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대한 주적개념을 환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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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는 2004년 북한에 대한 ‘주적개념(主敵槪念)’을 없애기로 결정했다. 그 동안 방위백서에 명기해오던 것을 2004년 국방백서(2004년 12월 발간)에서부터 이를 삭제했다. 일반 국민은 주적개념이 갖는 깊은 의미를 자세히 알지를 못한다.
북한은 한국전쟁을 도발하여 수백만의 동족을 살상하고 국토를 폐허로 만들었다. 휴전 이후에도 ‘한반도 적화통일’을 헌법과 노동당 규약에 명시하고 변함없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 그 동안 수십만 번이나 휴전협정을 위반하는 도발도 서슴치 않았다. 2005년 2월에는 핵무기보유를 선언하면서 누구든지 도전하면 쓸어버리겠다고 협박했다. 대량살상무기(핵무기·화학무기·생물무기·탄도탄)로 ‘서울불바다’와 ‘선군정치의 은덕’ 운운하며 한국의 생존까지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북한은 과거보다 더 호전적으로 변했다. 북한은 분명한 우리의 주적이다. 그런데 우리가 하루아침에 잘못된 방향으로 정책을 선회한 것이다. 북한이 우리를 죽이겠다고 작정하고 나서고 있는 데 우리는 북한을 동족·형제요, 친구라고 정의한 꼴이다.
주적개념 삭제의 후유증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아보자. 대한민국 국방부장관은 2006년 7월 북한이 탄도탄을 발사하기 직전에 국회답변에서 북한은 인공위성을 발사할 것이라며 위협을 은폐했다. 그리고 10월에는 핵실험을 강행했음에도 북한을 나무라거나 응징하는 정책을 어디에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북한 핵은 순수한 방어용임으로 동족인 우리에게는 절대 사용치 않을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는 태도였다. 우리 정부는 오히려 북한이 핵개발에 온 국력을 소진하여 식량·비료·생필품이 부족한 형편이니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을 도와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러니 오죽하면 재외 동포들과 외국인들이 한국의 안보를 걱정했겠는가.
우리 젊은이들의 안보관·국가관은 더욱 심각하다. 2006년도 실시한 사법고시 2차합격자 면접시험에서 면접시험관인 A변호사는 “군사상의 주적은 어느 나라인가”라는 질문에 “미국·일본이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북한이라고 분명히 말한 사람은 50명중 한두 명에 불과했다”고 전했다.(중앙일보, 2006.11.29,1면)
그리고 한·중·일 3개국 청소년(2,93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쟁이 났을 때 싸우겠다는 의지가 일본이 강한(41.1%) 반면 한국은 가장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상황을 보며 결정(34.4%), 할 수 있는 역할수행(30.8%), 일단 몸을 피함(13.2%), 외국으로 출국(10.4%), 앞장서서 싸우겠다(10.2%)’로 나타났다.( 중앙일보, 2006.8.14, 2면)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미국과 북한이 전쟁을 하는 경우 어느 쪽을 편들 것인가’라는 질문에 미국편 30%, 북한편 50%라는 심각한 통계도 나왔다. 알게 모르게 국민의 대북관과 안보관이 이렇게 위험수위를 넘어가고 있다.
군사적 차원에서의 주적개념 삭제 피해는 글로 다 표현할 수가 없다. 주적개념은 바로 우리 국군이 존재해야 할 근거가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당장 휴전선·해상NLL·영공을 경계하고 있는 장병은 북한이 주적이 아닌데 무엇을 위해 고생하고 있단 말인가. 군사력 유지와 증강은 무엇 때문에 필요한가. 북한의 남침에 대비하여 '북한주적'을 근거로 작성된 전시작전계획(5026·5027)은 존속될 수 있는가. '북한주적'에 기초하여 창설된 한미연합사령부와 유엔군사령부의 존립은 가능한가. 북한의 무력도발을 사전에 억제하기 위해 우리의 요청으로 와있는 주한미군은 어떻게 될 것인가.
