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핵 문제
핵 문제를 둘러싼 미국과 이란의 대립구도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지난 1월 23일 부시 미 대통령은 새해 연두교서에서 “미국에게 적대적이고 중동을 지배하려는 시아파 극단주의자들의 위협에 직면해 있다”고 언급하면서 이란을 미국의 주적이라고 규정했다. CNN과 BBC를 비롯한 서구 언론들은 미국의 선제 공격설을 비롯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보도하면서 전쟁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이에 대해 아흐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2월 12일 미국 ABC 방송의 ‘굿모닝 아메리카’ 프로그램을 통해 “이란을 공격하는 누구라도 강하게 응징할 것”이라고 대응했다. 또한 5월 21일 이란의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는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세계정치에서 히로시마 원폭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란의 핵 문제는 2002년 8월 반체제 단체인 이란저항국민협의회(NCR: National Council of Resistance)의 폭로를 계기로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하지만 미국과 이란의 갈등은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되었다. 미국은 이란을 악의 축(Axis of Evil)이라고 규정하고 있고 이란은 미국을 거대한 사탄(Great Satan)이라고 부른다.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이란이 반미국가를 선언하면서 미국의 이란 정권교체 음모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란 핵 파일의 진실 게임
현재 이란은 핵 프로그램이 ‘평화적 에너지’를 개발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미국은 이란이 핵무기를 제조하려 한다면서 대이란 제재를 주도하고 있다. 이란은 우라늄 처리가 핵 발전 원료를 얻기 위한 평화적인 것이며, 핵확산금지조약(NPT) 틀 내에서 평화적 목적을 위한 우라늄 처리와 농축은 허용되어 있다고 강조한다. 이에 대해 미국은 핵 원료기술은 핵무기 개발에 그대로 적용될 수 있으며 비밀 우라늄 농축시설을 가동해 핵무기 개발 기술을 얻으려 한다고 주장한다.
지금까지 이란 핵시설에 대한 사찰을 벌여 온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란이 비밀 핵무기 개발시설을 갖고 있다는 미국의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IAEA는 2003년 보고서를 통해 무기급으로 농축된 우라늄 흔적이 발견되었다고 밝혔지만 이것은 외국에서 반입된 핵 장비에 묻어 들어온 것으로 확인되었다. IAEA 안전사찰부 사무차장직을 역임했던 브루노 펠로드(Bruno Pellaud)는 2005년 6월 스위스 뉴스(swissinfo)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의 핵무기 제조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서 다음과 같이 답변했다.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만약 이란이 군사 프로그램을 가졌더라면 IAEA와 추가 의정서를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은 가지고있지 않다.” 2006년 9월 4일 잭 스트로(Jack Straw) 영국의 전임 외무장관도 “어떤 결정적인 증거도 없다. 따라서 군사 공격을 위한 어떠한 정당성도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이란의 핵 위기는 2002년 8월 이란 정부가 비밀 핵시설에서 우라늄 농축활동을 계속하고 있다는 반체제단체 이란국민저항협의회의 제기에 의해서 표면화되었다. 하지만 이란의 핵 사태는 사실상 중형탄도 미사일 개발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2002년 2월 20일 이란은 유효 탑재량 1.2 톤, 사정거리 약 1,300 km의 중형탄도 미사일인 샤하브 3(Shahab-3)를 실전 배치했다. 샤하브 3 미사일의 개발은 미국에게는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1997년 미 정보부는 의회에서 이란이 중형탄도 미사일을 개발하기까지 약 10년 정도 걸릴 것이라고 보고했고 1999년 말 미 국방성의 고위 관료는 이란이 미사일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수차례 실험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샤하브 3 미사일은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및 터키를 공격할 수 있는 것으로 중동의 군사지형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이것은 중동에서 미국의 동맹국과 그곳에 배치된 미군에게 직접적인 위협요인이 될 수 있다.
