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의 발언- 미국이 보는 '한반도 안보상황'
버웰·벨 한미연합사 사령관이 취임한지도 이 달 4월로 만 1년째를 맞았다. 그는 누가 뭐라 해도 주한미군의 신임 수장(首長)이며, '대한민국 안보의 핵심적인 실체(實體)'이다. 그런 그에게 국내 매스컴은 놀랍게도 충분히 주목하지 않았다,
그가 올 들어 매스컴에 부상했던 것은 두 차례였다. '미 하원 군사위 청문회'에서의 발언과 외신기자클럽 초청 기자회견(지난 1월18일)에서 행한 연설('유엔군 사령부의 미래 역할')이 나름대로 관심의 표적이 됐던 것 같다.
그는 '미 하원 군사위 청문회'(지난 3월7일)에서 한국이 현재 370만명인 군 병력(현역과 예비역 포함)을 향후 13년간 200만명 수준으로 46% 감축할 계획을 추진하고있는데 대해 북한군이 감축되지 않는 상황에서 한국정부의 이 같은 대규모 '군 병력 감축계획'은 매우 우려할 일이라는 견해를 피력했다.
"한국군의 감축과 징병제의 변화가 북한의 오판(誤判)을 자초하여 전쟁 억지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 주된 요지(要旨)였다. 지난 50여년간 한반도 전쟁 억지에 결정적으로 기여해온 주한미군의 수장이 내놓은 그의 고언(苦言)에서 진정성이 엿보인다.
그러나 정작 우리의 이목을 끈 부분은 청문회에서 드러난 북핵에 관해 그의 의중(意中)을 밝힌 언급이다. 그는 북한의 핵 능력과 관련하여 "북한이 플루토늄 핵 프로그램을 포기할 리도 없지먼, 포기한다 해도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만으로도 무기급 핵 물질을 만들 수 있다"면서 "외교적 해결이 없으면 북한은 2009년 말까지는 핵무기 보유국이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때까지 북핵 6자회담에서 영구적인 해결책을 도출하지 못할 경우 북한은 자신들의 목적 달성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될 때 추가 핵실험을 하려 할 것"이라고 한 그의 판단 역시 주목거리가 아닐 수 없다. 이 발언은 부시정권의 '정치적 해법(解法)'이나 '가변적 대응'과도 거리가 있는 대목이다.
벨 주한미군 사령관은 이 자리에서 북한군이 과거에 비해 군사훈련 수준과 군사력 준비태세가 떨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경제난과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군사적 지원을 받지 못하고있는 상황을 그 이유로 들었다. 현 상태라면 북한군이 한국을 공격할 능력을 유지할 수 있을 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하지만 서울로부터 100마일 안에 여전히 250문의 장거리포와 지상군의 60% 그리고 특수부대를 배치하고서 여전히 위협적인 안보상황을 조성하고 있는 그들이다.
'벨'의 발언에는 주한미군의 수장으로서 한국안보에 관한 진솔한 메시지와 고언(苦言)이 담겨있다. 국내 친북 여권(與圈) 정치인들이 내놓는 '정치적 포퓰리즘' 차원의 단견(短見)이나 허언(虛言)과는 구분되는 '군사전문가적 관점의 식견'인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의 그의 메시지는 파월 미 국무시절 비교적 온건파였던 리처드 아미티지 전(前) 미 국무부 부장관이 최근(4월13일) "북한은 앞으로도 계속 조건을 붙이면서 핵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은 핵무기 포기에 냉소적"이라고 한 지적과도 거의 일치한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우리 정부는 북한에 북핵과 관련하여 이렇다할 항의 한마디 없었다. 여전히 허울좋은 '민족공조' '포용정책' 등으로 국민을 호도하며 대북(對北) 퍼주기로 일관해 왔다. 이미 '북핵의 인질'이 되어있는 것이나 진 배 없다.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다.
