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와 한국의 안보
1990년 탈냉전이후 인간의 열망과 정보기술의 발달로 시작된 세계화는 더 이상 거슬러 갈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일부 국가와 민족의 거부에도 불구하고 선진국들에 의해 주도된 세계화는 지난 10여년 동안 지구상 5억의 인구를 절대빈곤의 상태로부터 벗어나게 해 주었으며 세계 평화와 안정을 가져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세계화는 신자유주의의 물결과 정보기술의 발달 그리고 세계무역기구(WTO)등 국제기구의 발족에 의해 더욱 촉진 되어왔으며 자유무역협정(FTA)도 세계화의 추세 속에서 당연히 이루어지는 시대적 요청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각 나라는 신자유주의의 물결에 힘입어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에 타결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그 분야가 자동차, 전자, IT, 지적 재산권에서 보건, 의료, 방송·영화, 농업에 이르기 까지 대단히 광범위하고 복잡하여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가 아닌 사람들은 그것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지 쉽게 정리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 협상의 타결로 우리나라와 미국은 유럽연합(EU)과 북미 자유무역 협정(NAFTA) 다음으로 큰 세계 3위 경제권을 형성하게 되었으며, 우리는 세계경제의 최강국인 미국과 시장을 공유하게 된 것이다. 우리는 이미 경제협력개발기구(OPEC) 회원국이 되었지만 이제야 본격적인 세계화의 길로 접어든 것이라 할 수 있다.
모든 협상이 그렇듯이 한·미 FTA의 타결은 이해득실이 엇갈릴 수밖에 없다. 협상이란 상대가 있는 만큼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아 내야 하는 것이다. 세계가 하나의 시장으로 통합되고 있는 데 우리만 홀로 시장의 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면 낙오자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자원이 부족하고 수출 주도형 경제를 추구해온 우리의 살길은 세계에서 찾아야 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타결은 양국의 경제관계 뿐만 아니라 정치·안보관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미 상호방위 조약에 따른 군사동맹이 경제 및 안보분야로 확대됨에 따라 군사동맹도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미국은 9·11테러 이후 자유무역의 역할을 테러 등 안보위협을 억제하는 요소로 간주하고 협상국을 선별해오고 있다.
전시 작전통제권 전환 합의로 2012년 한·미 연합체제가 변경되고 평택미군기지 이전 사업도 난관에 부딪쳐 지연되고 있는 등 한·미 동맹관계가 예전만 못하다는 우려가 있는데 한·미 FTA가 경제동맹을 넘어 안보동맹 관계 회복에 발돋음이 된다면 이것은 어려운 상황에 있는 한·미동맹 강화에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한·미 FTA 성과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타결은 한국에게 기회와 도전을 동시에 맞게 되었다. 한·미 FTA의 타결로 세계 최대인 미국시장이 개방되면서 한국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본다.
선진국에 비해 뒤떨어졌다고 평가받는 국내 서비스업 등도 전환기를 맞게 되었다. 반면 농업 등 상대적으로 낙후된 국내 산업은 무한경쟁에 노출돼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체질 개선작업이 요구된다.
이번 협상결과를 놓고 경제 통상전문가들은 대체로 기대이상이라고 평가를 내놓았지만 한쪽에서는 일방적인 손해를 보는 잘못된 협상이라고들 한다.
대외경제 정책연구원(KIEP)은 한·미 FTA로 국내 총생산량(GDP)이 0.42%~1.99% (29억~135억 달라)늘고, 외국인 직접투자도 최대 404억 달라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미국의 대한 수출도 늘어나 무역수지는 42억 달라~51억 달라 나빠지고 농업부문에서 9000억 원이 넘는 피해가 날것이라는 예측도 있었다.
그러나 FTA에 따른 피해에 대한 적절한 보상과 산업구조 조정정책을 펴면 한국경제의 전반적 체질이 강화되고 효율성도 높아질 것이다. 미국과 FTA를 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개발과 경쟁을 통해서 한국경제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고 선진국의 꿈을 이룩하자는 것이다. 결국 우리사회가 이번협정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따라 한·미 FTA의 성공여부를 가름하게 될 것이다.
경제개발과 안보전략의 상호관계
경제개발과 안보전략이 상호관계는 한국전쟁 당시의 상황을 통해 중요성을 찾아 볼 수 있다.
미국은 공산주의의 팽창을 막기 위해 한반도에 개입한 이후 큰 고민을 안게 된다. 미군이 한반도의 남쪽에 주둔함으로써 군사적으로는 힘의 균형이 이루어졌다고 할지라도, 경제적으로 낙후된 한국이 지니는 문제는 공산주의를 막고자하는 미국에게 심각한 문제를 야기했다.
한국은 두 가지의 문제에 당면하였다. 하나는 경제적으로 낙후된 국가에서는 자생적 공산주의가 싹틀 수 있고 그것은 필경 국내 사회의 혼란으로 붕괴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공산주의의 팽창이 자동적으로 된다는 것이었다.