이란 핵과 미국의 이중 잣대
가장 중요한 문제점은 핵 문제에 대한 미국의 이중 잣대에 있다. 미국은 자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선별적으로 핵 문제를 다루었고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의 핵 개발 문제에 대해서는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스라엘, 인도 및 파키스탄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지만 NPT에 가입하지 않고 있고 핵무기프로그램에 대한 유엔 안보리 결의안 제 487조(1981년)와 1172조(1998년)를 위반하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006년 7월 31일 이란의 우라늄 농축 활동을 전면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 제1696호(제재 위협)를 채택했다. 7월 12일부터 이스라엘은 헤즈볼라 제거라는 명분으로 레바논을 침공하였다. 이 전쟁으로 레바논의 희생자가 1천명을 넘었고 레바논 인구 1/4 이상이 난민이 되었으며 사회기반시설이 초토화되었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에 대한 유엔 안보리 결의안 채택은 미국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되었다. 이 두 사안 중 과연 어느 것이 국제평화와 안보를 위협하는 것인가?
유엔 안보리는 결의안 제1737호(비군사적 제재:2006년)와 제1747호(비군사적 추가 제재: 2007년)를 채택하여 이란에 대한 제재 대상을 확대하고 금융지원을 제한하는 등 제재수단을 구체화하였다.
부시 행정부는 이란의 핵문제에 대해서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사실상 이란의 핵개발에서 미국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란의 핵개발 역사는 1950년대부터 시작되었고 아이젠하워 행정부에서 카터 행정부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1957년 미국과 이란은 첫 번째로 핵 협력 협정을 체결했다. 이후 20년 동안 미국은 이란에게 기술적 지원 뿐만 아니라 농축 우라늄과 플루토늄과 함께 핵원자로를 제공했다. 포드 행정부 시기에는 이란에 8개의 핵 원자로 판매를 승인했다. 그러나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이란이 친미에서 반미로 선회하자 미국은 대이란 봉쇄정책을 추진하였다.
이란의 핵 민족주의 운동
아흐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핵 주권론을 주장하면서 핵 민족주의 운동을 표방하고 있다. 그는 2005년 6월 대선 승리 이후 기자회견에서 핵개발이 이란국민의 침해받을 수 없는 고유권리라고 말하면서 에너지, 의료, 농업 분야에서 필요한 핵기술을 추구할 것이라는 의지를 밝혔다.
이란의 핵 개발은 이란 국민들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고 보수파와 개혁파 모두 하나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것은 이란 주변의 지정학적인 상황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이란의 동쪽에는 파키스탄이 있고 600마일 떨어진 서쪽에는 이스라엘이 있다. 또한 1990년대 이후 이스라엘과 터키의 관계가 강화되면서 이란은 안보위협에 대비해야 한다는 시각이 나타났다.
이란은 핵 문제를 1950년대 모사데크(Mosadeq)의 석유 민족주의 운동과 연결시켜 핵 민족주의 운동으로 확산시키고 있다. 이란은 NPT 하에서 평화적 핵 에너지 개발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이고 핵 문제를 이란의 주권과 결합시키고 있다. 1999년초 CIA 국장 조지 터넷은 의회 증언에서 “이란의 개혁파와 보수파는 적어도 한가지 점, 즉 대량살상무기가 방어의 필수요소이며 선결 과제라는데 합의했다”고 언급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이란의 대량살상무기 개발은 이란 내에서 강력한 지지를 받고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흐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핵 민족주의 운동을 통해 자신의 통치권을 강화시키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현재 이란사회는 보수파와 개혁파의 대립, 보수파 내부의 갈등 등 다양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비록 그가 보수파의 지지로 당선되었지만 그의 지지기반과 이론적 토대는 보수파와 구별되면 이를 신보수파라고 부를 수 있다. 신보수파의 지지기반은 급진적인 성직자, 군부 및 민병대이다. 신보수파의 이론적 토대는 이슬람가치를 수호하는 보수파와는 달리 사회정의를 강조하고 있다. 그는 이슬람혁명 이후 가장 강력한 권력을 가진 대통령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란의 독특한 정치구조에서 대통령의 권한은 상대적으로 제한되어 있고 최고지도자가 국가의 최고결정권자이다. 하지만 그는 핵 문제를 통해서 대내적으로 자신의 입지를 강화시키고 있다.
