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지정학적 환경과 우리의 생존전략
우리 민족이 반만년의 유구한 역사 속에서 생존과 번영을 영위해온 이 한반도는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이 상호충돌하는 전략적 요충지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숙명적으로 주변 강대국에 의한 수많은 침략으로 인해 민족의 수난과 고난을 당해야만 했다. 한반도 주변의 대륙세력이 강성할 때에는 해양진출의 도약대로써 이용하려 했으며 해양세력이 강할 때에는 대륙진출의 교두보로써 활용하려 했기 때문에 민족의 수난은 가중되었다.
이러한 견지에서 우리민족의 수난사를 개략적으로 고찰해 보면 멀리는 3국시대에 고구려는 중국대륙에서 중원을 통일한 수나라가 여세를 몰아 침공해옴으로써 야기된 려·수전쟁이 16년간이나 계속되었으나 고구려의 부국강병정책과 막강한 군사력으로 이를 물리칠 수 있었으며 결과적으로 이 전쟁에서 패전한 수나라는 멸망하게 되었다. 이어서 일어난 당나라와의 12년간에 걸친 려·당전쟁에서도 고구려는 연전연승을 거둠으로써 오히려 영토확장의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신라는 당시 한반도에서 경쟁관계에 있던 백제와 고구려를 나·당연합군에 의해 순차적으로 멸망시킴으로써 3국을 통일하였다. 또한 고려시대에는 아시아 대륙과 유럽일부 까지 제패한 몽고군이 일본을 정벌한다는 명분으로 40여년간에 걸쳐서 우리민족을 유린하였다. 이 때 고려조정은 40여년간이나 강화도에 천도하게 되는 수모를 당하였다.
한편 조선조 중엽인 선조 때에는 군웅할거하던 일본 천하를 통일한 풍신수길이 그 여세를 몰아 명나라를 정벌하는데 길을 빌려달라면서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일으켜 10여년에 걸쳐서 이 땅을 침략하였다. 이 때 다행히 명나라 군대의 내원으로 일본군을 물리치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이어서 인조 때에는 요동지방을 중심으로 신흥제국을 건설한 청나라가 우리의 친명정책을 응징하기 위해 병자호란을 일으켜 인조로 하여금 삼전도의 치욕을 당하게 하였다. 조선조 말엽에 와서 일본은 명치유신을 단행한 후 제국시대로 돌입하며 우리나라와 거의 300여년간 유지해오던 선린우호관계를 청산하고 대륙침략의 교두보로써 한반도를 선정하고 침략을 개시하였다. 우선 일제는 한반도에서 각축전을 벌이던 청국세력을 몰아내기 위해 이 땅에서 청일전쟁을 일으켜 승리함으로써 청국세력을 축출하고 1904년에는 노일전쟁을 일으켜 승리하게 됨에 따라 러시아 세력을 제거하여 한반도를 그들의 독무대로 만들었다. 이어서 일제는 1905년에 우리와 을사보호조약을 강제로 체결하여 우리의 외교권을 박탈하였고 종국에는 1910년 한일합방을 강제로 체결하여 우리의 국권을 찬탈하고 이 나라를 그들의 식민지로 만들어 36년간 지배하였다.
1945년 제 2차 세계대전이 끝남에 따라 우리민족은 일제 36년간의 쇠사슬에서 해방되는 기쁨을 맞게 되었으나 우리민족의 의사와 관계없이 미·소 양국에 의해 남북으로 분단됨으로써 민족의 수난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1948년 대한민국정부가 창립된지 채 2년도 되지 않아 북한의 김일성공산집단은 대남적화통일 전략차원에서 스탈린의 사주를 받고 모택동의 지원 하에 한반도에서 동족상잔의 6.25 남침전쟁을 감행하였다. 이는 제 2차 세계대전이후 초강대국으로 급부상한 소련이 세계적화전략의 일환으로 지정학적으로 유리하다고 본 한반도에서 처음으로 시도해 본 제한전쟁이었다. 조국이 누란의 위기에 처하자 다행스럽게도 UN 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을 침략자로 규정하고 UN의 깃발아래 미국을 위시한 16개 자유우방국가들이 참전하게 되어 이 땅에서 공산침략자를 몰아내어 자유를 지킴으로써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게 하였다.
이러한 우리민족의 수난사를 통해서 우리는 몇 가지 교훈적 사실을 도출해 봄으로써 앞으로의 생존전략 수립에 귀감으로 삼아야 한다.
첫째는 우리민족은 숙명적으로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이 상호 충돌하게 되는 전략적 요충지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930여회의 수많은 외침을 받아야만 했다는 점이다.
