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동포 '千人坑' 학살피해자 위령제
권오강 회장 "위령제 봉행 위해 국가보훈처 나서주어야"
"천인갱의 영령들이시여, 이제는 모든 시름 털고 극락에서 고단한 몸 편히 뉘시고 고이 잠드소서!"
향불 내음과 국화 향이 그윽하게 진동하는 가운데 일제에 강제 징용돼 형언키 어려운 수난을 겪다 해방의 기쁜 소식도 듣지 못한 채 침략만행을 숨기려는 일 제국자들의 총칼에 참혹하게 숨져간 1천여 한국인 강제 노역자 원혼을 달래는 영가 천도 위령제가 인천의 한 작은 사찰에서 엄숙하게 거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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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주사가 지난 2005년 7월 이들 원혼들에 대해 영가 천도제를 봉행 한 이후 금년이 2주기 위령제다.
정부관계당국과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한 자리였지만 이 날 위령제의 의미는 남달랐다.
국력이 미약하고 나라를 지킬 여력이 없으면 국민은 어떤 상황에 처하게 되는 가를 여실히 일깨우는 자리였으며, 억울하게 숨져간 희생자들을 위해 살아있는 후손들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를 새삼 되새기게 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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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한편으로 안타까운 점은 억울한 희생을 당한 이들 고혼들을 위해 일본 당국은 사실 인정을 부인한 채 전혀 엉뚱한 궤변으로 역사적 진실을 왜곡하고 있다는 것과 관계당국의 손길 또한 예산부족을 이유로 지지부진,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945년 8월 15일 해방 직후, 국내외에서 온 국민이 나라를 되찾은 기쁨에 들떠 있을 무렵, 중국의 휴양지인 해남도 남정현(일명 조선촌)에서는 일본 군경에 의한 천인공노할 참혹한 학살만행사건이 자행되었다.
일제는 해방직전까지 이 지역에 군수공장을 세워놓고 한국인 1천여명을 징용해 강제노역을 시켰다. 하지만 해방이 되었음에도 일제는 해방 사실을 숨긴 채 이들 징용자들이 한국으로 돌아갈 경우 일본군의 악행과 만행이 폭로될 것을 우려해 군수공장 인근에 구덩이를 파게 하고 한곳에 집단으로 모아 놓은 채 총칼로 난자하고 나무에 못을 박아 살해한 뒤 암매장한 이른바 조선인 천인갱(千人坑) 사건을 일으켰다.
이러한 사실을 인지한 인천광역시 문학동 소재 태고종 소속 용주사(주지 해월 이상연 스님)와 대한민국 육·해·공·해병대 예비역 영관장교연합회(회장 권오강)는 합동으로 2005년 3월 중국 현지를 방문해 암매장터를 확인하고 돌아온 뒤 같은 해 7월 23일 비록 유해는 환국하지 못하더라도 영혼이라도 미리 고국산천을 찾을수 있도록 1천여 영혼을 모시고 '유해발굴 촉구 영가천도 봉안식' 을 거행했다.
그리고 23일 오전 11시 용주사에서 2주기 위령제를 거행 한 것이다. 용주사 대웅전 앞마당에서 펼쳐진 이 날 위령제에는 예비역 영관장교 연합회 회원 등 70여명이 참석해 일제에 의해 꽃다운 젊은 나이에 비명에 간 원혼들의 넋을 달래고 극락왕생을 기원했다.
