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8군 재편 양상과 전망
2007년 7월 일부 한국 언론은 주한 미 8군 사령부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후에도 한반도에 주둔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이러한 보도에 대해 주한 미군사령부는 "잠재적 오해"(potentially misleading)의 가능성이 있다면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주한 미군사는 미 8군 사령부가 현재 미 육군의 "변환"(transformation)에 따라 미래형 군사령부인 UEy(Unit of Employment y)로 재편 중이며 사령부가 어디에 위치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확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본고에서는 미국의 8군 재편 양상을 추적하고 최종 모습을 예측해 보고자 한다. 미국은 현재 추진하고 있는 변환을 통해 "위협에 기초한"(threat-based) 것이 아닌 "능력에 기초한" (capability-based) 전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즉, 누가 적인지 혹은 어디서 전쟁이 일어날 것인가에 중점을 두지 않고 적과 어떻게 싸울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냉전시대 특정 위협에 대처하여 붙박이 전력을 운영하던 것과는 기본부터 다른 형태로 전력을 구축하고 운영하고자 한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미 8군은 북한이라는 특정한 위협에 대비하는 냉전형 편제이다.
미 8군은 태평양 전쟁시 극동군 사령부의 주력 구성군으로 맥아더 극동군 사령관의 지휘 하에 있었다. 한국전이 발발하고 유엔군사령부가 창설되어 맥아더 장군이 유엔군사령관으로 임명되자 휘하의 편제를 유엔군과 통합시키는 과정에서 8군 사령부가 주한 미 지상군의 작전지휘임무를 맡고 대구로 사령부를 이전하였다. 이후 인천상륙작전과 북진 기간 동안 투입된 미 10군단을 제외하고 8군이 유엔 지상군의 주축이 되어 한국전을 수행하였다. 한국전쟁 때 최대 3개 군단과 8개 사단을 운영하였던 8군은 한국전 이후 7개 사단으로 축소되었고 이후 2사단과 7사단만 남았다가 닉슨 대통령때인 1971년 7사단이 미국으로 철수하여 해체되었다. 2사단에 편제된 3개 여단의 경우 제3여단은 미국 워싱턴 주에 위치하며 1여단과 2여단이 한국에 주둔하였으나 2004년 2여단이 이라크에 파병되어 현재는 1여단만 남아 있는 상태이다.
위와 같이 실제 휘하에 군급에 해당되는 전투 전력이 없이도 상당기간 8군 사령부가 한국에 존재한 이유는 북한에 의한 한반도 유사시를 대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작계 5027에 따라 북한 남침시 대응하기 위해 증원되는 군급의 미 지상군을 지원하고 통제하기 위해 8군 사령부를 존속시킨 것이다. 이는 북한이라는 특정한 위협에 대비한 편제로 부시행정부가 추진하는 변환의 개념과 맞지 않는다. 따라서, 미국이 8군 사령부를 더 이상 북한 위협에 한정한 지휘부로 운용하지 않고 전세계를 대상으로 능력에 기초한 전력 건설이라는 개념에 따라 재편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한정된 위협에 대비하는 한국보다는 이외의 지역에 사령부를 위치시켜 세계 분쟁을 관리하고자 할 것이다. 또한, 미국은 한국에 사령부를 둘 경우 한반도 이외 지역의 투사와 관련된 전략적 유연성에서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음을 고려할 것이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한미동맹의 측면에서 볼 때도 8군 사령부의 한국 잔류 가능성이 커 보이지 않는다. 미국은 전시작전통제권이 한국으로 전환되고 연합사가 해체되는 상황에서 더 이상 한국방위를 주도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즉, 한국방위의 한국화를 모색하고 미국은 지원 역할로 전환하는 등 "한반도 방위동맹"(Robust Peninsular Alliance)에서 "조정 된 한반도 방위동맹"(Reconfigured Peninsula Alliance, 지원대기 안보동맹)으로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지원대기 안보동맹으로 바뀌면 우선 한반도 유사시 증원되는 미군 전력의 수준이 변화할 수 있다. 미국은 한반도 유사시 대규모의 지상군을 투입하기 보다는 공군과 해군력 위주로 지원할 가능성이 있다. 2006년 9월 버웰 벨 주한미군 사령관은 "8군 사령부가 됐든 100km 떨어진 곳의 사령부가 됐든 중요한 것은 전시에 미국에서 어떤 병력이 증원되느냐 하는 점"이라면서 "8군 사령부는 전쟁수행사령부가 아니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는 투사되는 전력의 숫자보다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의미인 동시에 투사되는 지상군의 지원과 통제를 위해 유지해온 8군 사령부의 효용성도 감소했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즉, 미국이 유사시 더 이상 대규모 지상군을 투입하여 한반도 방위를 책임지는 형태가 아닌 방향으로 동맹이 재편되는 시점에서 8군의 효용성은 그만큼 떨어지고 반드시 한국에 위치할 필요도 없다는 것으로 볼 수있다.
