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해상침투전략을 차단하라
6·15선언 7주년을 맞아 남북한 대표들이 평양에서 '민족통일대축전'이라는 굿판을 벌이고 있는 지금에도 북한의 대남적화통일 기본정책은 변함이 없다. 남한에 대해서는 국가보안법 철폐와 주한미군철수를 주장하면서도 그들은 우리정부가 지난 9년여 동안 펼쳐 온 햇볕정책을 대남적화사업에 이용해 왔다. 선군정치를 내세워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고 특히 최근에 와서는 해상침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 부단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우리 국민 대다수가 모르고 있는 사이에 착착 진행돼 왔고, 그리고 앞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북한의 해상침투전략을 분석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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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한국의 생명선인 영해(Territorial Water)와 해상북방한계선(NLL: Northern Limit Line)에 대해 알아보자.
영해는 영해기선(領海基線)으로부터 12해리(22Km)로서 평시부터 영해법에 의해 관리된다. 바다를 지키는 마지막 경계선이다. 따라서 영해 내로 이동하는 모든 선박과 항공기는 반드시 식별되어야 하고 접근하는 적(敵)은 영해(영공) 밖에서 격멸되어야 한다. 그래서 각국은 영해로부터 상당부분 외해(外海)까지 방어해역을 설정하여 감시하고 있다.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3면이 바다로 둘러 쌓여있고 폭도 좁은 반도 국가이다. 핵발전소·에너지 생산시설·제철소·조선소 등 주요 산업시설이 해안에 밀집해 있다. 바다로 접근해오는 적을 바다에서 철저히 물리치지 않으면 국가생존 자체가 어렵다. 영해관리를 다른 국가에 비해 더욱 철저히 해야 하는 이유다.
동·서해 NLL은 한국전쟁 직후인 1953년 8월 유엔군사령부에 의해 설정되어 지금까지 남북간 실질적인 해상군사경계선 역할을 해오고 있다. 그런데 북한은 ‘동해NLL’에 대해서는 말이 없으면서도 유독 ‘서해 NLL’에 대해서만 재설정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서해NLL은 한국의 서북도서(백령도·연평도서군)와 북한해안선의 중간지점을 연하여 공정하게 설정되어 있다. 반면 동해NLL은 해안선 굴곡에 맞추지 않고 위도를 기준으로 하여 북한에게 유리하게 설정되었다. 그래서 북한이 동해NLL에 대해서는 요구사항이 전혀 없는 것이다.
우리가 서해NLL을 사수(死守)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먼저 한국의 서북도서 주변해역이 북한에게 넘어가고, 이어서 서북도서가 북한 해군·공군에 의해 봉쇄된다. 그러면 한국은 수도권 서측해역에 대한 해상우세권을 상실하게 되어 수도권 방어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따라서 서해NLL과 이남 해역은 한국의 국가생존이 걸린 핵심방어구역(CDZ: Critical Defense Zone)인 것이다. 한국은 어떤 희생을 치루더라도 서해NLL을 사수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서해를 지키는 우리 2함대장병들은 지금도 ‘전우가 사수한 NLL, 우리가 지킨다!’라는 구호를 함교(艦橋)에 게시하고 결의를 다지고 있는 것이다.
그 동안 북한의 해상침투전략은 끈질기고 집요했다. 그 사례를 살펴보자.
첫째, 한국의 생존과 직결된 서해NLL을 서서히 무력화하고 있다.