권오강 영관장교 연합회장은 추도사를 통해 "우리 동포 1천 여명이 일본군에 강제 징용 당해 중국 해남도 남정현에서 강제노역 당하고 있던 중 8·15해방을 맞이하였으나 (일제는) 그 사실조차 숨긴 채 후환이 두려워 만행 흔적을 없애고자 동포들에게 구덩이를 파게 해 휘발유로 불태우고 칼로 난자해 생매장하는 등 인간으로서는 차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야만적인 수법으로 집단 학살했다"고 일제의 만행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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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회장은 이어 2005년 현지를 방문해 암매장 한 사실을 확인한 당시를 거론하고는 "영관장교연합회원들은 현지에서 영령들이 잠들어 있는 현장을 목격한 후 잠시도 잊은 적이 없으며, 조속한 유해발굴과 환국이 이루어 질 때까지 꾸준히 계속 노력할 것임을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권 회장은 또 지금까지 일제강점하 강제동원 피해진상규명위원회를 비롯해 각계에 진상확인을 요청했으나 제대로 되지 않는데 대해 안타까운 말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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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 정권이 바뀌고 희망의 새 정권이 들어서면 소원대로 영령들을 조국의 품안으로 편안히 모시게 될 것으로 믿고 또 바라고 있다"면서 "저희들은 영령들께서 조국에 환국 하시는 그 날까지 영면과 영가천도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이어 해방 전 일본 군대에 이병으로 징집돼 북한의 청천강 지역에서 목교 제작 공사에 동원돼 숱한 고비를 넘기다 만주로 이동해 해방을 맞았다는 박상준 한국유격군전우회 총연합회장도 추도사에서 일본의 천인공노할 만행을 규탄하고 "일본은 범죄행각을 시인하고 사죄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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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회장은 "1천 여명이 넘는 징용자를 군사용 토굴에 묻어 생매장한 사실이 지금에야 확인돼 통탄을 금할 길 없고 만시지탄이라 아니 할 수 없다"면서 "잔악 행위에 대한 보상은 차치하고라도 반인륜적 살인 만행을 무엇이라 사죄하고 변명할 것인가?"며 "2차세계대전에서의 나치의 만행도, 진시황제의 분서갱유 사건도 이렇지는 않았다"고 세계사에 유례가 없는 일제의 잔악상을 고발하고 분노를 표출했다.
박 회장은 이어 일본 당국에 고한다며 "혼령에 죄과를 시인하고 사과 반성하며 진상을 철저하게 밝혀주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목청을 돋웠다.
위령제가 끝난 후 권오강 영관장교연합회장은 "지난 2005년 천인갱 희생자들에 대한 천도제에서부터 오늘 위령제에 이르기까지 모든 행사를 용주사 혜월 스님께서 사비를 들여 봉행하고 있다"면서 "내년부터는 정부가 위령제를 직접 봉행 하던가 아니면 정부차원의 지원이 있게 하던가를 국가보훈처에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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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참석자들도 "국가가 있어도 나라의 힘이 미약해 강제로 징집되어 희생된 동포인 만큼 국가차원의 지원이 있어야 함은 당연한 일로 의당 정부가 나서야 한다"며 정부차원의 조치가 반드시 이루어 져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런데 용주사 혜월 스님은 우리국군창설의 모태인 국방경비대 출신으로 6·25전쟁시에는 다부동 전투 등에 참전한 참전용사로 전쟁 중 현지 임관해 지난 70년 육군소령으로 예편했다. 전역 후 불교에 귀의, 37년 동안 호국불교사상 전파에 정려하며, 군부대 영가천도를 기원하는 자원봉사에도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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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천인갱'은 지난 98년 조선일보에 그 존재사실이 가십기사로 소개되었을 뿐 주목을 받지 못하다 2005년 3월 혜월 스님과 영관장교 연합회가 해남도 현지를 방문, 현지인들의 증언을 청취하고 관련 자료를 모아 '일제강점하 강제동원 피해진상 규명위원회' 등 관계당국에 알리고 유해 발굴을 위한 활동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혜월 스님은 지난 2005년 사비 1천여 만원을 들여 천도제를 봉행 한데 이어 지금까지 계속해서 자비로 위령제를 추진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이 행사가 지속적으로 제대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관계당국의 현지 실사와 병행해 적극적인 예산 지원이 뒷받침 되어야할 것으로 보인다.
건국 60주년을 1년 앞두고 해외에서 독립운동을 전개한 독립지사들의 순국100주년 기념행사가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의당 후손으로서 그 분들의 위훈과 업적을 기리고 받들어후세에도 되물려주어야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사할린을 비롯해 일제에 강제 징용돼 아직도 조국을 그리워하는 생존 강제 징용자를 비롯, 일제 만행에 학살된 확인된 유골들만이라도 정부는 우선적인 조치와 발굴작업을 벌여 나가야 할 줄 안다. 그것은 곧 국민이 있음으로서 또한 국가가 있기 때문이다. (Konas)
이현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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