현재 진행 중인 미군의 군사령부급 재편의 모습을 통해서도 미 8군의 재편 양상을 유추할 수 있다. 미국은 현재 다섯 개의 육군사령부를 미래형 군사령부인 UEy로 개편 중에 있다. 미국은 8군 사령부도 총 5개 군사령부 재편의 일환으로 육군 UEy로 재편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국내 위치한 북부사령부, 중부사령부, 남부사령부와 벨기에에 있는 유럽사령부, 하와이에 위치한 태평양 사령부 중에 8군 UEy는 태평양사 육군사령부와 통합할 가능성이 있다.
기존 지휘체제를 보면 주한미군은 태평양사에 통제를 받으나 유사시에는 태평양사 산하 미군부대가 한미연합사로 배속되어 한미연합사령관의 지휘 하에 전쟁을 수행하게 된다. 따라서, 한미연합사가 해체될 경우 미국은 지휘권을 태평양사로 통합하여 융통성을 갖고 한반도 유사시를 대비하고자 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과 제도적으로 통합된 한미연합사와는 달리 태평양사가 전쟁을 지휘할 경우 미국의 독자적인 판단 범위 및 유연성은 그만큼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주한미군 사령부의 통제를 받으며 주한미 지상군을 지휘하던 8군 사령부는 태평양사로 귀속될 것이다.
제도상으로 표현하면 위와 같지만 사실은 주한미군 사령관이 미 태평양육군 사령관과 한미연합 사령관을 겸직하고 있기에 재편이 이루어지면 한미연합 사령관의 모자는 버리고 미 태평양육군 사령관의 모자는 다른 사람에게 이양하는 형태가 될 것이다. 조직이해 차원에서 볼 때도 미 육군은 위의 방안을 선호할 가능성이 있다. 태평양사 UEy 사령부에 새로운 육군 대장의 보직이 생기기 때문이다. 또한, 없어지는 8군 사령관의 경우 주한미군 참모장이 겸직하고 있기에 모자만 벗으면 된다. 기존의 대장이 보임하던 주한미군 사령관의 경우 한미연합사가 해체되고 태평양사가 한반도 유사시를 통제할 경우 직급 하락의 사유가 발생하나 유엔군 사령관을 겸직하고 있기에 대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시점에서 미국이 재편되는 8군 UEy 사령부의 위치를 어디로 할지 확정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지만, 태평양사 육군사령부로 8군 UEy가 통합한다면 기존의 사령부가 위치한 하와이에 위치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8군 사령부의 명칭은 사라질 것으로 보이며, 새로운 UEy가 한국에 있는 2사단 UEx 사령부와 일본 자마로 이전이 확정된 미 1군단 UEx를 지휘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미국은 새로운 UEy를 통해 한국과 일본의 두 개 UEx를 일본의 동부지역과 한국의 동남지역을 연계한 "군수지원" 허브와 사세보 해군기지, 오키나와 기지와 한국의 오산 평택 등 서남지역을 연계한 "전력투사" 허브로 연계하고자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미국은 한국전쟁 이래 구축된 다양한 지휘체제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한미연합사는 한국의 주도로 재편이 시작되었지만, 8군 사령부는 미국의 세계전략 차원에서 개편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아직 미국의 재편 계획이 공개적으로 알려지지 않았기에 한국의 득실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한국은 미국이 시도하는 한미동맹 및 주한미군 지휘체제 재편의 전체적인 그림을 여러 퍼즐을 통합하여 먼저 맞춘 후 한국의 득실을 계산하고 입장을 정리하여 미국과 협상해 나가는 지혜가 필요해 보인다.(konas)
박원곤(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jane0121@dreamwiz.com)
출처:KI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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