북한해군은 서해NLL을 부정하면서 1999년 6월 ‘연평해전’, 2002년 6월 ‘서해교전’을 각각 도발했다. 2000년 3월에는 우리의 서북도서 주위에 ‘서해 5개 섬 통항구역’을 일방적으로 획정(劃定)하고 선포했다. 그들은 기존의 NLL은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우리가 관할하는 서북도서 우도에서 서남쪽 방향으로 해상경계선을 그었다. 서북도서가 그들의 영해 내에 있는 섬이라고 우기면서, 우리선박의 항해는 북한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생떼를 쓰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억지에 우리정부가 강력히 반발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이후 북한은 서해 해상에서의 충돌을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NLL재설정’을 요구하기 시작해서 2007년 5월8일에 열린 제5차 남북 장성급회의에서도 반복 주장하고 있다. 북측의 의도를 간파한 우리정부가 북한의 주장을 묵살하자 그들은 5월10일과 21일, 30일, 그리고 6월10일 잇따라 해군사령부의 성명을 통해 ‘제3의 서해교전’ 발발을 경고하고 있다. 해상전투를 벌여서라도 NLL 문제를 국제적으로 잇슈화해서 그들의 ‘NLL재설정’ 목적을 달성하겠다는 의도다.
군사적 충돌을 피해보려는 우리정부는 지난 2004년 6월 남북해군함정 간 통신망을 개설하는 우(愚)를 저질렀다. 북한은 이를 기만용으로 수시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또 지난 5월 남북연결철도 시험운행에 관한 군사보장을 북한군부로부터 받는 조건에 현혹되어 남북국방장관회담에서 ‘NLL재설정’을 검토할 수가 있다고까지 양보하고 있다. 정부는 남북기본합의서(1991)에 명시된 내용을 존중하여 논의한다고 하나 북한은 이 합의서의 대부분을 사문화(死文化)한지 이미 오래다. 그리고 남북국방장관회담도 2000년 가을에 제1차 회의 이후 북한의 반대로 열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앞으로도 열릴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둘째, 북한상선이 한국 연안(제주해협 영해포함)을 자유롭게 항해하면서 통신·전자정보와 해양환경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과거에는 북한상선이 한국 영해와 연안을 항해하는 일은 없었다. 해안으로부터 아주 먼 외해항로를 이용했다. 그러다가 북한상선이 2001년 6월에 의도적으로 한국의 영해를 침범하는 해상도발을 자행했다. 북한상선 10여척이 6월 2일부터 14일까지 한국의 영해(제주해협 포함)를 침범해 마음껏 유린했다. 심지어 당시 제주해협을 항해하던 북한상선이 통신망으로 이 해로는 ‘김정일 최고사령관이 개척한 항로다’라고 강조하는 지경이 되었다. 그리고 이후 북한은 이 사태를 빌미로 제주해협 개방을 끊임없이 요구해 왔다.
정부는 국민의 기억이 희미해지자 북한에게 굴복하고 ‘남북 해운합의서(2004년)’ 후속조치란 미명아래 슬그머니 북한에게 일부영해(제주해협 포함)를 북한상선에게 개방했다. 이제 북한상선은 한국의 연안을 자유롭게 항해하고 있다.
문제는 북한상선의 우리 연안 항해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데 있다. 상선에 간단한 장비만 설치하면 통신감청, 전자파수집, 해양환경정보수집(수심·해저지형·저질·수온분포)을 쉽게 할 수 있다. 해양환경정보는 계절별·위치별로 다르기 때문에 같은 위치라도 반복수집이 필요하다. 전시(戰時) 군사작전(특히 잠수함전·기뢰전)에 꼭 필요한 소중한 정보자료다. 이 자료는 평시 정보함과 잠수함을 적지(敵地)에 보내야 수집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북한은 이런 어려운 작전을 할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국가소유인 상선에게 임무만 부여하면 되기 때문이다. 북한상선은 모두 정부선박이고 승조원도 공무원이다. 북한상선은 과거부터 정탐행위와 간첩행위를 해왔다. 심지어 국제법을 어기면서까지 테러·납치·마약운반에도 상선을 이용하고 있다. 1970년대 말 영화인 신상옥·최은희 부부를 홍콩에서 북한으로 납치한 선박도 북한상선이다. 1980년대 초 전두환 대통령을 시해하기 위해 버마(지금은 미얀마) 아웅산테러의 테러범들을 현지로 수송하고 인근해역에서 지원한 선박도 북한상선이다.