둘째는 역사적으로 볼 때 한반도 주변에서는 항시 강대국들이 둘러싸고 있음으로써 한반도에 대한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각축전이 전개되었다는 점이다.
셋째는 고구려시대에는 부국강병책으로 군사력위주의 국력이 강했기 때문에 수나라와 당나라의 침공을 물리칠 수 있었지만 기타 외세의 침략에서는 국력이 미약했기 때문에 민족의 수난을 면치 못했다는 것이다.
넷째는 신라의 3국 통일은 그의 정당성 여부는 논외로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당나라 군대의 지원을 받은 나·당 연합군에 의해 백제를 멸망시켰으며 이어서 당나라와 협공작전으로 고구려까지 멸망시킴으로써 3국을 통일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다섯째는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때는 명나라 군대가 우리를 도와주었고 6.25전쟁 때에는 미국을 주도로 한 16개 자유우방국의 군대가 UN군의 깃발아래 우리를 도와주었다. 만약 6.25전쟁 때 미군을 주도로 한 UN군이 우리를 도와주지 않았다면 우리 대한민국은 공산화를 면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점이다.
여섯째는 역사적으로 볼 때 한반도 주변 강대국들이 우리민족의 의사와 관계없이 우리민족의 운명을 결정했다는 점이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때에는 일본의 풍신수길이 명나라에게 휴전조건으로써 조선 8도 중에서 남방 4개도는 일본이 지배하고 북방 4개도는 명나라가 지배하는 남북분할론을 제기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또한 1895년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과 러시아간에 한반도 분할론을 둘러싸고 대동강유역을 기준으로 하느냐 한강을 기준으로 하느냐 하다가 일본의 반대로 취소되었다. 노·일전쟁이 일본의 승리로 끝난 1905년에는 일본의 외무대신 가쓰라와 미국의 전쟁장관 태프트간에 이른바 "가쓰라-태프트 밀약"이 체결되었다. 이는 "일본은 조선반도를 지배하고 미국은 필리핀을 지배하는데 상호불간섭한다"는 내용이다.
우리나라 속담에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는 말이 있다. 이는 아마도 한반도 주변 강대국들의 각축전 때문에 우리민족이 희생된다는 것을 의미함으로써 한반도의 지정학적 환경을 비유해서 전해지는 말로 여겨진다. 지난해 방한한 바 있는 미국 예일대학의 폴 케네디 교수는 "제국의 흥망" 등의 저서로 이름 있는 역사학자이며 미래학자이다. 그는 오늘의 한반도의 지정학적 상황을 네 마리의 큰 코끼리에 둘러싸인 개미에 비유함으로써 우리에게 경각심을 일깨워 주고 있다.
오늘의 한반도 주변정세는 격동하면서 급변하고 있다. 이는 마치 과거 동서냉전시대에 이 지역에 형성되고 있던 북방3각 관계와 남방3각 관계의 망령이 재현되는 것이 아닌가 하여 우려된다. 더욱이 지난해에 북한이 국제사회의 강력한 만류에도 불구하고 핵실험을 강행한 것은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저해하는 요인이 됨으로써 이 지역의 긴장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6자 회담에서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2.13 북핵합의를 도출해 냄으로써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으나 과거 북한이 보여준 행태로 보아 북한이 과연 핵무기를 완전포기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시되고 전망을 흐리게 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 대한민국의 생존전략은 과연 무엇인가.
첫째는 국론을 통일하고 국력을 신장시켜야한다. 국력을 신장시키는 방도로써 우선 올바른 국가목표(대전략)를 설정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국가전략과 정책은 국민의 적극적인 호응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국론통일이 전제되어야 한다. 또한 경제력을 반석위에 올려놓고 유비무환의 강력한 군사력을 건설해야하며 국가방위에 대한 국민의 안보의식을 제고시켜 총력안보태세를 강화해야 한다.
둘째는 어떠한 경우에도 북한이 핵무기 보유국이 되는 것을 용인해서는 안된다. 우리는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절대적으로 반대하는 국제사회와 공동보조로써 대처하여 북한이 핵무기를 폐기토록 해야 한다. 그렇치 못하고 만약 북한이 단 한발의 핵무기를 보유한다 하더라도 우리민족은 멸망의 구렁텅이로 떨어지게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한다.
셋째는 기존의 한미동맹관계를 공고히 하고 군사동맹관계를 더욱 강화해야한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환경과 우리민족의 수난사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에 따라 영토적 야심이 없는 미국과의 기존 동맹관계를 더욱 강화시켜야 한다. 그것은 북한이 궁극적으로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고 핵무기 보유국이 되는 경우와 한반도 유사시를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미국의 핵우산이 우리의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konas)
이상준 (星友會 안보평론위원, 예비역 공군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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