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종전(終戰)선언' 과연 가능할까
부시 대통령의 하노이 발언(작년11월18일)은 당초 우리에게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지지는 않았었다. 부시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종전선언과 평화조약을 체결할 용의가 있다"고 했지만, 우리 국민은 그의 발언을 '종전선언과 평화조약'을 패키지화한 '정치적 제스처'로 인식하고서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6자회담을 전후하여 이 발언이 미국의 대북(對北)정책 변화의 시그널이었음이 밝혀지면서 분위기는 반전되기 시작했다.
미국은 6자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초기단계 및 다음단계(불능화) 조치를 이행할 경우 남·북·미 3자 정상회담을 통한 종전선언 서명식을 가질 수 있다는 입장을 북측에 전달했다. '평화조약' 체결은 그 이후의 과제가 될 것이다.
미국의 이 같은 대북정책 변화가 결국 북한 김정일의 '6자회담 참여'라는 전략적 결단을 이끌어냈다고 볼 수 있다. '2·13합의'에 초기단계 이행조치가 담기고, 제1차 미·북관계 정상화 실무그룹 회의에서 북한이 속내를 드러낸 것이 그 증거이다. 부시의 '종전선언' 제안이 새롭게 주목받게 된 것은 이때부터일 것이다.
북한의 김계관 부상은 제1차 북·미 실무회의에서 2단계 조치도 받아들일 수 있다고 했다. '핵 시설의 불능화'는 물론, 고농축우라늄(HEU) 문제에 대해서도 수용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었다. 이 대목은 북한이 '미(美)·북(北)관계 조기 정상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적극적으로 반응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종전선언'은 일반적으로 평화협정 전(前)단계의 성격을 지닌다. 이 점에 관한 한, 북한은 이미 1996년 2월 '잠정(평화)협정'을 제안한 적이 있다. 북한은 당시 '미국의 대북정책'과 '미·북관계의 수준'을 감안하여 '잠정협정'의 체결이 평화협정에 우선해야한다고 주장했었다. '잠정협정'은 평화협정이 체결될 때까지 '정전협정'을 대신하여 '공동 군사기구의 조직·운영·안전질서의 유지' 등을 규율하는 협정인 것이다.
남(南)·북(北)·미(美) 3자 정상들이 모여 '종전선언' 서명식을 갖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니지만, 이 선언은 궁극적으로 정전(停戰)체제의 법적 종식을 의미하는 국제법적 성격을 지닌다. 2000년의 '6·15공동선언'과 같은 정치적 성명과는 그 성격이 다를 수밖에 없다.
'종전선언' 단계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당면 현안(懸案)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해보자. 해결되어야할 과제들이 예상외로 적지 않다. '비(非)핵화 문제' '남·북·미 3자 정상회담' '미·북관계 개선' 등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것이 없다.
미결상태에 있는 실무적인 현안들도 적지 않다. 3자 정상회담을 개최한다고 해도 '남·북한간'과 '한·미간'에 해결해야 할 과제는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최소한 3가지에 남북의 이해(利害)가 상충될 것이다. (1)해상 군사분계선의 획정(劃定)문제 (2)UN사(司)의 존폐문제 (3)북측의 노동당 규약과 남측의 국가보안법 등 쌍방의 적대적인 법률 개폐 문제 등이 그것이다.
남북한간 이견으로 잦은 분쟁의 원인이 되어온 '해상 군사분계선'의 경우 '남북기본합의서' 제11조 규정(정전협정에 규정된 군사분계선과 지금까지 쌍방이 관할하여 온 구역으로 한다)에 따르되, 공동어로구역을 설정하여 북측에게 일정한 경제적 혜택을 배려하는 타협책이 하나의 방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UN사(司)문제는 어떻게 처리되어야 하나. 정전체제의 관리임무와 전쟁재발시 유엔참전국의 전시증원지원임무를 띠고 1950년 7월7일 유엔안보리 결의로 창설된 기구가 아닌가. UN사(司)는 오는 2012년 4월 해체될 운명에 처해있는 한미(韓美)연합사와 함께 지난 50여년간 북한의 대남(對南) 도발 억지에 결정적으로 기여해온 대한민국 국가안보의 기본 축(軸)이었다.
평화협정 체결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그 자체와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평화협정 체결은 저들의 논리로는 주한미군 철수 등을 수반하는 공격논리이다. 그것은 우리에게 엄청난 '불이익'의 감내를 요구한다, 북한이 이에 극력 집착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인 것이다.
정전(停戰)체제 관리임무는 한국군이 맡더라도 전시(有事時) 전력제공과 후방 군수지원 기능은 현실적으로 UN사(司)가 계속 맡는 것이 순리이다. 그것이 현명한 조정안이 될 것이다. UN사(司) 기능은 전작권 전환(환수)을 앞두고 금년 상반기까지 재조정하는 것으로 일정이 잡혀있다. 합리적인 방안이 도출될 수 있릏 것이다. 이른바 '평화협정 체결' 이후로도 UN사(司)는 그 기능상 계속 존속되어야 한다.
북한의 노동당 규약과 남한의 국가보안법은 어떤 운명을 맞게 될 것인가. '종전선언'이 채택될 경우 상대방을 명시적으로 적대시하는 법률이 상존한다는 것은 모순이다. 그러나 평화협정 체결- 그 자체보다는 '완전한 평화체제'의 구축과 때를 맞추어 개폐되는 것이 정석일 것이다.
북한의 경우 '노동당 규약'은 그들의 헌법(憲法) 위에 존재한다. 이 규약에 명시되어있는 '남조선 해방'(=적화통일) 관련 규정을 정책상 일시적으로 삭제한다고 해서 그들이 '대남 적화야욕을 포기한다고 믿을 수 있을 것인가' 딥변은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난제들을 실무급에서 풀기는 매우 어렵지만, 최고정책결정자의 결단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쉽게 풀릴 수도 있다. 해결 자체가 불가능해 보이는 문제도 현실에 있어서는 '의외의 정치적 해법'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는 우리 국민의 '엄청난 결단'을 요구하는 숙원(宿願)사업이다. 일거수일투족이 잘못되어 패착(敗着) 판정이 난다면 돌이킬 수 없는 '범(汎)민족적 과오(過誤)를 범하는 것이 된다. 모든 협상은 '완벽한 북핵 폐기'라는 대전제 뤼에서 진척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 모두는 바로 그 향방을 예의 주시해야하는 시점을 맞고 있다. (konas)
정 준 (코나스 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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