 나가도록 지침을 내린 것이다. 정치활동으로 오해받을 소지가 없는 주제들이다.
향군 관계자는 율곡포럼 창립은 회법(會法)에 근거한 합법적인 안보활동이라고 설명한다. 향군회법(법률 제6348호) 제1조 '국가발전과 사회공익의 증진'과 제4조 '호국정신의 함양 및 고취' 조항이 법적 근거라는 것이다. 이에따라 포럼에 참여하는 학자, 예비역 장성 등 이사진과 향군 간부 또는 안보교수들이 각급회 포럼 때 마다 강사로 초청돼 10가지 주제를 가지고 강연을 하게된다. 이미 창립한 각급회 포럼에서도 이들이 강사로 초청돼 강연을 실시했다.
오는 5월까지 향군 전국조직에 포럼(강좌) 창립을 완료한다는 목표를 세운 재향군인회는 서울 잠실 향군회관 12층 안보국에 '안보 종합 상황판'까지 설치하여 각급회 포럼 창립을 독려하고 있다. 매일매일 창립현황을 체크하면서 추진이 미진한 회에 대해서는 향군 본회 간부들이 전화나 방문을 통해 지도·감독하고 있다.
222개 시·군·구회와 13개 시·도회에 700만 회원을 가진 거대조직 재향군인회가 '21C율곡포럼' 창립을 계기로 국민 안보의식을 얼마나 바르게 정립해 나갈 것인지가 주목된다. 특히 안보활동과 정치활동을 명확히 구분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박세직 향군호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율곡포럼을 정부와 정치권이 가만히 보고만 있을 것인지도 궁금하다. (konas)
김 철 기자 konasnet@korv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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