이란의 핵 위기와 국제사회의 대응
이란의 핵 사태는 이란과 IAEA의 사찰, 미국의 협박, 유럽연합의 중재 등 일련의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미국과 유럽연합은 이란의 핵문제를 접근하는 방식에서 커다란 차이를 가지고 있다. 미국은 이란의 핵문제를 군사적인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지만 유럽연합은 정치적인 측면에서 해결하려 한다. 미국은 제안한 제재조치가 실패할 경우 유엔의 강력한 군사행동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유럽연합은 협상을 통한 평화적인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이러한 차이점은 유럽과 이란의 경제관계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유럽연합의 트로이카 영국, 독일, 프랑스 3국이 협상대상자로 나선 이유도 이러한 측면이 고려된 것이다. 유럽연합은 이란에게 이란과의 경제협력, WTO 가입허용, 상용항공기 판매 등 경제적 이익을 제시했다. 이란은 핵관련 모든 프로그램을 영구히 포기하는 것에 대해서는 거절하고 있지만 부분적인 핵개발 중지에 대해서는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전면 포기를 주장했고 유럽연합도 미국 측의 주장에 동조하면서 협상이 결렬되었다. 이란은 미국과의 직접협상을 제시하고 있고 안전 보장을 비롯한 근본적인 문제를 요구하지만 미국은 이란과의 직접적인 핵협상을 거부하고 있다.
미국의 재무부는 작년 10월 헤즈볼라의 테러지원혐의로 이란의 사데라트 은행의 미국 내 자산을 동결했고 미국인의 금융거래도 전면 금지했다. 1월에는 북한과 금융거래를 한 세파 은행에 대해서도 같은 조치를 취했다. 이 조치는 이란에 대한 일종의 금융 제재로 볼 수 있다. 이란 정부는 작년 12월 자국 보유 외환을 달러화에서 유로화로 바꾸고 석유 판매대금 등 모든 외환거래를 유로화를 사용하겠다고 선언했다.
미국은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 뿐만 아니라 군사제재까지 포함한 결의안을 채택하려고 한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이란의 핵문제가 IAEA에서 해결되어야 한다는 입장이고 군사행동을 합법화할 수 있는 제재조치에 대해서 반대하고 있다. 특히, 이란에 석유의존도가 점차 증가하고 있는 중국의 입장은 미국의 일방적인 이란의 제재에 커다란 장애요소로 등장하고 있다. 이란은 사우디아라비아 다음으로 중국의 제2위 석유공급국이다. 또한 2001년 6월 출범한 상하이협력기구(SCO)는 반미연합전선을 구축하고 있다. 이 기구의 회원국은 중국, 러시아, 카자흐스탄, 키르기즈스탄, 타직키스탄, 우즈벡키스탄이고 2006년 이란을 비롯한 파키스탄, 인도, 몽골 등 4개국에 옵서버 자격을 주기로 했다.
결론: 이란의 핵 해법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이란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논의와 틀이 필요하다. 기존의 이란과 유럽연합의 핵협상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이란 핵 해법을 위해서는 7자회담(미국, 유럽연합 3국, 러시아, 중국, 이란) 또는 이란과 미국의 직접대화를 통해서 해결되어야 한다. 미국이 핵협상에 참여하지 않고는 근본적으로 이란 핵문제를 처리할 수 없다.
국제적인 핵연료 전문가그룹(의장 브루노 펠로드)은 2005년 2월 22일 핵연료주기에 대한 다자적 접근이라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기존 핵연료주기 시설을 다자적 접근시설로 전환하여 핵보유국과 비핵보유국 뿐만 아니라 NPT 미가입국도 포함하여 운영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핵연료주기 시설에 대한 공동 관리를 추진하는 것이다. 이러한 제안은 핵의혹에 대한 불신을 해소할 수 있고 투명하고 공정한 대처가 가능하다.
이란은 풍부한 석유자원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중요한 시장이기도 하다. 이란으로부터 한국의 원유수입량은 약 11% 정도이며 이 규모는 4위에 해당한다. 또한 이란은 한국의 최대 중동시장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란 핵문제에 대한 체계적인 정책과 대안이 요구된다.(konas)
유달승 (한국외국어대학교 이란어과 교수 dsyu@hufs.ac.kr)
출처:세종연구소 '정세와 정책'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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