이는 역으로 다른 문제를 초래한다.
경제 낙후는 결국 한국 군사력의 약화를 의미하고 따라서 한국과 미국의 연합 방위력 증강은 기대할 수 없게 됨으로써 한반도의 짐을 영원히 미국이 져야하는 사태가 지속될 수 있다는 염려였다.
바로 이러한 미국의 고민을 해소하기 위해 채택한 전략이 개방적 경제개발 전략인 수출주도형 경제성장 정책이었다. 나아가 정책의 성공을 위해서는 자본주의 선진국인 일본의 자본과 기술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한·일 국교정상화도 동시에 종용했다.
1964년 수출주도형 정책이 우리나라의 경제정책으로 공식화되었고, 이듬해 한국과 일본의 국교가 정상화된 사실은 미국의 생각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여기서 매우 중요한 점이 발견 되었다고 한다.
우리경제를 획기적으로 발전 시켰던 수출주도형 경제성장정책이 우리의 아이디어가 아니었고, 다른 하나는 한국의 경제발전전략이 안보 논리에 기초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한·미 FTA 체결은 경제발전은 물론이고 한국안보에 한 축으로 작용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반도 전략구도와 한·미 FTA
한·미 FTA가 처음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초반이다. 당시에는 미국의 학자들이 주로 제안하는 형식을 통해 학계의 관심을 잠시 끌었을 뿐이다. 하지만 FTA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국내에 뿌리 내리기 시작했고, 그것의 실천을 위해 칠레와 싱가포르를 파트너로 선정하며 FTA에 대한 실전 경험을 쌓게 되자, 다음으로 한국은 일본과의 FTA 협상을 대담하게 추진하게 된다.
하지만 일본의 미온적인 태도로 협상이 답보상태인 상황에서 미국의 새로운 전략적 계산과 무언가 획기적인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한국의 고민이 맞아 떨어지며 한·미 FTA 협상이 시작 되었던 것이다.
미국의 입장에서 한·미 FTA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만약 한국이 중국에 더욱 기울어 양국 간에 FTA가 체결되는 경우 미국 주도의 동북아시아 역학구도는 사실상 많은 손상을 받게 될 것이다. 따라서 한·미 FTA는 한국이 미국과 중국 간의 중요한 균형추 역할을 하게 되므로 그 영향은 일본에까지 미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한·미 양국 관계를 놓고 보아도 미국의 이해는 크다. 미국의 최대 관심 분야인 한국의 금융 서비스 산업에 더욱 깊게 개입 할 수 있으므로 질적인 것으로 상호 의존관계가 심화 되면서 양국 관계가 더욱 발전하기 때문이다.
상호관계가 깊어질 때 동북아시아 한가운데 위치한 한국에 대한 영향력이 강화됨은 물론 그 영향력이 장기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틀이 마련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기존의 군사동맹이 이중으로 강화되는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
북한은 핵무기 개발로 인한 심각한 경제난을 중국의 도움 만으로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본다. 즉, 중국과의 경제 및 군사 협력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일단 핵무기를 담보로 미국에 접근하는 전략을 구상하게 된 것이다. 이는 곧 문제의 해결을 미국을 통해서 하고자 계산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어떠한 연계도 없는 미국과 북한이 핵무기를 매개로 경제적인 호혜가 아닌 군사적인 상호 위협에 기대어 협력의 틀을 만든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또한 핵문제를 풀기 위한 6자회담은 중국이 중재자로서 역할을 하도록 했지만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 그리고 핵 실험 등으로 중국이 북한을 완전히 통제할 수 없는 상황으로 전개 되어 미국과 북한의 직접대화를 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에게 한·미 FTA의 전략적 의미는 미국 못지않게 심대하다.
한반도는 세계 최강의 경제력과 군사력으로 무장한 국가들에 의해 둘러싸여 있다. 특히 중국과 일본은 지역패권에 도전할 수 있는 국력을 지니고 있다. 한반도에 인접하여 우리와 분쟁의 소지를 늘 안고 있는 이들 모두는 기본적으로 우리의 경쟁 상대이다. 따라서 논리적으로도 기존의 균형구도에 반해 한쪽 국가에 기우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행위라고 할 수 있다. 한․미 FTA는 바로 이를 방지하는 균형추 역할을 하기에 전략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것이다.
경제동맹으로 굳건한 안보동맹 유지
미국은 9·11테러 이후 테러 등 새로운 안보 위협을 억제하는 요소로 자유무역협정을 한축의 역할로 간주하고 미국의 대외 및 안보정책에 대한 협력 정도를 기준의 하나로 삼고 대상국을 선정 해 왔다.
미 행정부 관계자들은 지금까지 여러 차례 “미국은 FTA를 동맹국이나 특별한 정치․군사적 이해를 갖는 나라를 중심으로 체결해 왔다”며 “FTA 체결은 한․미동맹을 포괄적 동맹으로 진전시키는 것”이라고 언급한바 있다.