벨 사령관의 또 다른 하나의 메시지는 지난 1월18일의 외신기자클럽 초청 기자회견에서 있었다. 그는 'UN군사령부의 미래 역할' 이라는 주제의 연설연설에서 'UN군사령부의 기능 강화 필요성과 전시(戰時)조직 구성'에 관한 소신을 피력했다.
"한국군이 독자적인 군(軍) 통제권을 갖게 되는 전작권 전환과 한미연합사령부 해체는 'UN군사령부의 군사적 권한 및 책임규정'과 부조화(不調和)를 야기한다"면서 '전시(戰時) 조직 구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비무장지대(DMZ) 등 다른 지역에 배치된 한국 전투부대에 대한 '즉시 접근 권한'은 당초 '한미연합사'의 몫이었다. 따라서 한미연합사령부 해체 이후의 정전(停戰)상태를 온전하게 관리하자면 이 문제가 우선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
한반도에서 도발 행위가 일어날 경우 미군을 포함한 다(多)국적군의 신속한 지원은 UN군사령부를 통해서만 이뤄지도록 되어있는데도 UN군사령관이 비무장지대(DMZ) 등 여타지역에 배치된 한국 전투부대에 '즉시 접근 권한'을 갖지 못하는 것은 난센스가 아닐 수 없다.
한국이 전작권을 단독 행사하게 되더라도 한반도 유사(有事)시 한미동맹 차원에서 병력지원과 군수 등을 지원받자면 전투병력과 물자보급 등을 통제할 수 있는 권한과 임무가 UN사(司)에 주어져야 마땅하다.
'벨'은 한반도에서의 비상사태에 대비하여 'UN사'가 일부 전투병력까지도 통제할 수 있는 군사적 인프라가 구축될 때 비로소 한미연합사 해체에서 오는 기능상의 허점(虛點)을 보완할 수 있을 것임을 밝힌 것이다.
우리는 2012년 4월 전작권 전환(환수)으로 한미연합사가 해체되면 북한군의 전면 남침시 전쟁발발 90일 이내에 69만명의 미군병력과 함정 160여척·항공기 2500여대를 한반도에 시차별로 긴급 증파하는 것으로 되어있는 '작계 5029'가 제대로 수행될 것인가에 대해 크게 우려했었다.
그러나 벨의 '주한미군측의 UN사(司)의 기능 강화' 주장은 미국이 그런 우려를 씻어주는 정책대안(代案)을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전작권 전환(환수)은 북핵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고 남북 평화체제가 정착될 때까지는 한미연합사를 통해 전시작전권을 공유(共有)하는 것이 한반도와 동북아의 안보질서를 위한 '최적안(案)'이었다. 10년 후에 논의되어도 무방한 테마였던 것이다.
따라서 그의 발언은 주한미군이 전시작전통제권을 한국군에 넘겨주더라도 한반도 유사시 UN 깃발을 앞세우고 독자적인 작전을 펼치고자 하는 미국측 기대와 의중을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더 없이 '다행스러운 시그널'이다.
그의 메시지가 레토릭(rhetoric)으로 가득 찬 정치인의 언변이 아닌, 군(軍) 고위장성으로서의 솔직함이 담긴 직정적(直情的)인 견해라는데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미국정부가 북핵에 관해 견지하고있는 진단' 역시 이 같은 관점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국민은 이제 더 이상 국가안보를 담보로 한 '정치적 포퓰리즘'이 안보정론(正論) 위에서 춤을 추는 어줍잖은 해프닝들을 더 이상 좌시해서는 안 된다. '군 복무기간 단축'과 '병력 감축'을 들고 나온 대중영합(迎合)적 발상이 바로 그런 예랄 수 있다.
이제 우리는 전작권 전환으로 빚어질 수 있는 안보 공백(空白)을 UN사(司) 기능강화만으로 그치지 말고, 북한과 주변국들에 대해 충분히 견제 가능한 가일층 강화된 형태의 새로운 한미 공동방위체가 마련되어 뿌리를 내릴 수 있기를 열망해야 한다. (konas)
정 준 (코나스 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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