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 폐기' 끝내 실패하고 마는가?
힐 차관보에 이어 IAEA 사찰단이 평양을 들어가면서 영변 원자로도 폐쇄 되고 6자회담도 곧 재개 된다니까 북한 핵문제가 이미 다 해결 된 양 환호성이 높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13년 전으로 되돌아가는 것뿐이다. 그리고 그 13년 동안 이런 회담이 어디 한 두 번이었던가? 그것도 매번 '성공적'이었다고 했었다. 그렇지만 같은 시간 북한은 '더욱 성공적으로' 핵을 개발해 왔고 끝내는 핵 실험까지 거침없이 내달렸다. 더욱이 지금은 북핵문제의 핵심과제가 낡은 원자로 하나가 아니라 8발 아니 20여발까지 추정 된다는 기존 핵탄두와 50kg에 달하는 핵 물질의 폐기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은 여전히 거의 없는 반면 오히려 북한은 제법 신뢰성이 높은 단거리 미사일을 개발함으로써 핵과 미사일이 결합된 보다 효과적인 ‘핵 타격체계’를 발전시키고 있다. 북한은 낡은 원자로 하나를 버리는 대신 사실상 오히려 더 크고 새로운 차원의 위협을 발전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그 사이 주변 분위기도 북한 핵을 기정사실화 하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는 모양새다. 예컨대 중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흔히 ‘북 핵 폐기 불가능 설’을 주장한다. 지난 6월 북경의 한 세미나에서도 ‘북한 핵 폐기는 정치적 차원에서는 몰라도 현실적으로는 불가능 할 것’이라고 제법 의미 있는 말이 나왔다. 뿐만 아니라 얼마 전 워싱턴에서도 미 의회의 한 한반도 전문가가 우리 야당 국회의원에게 ‘미국도 사실상 북한을 핵 국가로 인정하는 분위기’라며 친절하게도 ‘김정일이 가 이긴 것’이라는 설명까지 했다지 않는가?
그런데 북한은 그 동안 하다못해 헛말이라도 ‘적화통일’을 포기한다고 한 적이 없다. 또 평화적 경쟁으로는 북한이 우리를 이길 수가 없고, 그걸 알면서 핵을 갖고도 인내하며 궁극적 패배를 자초 할 북한도 아니다. 더욱이 남북관계에서의 핵은 고스톱 판의 싹쓸이 패와 같다는 것이 아닌가? 북한의 핵 타격체계가 완성되고 기정사실로 굳어지면 대한민국이 핵 인질이 되어 적화의 문턱을 끌려 넘는 조종(弔鐘)이 울리게 될지도 모르는 것이다.
결국 중국이나 미국에 있어서의 북한 핵 문제란 그저 수많은 세계적 안보 이슈의 하나에 불과하지만 한국에게는 죽고 사는 문제인 것이다. 당연히 증대하는 북한 핵의 폐기에 가장 목을 매야 할 당사자도 한국이다. 또 한국이 적극 참여하지 않으면 경제건 군사건 어떤 대북 제재도 성공하기 쉽지가 않고 하물며 북한을 자극한다느니 앞장서서 발목을 잡으려 들면 북 핵 해결은 사실상 불가능해 진다. 한국의 참여와 의지가 가장 중요한 것이다. 그럼에도 한국은 ‘북한 핵은 자위용일 뿐’이라며 앞장서 거들고 걸핏하면 언필칭 ‘평화’로 국제적 압력도 막아 나섰다. 미국의 전문가들에게 북 핵 정책의 변질을 힐난하고 완전한 폐기를 강조하면 ‘먼저 한국 정부에 말하라.’고 비아냥댄다. 한국 때문에 안 된다는 어투다.
북한 핵 실험-가만 생각해보면 그것은 우리가 앞으로도 같은 길을 걸으면 북한 핵의 폐기는 사실상 불가능 할 것임을 예고해 주는 경종(警鐘)이었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제 식량이며 유류를 퍼 나르는데 그치지 않고, 차제에 정상회담과 종전선언까지 기획하고 있다고 한다. 북한 핵은 최선의 조건 속에서 빠르게 기정사실이 되어 갈 것이다. 같은 실패를 반복해도 정도 문제지 해도 해도 너무한다 싶다. 이런 판에 이제는 야당까지도 ‘북한 핵 폐기가 전제되지 않아도 경제지원은 계속 할 것’이라고 선언하고 나섰다. 북한에게는 마음 놓고 얼마든지 핵을 더 만들어도 좋다는 신호요, 미국에게는 야당이 집권해도 미국과는 다른 길을 갈 것이라는 선언이 될 것이다. 대선에 이길 신기묘산(神技妙算)이나 되는 듯 생각할지 모르지만, 원칙을 던져버린 그 파격이 과거 촛불시위에 들러리 섰던 전철을 그대로 밟게 될 것임은 물론 우리에게 겨우 겨우 살아남아 있던 승리의 마지막 기회마저 짓밟을 가능성이 더 높지 싶다. 자칫 애꿎은 우리의 아들딸들만 정말로 북한 주민의 저 참혹한 삶을 살게 되는 것이나 아닌지 참으로 답답해진다.(konas)
김희상(명지대 초빙교수, 한국전략문제연구소장, (예)육군중장·政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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