이런 북한상선이 아직까지 유일하게 항해하지 못했던 ‘서해NLL근해’도 이제 곧 통항이 자유롭게 될 것이다. 제5차 남북장성급회담에서 합의한 공동보도문에 ‘북측 민간선박의 해주항 직항운항’이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북한상선이 연평도 서방의 NLL을 가로질러 북한의 해주항에 자유롭게 입·출항하자는 것이다. 북한은 이 해역에 대한 해양환경정보가 필요했고, 그들은 이 회담에서 드디어 뜻을 이룬 것이다. 북한의 간교한 계획을 우리 국방부는 아직도 간파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
셋째, 북한상선이 부산항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북한은 오래 전부터 자국상선의 한국 주요 항구(특히 군항이 같이 있는 곳) 입항을 희망해왔다. 첫 번째 기회는 2002년 9월 아시안게임 때 찾아왔다. 북한 응원단·공연예술단(350여명)의 행사참가를 핑계로 북한상선이 부산항에 입항한 것이다. 망경봉-92호가 바로 그것이다. 응원단을 수송하고 이들의 숙박시설로 이용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알려진대로 이 배는 원래 공작용 선박이다. 북한과 일본을 오가는 정기화객선으로 오래 전부터 공작활동을 해왔고 재일동포의 북송과 일본인 납치도 이 배가 전담했다. 우리 국민들은 싣고온 미녀응원단(실제는 첩보요원)에 홀려서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넘겼지만, 이 배가부산항 주변과 이동항로에 대한 해양환경정보를 수집해 갔다고 봐야 한다.
또 지난 달 20일에는 북한상선 강성호(Kangsong, 1,853톤)가 부산항에 입항했다. 앞으로 월 3회 북한의 나진항과 부산항 간을 정기적으로 운항하기로 한 것이다. 남북한의 화해협력정책에 따라 추진하는 사업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안보적 측면에서 살펴보면 문제점이 많다. 부산 3함대사령부 해군부두에 정박한 우리 해군 함정과 출입항 현황을 근거리에서 촬영하는 등 군사정보를 얼마든지 손쉽게 획득할 수 있고, 부산항 접근로와 주변 해양환경정보도 수집할 수 있다.
부산항은 한국 제1의 항구로서 전시에 접적지역(接敵地域) 항구(인천·평택·동해 등)의 사용불가에 따라 많은 선박이 출·입항할 것이다. 그리고 부산항은 연합군의 주(主)양륙항만으로 병력과 전쟁물자의 대부분이 이곳을 통해 들어온다. 그래서 북한의 입장에서는 개전 초에 잠수함전·기뢰전 등으로 우선하여 봉쇄해야 하는 항구가 바로 부산항이다.
이상과 같이 북한은 서해NLL의 지속적인 무력화를 기도하면서 남북한 화해협력의 분위기를 틈타 상선을 이용해 중요한 해상작전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전시 해상작전에 필수적인 값진 군사·통신전자·해양환경정보가 북한으로 손쉽게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북한의 잠수함전 능력과 기뢰전 전력은 한국해군보다 우세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북한이 이런 정보를 계속 확보한다면 전시에 한국해군이 승전할 방법이 없다. 평시 한국 잠수함의 운용과 안전에도 큰 위험이 곧 닥칠 것이다.
이 모든 안보적 위험은 우리가 자초한 것이다. 안이한 대북관, 느슨한 대북 경각심, 감상적 민족관에서부터 북한상선에 대한 잘못된 인식 등에서 비롯된 것이다. 북한의 상선은 우리가 생각하는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체제의 민간상선이 아니다. 일반 국민도 안보적 차원에서 조금만 관심을 갖고 북한의 속내를 들여다 본다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다. 온 국민이 잘못된 대북 시각에서 벗어날 때, 더 이상 북한의 계략에 말려들지 않을 것이다. (konas)
김성만(전 해군작전사령관, 예비역 해군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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