미 기업연구소의 클로드 바필드(Barfield) 수석연구원은 “한·미 FTA는 양국 간의 경제적 교류 증대보다 더 큰 효과를 가져 올 것”이라고 했다. 한·미 FTA의 경제적 효용성이 외교·안보 등으로 확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지난 몇 년 동안 한·미 관계는 경제와 안보동맹을 포함하는 여러 측면에서 많은 변화와 갈등을 겪어 왔다. 친미·반미 논쟁이 격화되면서 진보, 보수 모두 한국의 위상에 걸맞은 새로운 한·미 관계를 요구하고 있다.
사실 한․미관계는 최근 수년 동안 크게 요동치고 있었다. 한․미동맹관계 재조정과 대북 정책 입장 차라는 두 가지 문제로 균열이 뚜렷했다. 여기에는 9․11 테러에 따른 미국의 전 지구적 군사전략 변화, 양국 정부의 정체성 차이, 남․북관계의 변화, 50년 군사동맹의 피로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왔다. 실제로 한․미가 FTA를 추진한 배경엔 정치적․안보적 목적이 양측에 공통적으로 있었다는 것이다.
한․미관계의 변화가 가시화하고 있는 시점에 FTA 협상이 타결된 것은 함축적 의미를 갖는다. 전략적 유연성에 따른 주한 미군의 지속적인 감축과 전시작전통제권 이양 등 느슨해질 수밖에 없는 안보동맹이 경제동맹으로 다소 보완 될 수 있다고 본다.
한·미 FTA는 새로운 차원의 한·미 관계를 정립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하게 될 것이다. 그뿐 아니라 최근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는 한국 경제가 구조조정을 통해 새로운 진로를 찾을 수 있는 돌파구가 될 것이다.
한·미 FTA타결로 신(新) 한․미동맹 시대가 열리고 있다. 세계 최강국인 미국이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와 상호방위조약과 FTA를 함께 체결하게 되는 것은 우리의 안보와 동북아 질서에 엄청난 파급 효과를 예고할 것이다.
한․미 FTA는 한반도의 역학구도를 극명히 보여주고 있다. 협정이 타결되자 중국과 일본이 이구동성으로 한국과 FTA를 맺겠다고 열을 올리고 있다. 중국은 총리까지 나서서 공개적으로 구애를 하고 있다. 현재 EU와는 협상을 진행 중이다. 한국은 미국과 긴밀한 협력적 관계를 맺을 때 그 힘이 극대화 된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다.
이와 같은 논리는 한․미동맹의 약화를 우려하는 사람들에 의해 줄곧 강조 되어왔다. 즉, 한국이 군사적으로 미국을 업고 있기에 주변국에 대하여 영향력을 유지 할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런데 그토록 중요한 사실이 군사가 아닌 경제 분야에서 입증된 것이며 결국 한국의 외교의 축이 어디에 있는가를 확인한 것이다.
한․미 FTA 는 한국이 동북아 경제권의 허브로 도약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안보와 경제의 두 축을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여건을 조성 한 것이다. 미국으로서도 한․미 FTA는 한시장의 개방 목적 외에도 동북아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증대를 견제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맺음 글
개국은 거대한 개방이다. 한․미 FTA타결로 한국은 구한말과 수출입국에 이은 제3의 개국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제 한국은 대외 문호를 활짝 열어 세계화 시대에 능동적으로 대처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한국 경제의 개방과 세계화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에게 남겨진 선택이 있다면 그것은 적극적으로 세계화와 개방을 이용할 것인가 아니면 수동적으로 그 대세에 휩쓸려 갈 것이냐 하는 방법에 관한 것일 뿐이다.
한․미 FTA는 세계사의 흐름 속에 살아가야 하는 국가가 선택해야만 하는 시대적 요청이자 과업이다. 한·미 FTA가 체결된 것은 변화하는 국제정세 하에서 우리의 국가이익을 달성하는데 매우 중요하다. 군사․안보위주의 한미동맹을 경제를 포함하는 포괄적 동맹으로 한 단계 발전시키는 결정적인 기회로 삼아야 한다.
한․미 FTA는 대한민국이 동북아시아에서 경쟁 할 수밖에 없는 중국과 일본을 견제 할 수 있는 전략적 수단임과 동시에 북한 핵문제 해결과 새로운 한․미동맹 체제를 발전시키는데 매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그러나 대내․외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도 적지 않다. 분야별로 야기되는 이해득실을 적절하게 해소하고, 군사․경제의 결합구조가 동맹의 강화에 어떻게 발전되어나갈 것인가 등이다. 정부와 국회는 국가의 미래를 내다보고 정권차원의 결단으로 노무현 대통령 임기 내에 비준통과는 물론 나머지 사안들을 마무리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줄 것을 기대한다. (konas)
임인창(星友會 정책위원회 부의장, 예비역 육군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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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12 오후 12:55:3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