결국 예상한대로 한미 군사동맹은 지금 와해의 길을 걷고 있다. 한미합의에 따라 2012년 4월에 연합사가 해체된다. 유엔사의 해체여부도 북한핵문제와 관련하여 북한에게 결정권이 넘어가 있다. 국군 장병들의 정신전력마저도 서서히 붕괴되고 있다. 북한군을 같은 민족·형제(?)로 생각하고 있는 장병들이 그들의 침공에 제대로 대비할 수가 있겠는가. 국군과 연합사·유엔사는 한국의 안보를 보장하고 있는 3대 축(軸)인데 이 축들이 한꺼번에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정부가 국가안보정책을 불안하게 추진하다보니 보수 단체들이 안보 목소리를 높혀가고 있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들은 현재의 한국의 안보가 한국전쟁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고 보고있다. 80고령의 한국전쟁 영웅들이 전시작통권단독행사 반대·연합사해체반대를 외치며 길거리에 나섰고, 227개의 시민단체가 천만 명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또 750만 회원과 전국적인 조직력을 갖춘 재향군인회가 지난 1월 31일 서울 잠실에 있는 향군회관에서 '21C 율곡포럼'을 창립했다. 일반국민을 대상으로 안보교육을 하기 위해서다. 왜곡된 대미관(對美觀), 대북관(對北觀)을 바로 잡아주고,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그릇된 근·현대사를 바르게 전파하여 국민 안보의식을 정립해 나간다는 취지다. 이미 향군 13개 시·도회와 222개 시·군·구회가 잇따라 창립을 완료하거나 창립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율곡포럼(강좌) 운영지침에 따르면 안보계도 중점을 10가지 주제로 한정했다. 왜곡된 한국의 근·현대사(역사관, 국가관, 대미관)를 사실과 진실을 바탕으로 바르게 정립해 간다는 취지에서, ▲ 6·25 전쟁은 북침인가? ▲ 6·25전쟁은 내전·통일전쟁인가? ▲ 한국은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나라인가?▲ 한국은 자주권도 없고, 불평등과 계급갈등이 만연한 희망 없는 국가인가? ▲ 국가보안법은 폐기되어야 할 반민주 악법인가? ▲ 미국은 6·25전쟁 시 살육을 자행한 우리의 주적인가? ▲ 미군은 점령군이며 제국주의 군대인가? ▲ 북한은 과연 자주적, 인본주의 국가인가? ▲ 북한은 전쟁할 능력도, 의도도 없는가? ▲ 북한 핵과 미사일은 남한 공격용이 아닌가? 의 주제를 가지고 문답식으로 계도해 나가고 있다.
지난 3월 28일 헌정회(憲政會, 전직 국회의원 모임)에서 15대 회장으로 선출된 원로 정치인 이철승(85세)씨는 "지금 상황은 마치 해방 직후의 혼란상태와 같다"며 불안한 안보시국을 한탄했다. 그는 "지난 10년 가까이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건국이념과 정통성이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흔들렸다"며 "386 젊은 세대들이 이렇게 나라를 혼란에 빠트렸다"고 걱정했다. 그는 또 "미국과 한국의 운명은 불가분 관계에 있다. 6.25전쟁 때 미군 5만 명의 죽음이 없었더라면 오늘날 한국의 존립은 없었다"며 늙은 몸이지만 전국 도처를 다니면서 젊은이를 제대로 가르치겠다고 밝혔다. 노후를 편히 지내야 할 원로들이 이처럼 밤잠을 설치며 나라를 걱정하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시민단체와 국민이 이렇게 안보를 위해 앞장서고 있는데 국방부는 손놓고 앉아 있어서야 되겠는가. 우리 군이 국민의 신뢰를 잃어서는 안 된다. 국방부는 지금이라도 북한에 대한 주적개념을 당장 환원해야 한다. 그리고 초등학교 교과과정에서부터 안보교육(공산주의 실체, 북한실상, 한국전쟁의 의의, 한미동맹의 중요성 등)을 신설토록 정부에 건의하라. (konas)
김성만(前 해군작전사령관, 예비역 해군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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