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초라한 대한민국
아프간에서 지난 달 19일에 피랍된 우리 국민 21명이 생사의 갈림길에서 몸부림치고 있다. 이미 2명은 테러분자에 의해 처참히 희생됐다. 천인공노할 탈레반의 만행을 보면서도 우리 정부는 마땅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 대변인이 몇 번 나와서 탈레반을 비난하면서 좌시하지 않겠다는 성명이 전부다. 왜 이렇게 되었는가. 무엇보다도 국력이 약해서 그렇다.
국력이란 정부의 지도력, 군사력, 외교력, 경제력, 국제사회 기여도 등이 통합적으로 작용한다. 현 정부의 국민 지지도가 10~20%정도로 외국에서 한국정부의 수준을 자연히 낮게 평가하게 된다. 탈레반의 협박에 정부가 나서서 금년 말에 철군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굴욕적이다. 겁에 질려서 철군을 서둘러 발표한 것도 적절치 않다. 결과적으로 테러단체의 협박을 수용하는 꼴이 되었다. 독일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정부가 우리 언론의 아프간 현지취재를 금지했다. 그래서 현지정보를 외신에 의존하고 있다. 이들이 혼란스럽게 쏟아내는 정보에 온 나라가 일희일비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것들이 정부 지도력의 단면이다.
군사력도 대량살상무기(핵무기 등)로 무장한 북한군을 혼자 상대해도 문제없다던 우리 국군이 이번에는 너무 조용하다. 외국에 나가 단독으로 전투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인질구출작전도 미국의 도움이 없이는 사실상 불가하다. 내면을 살펴보면 허약한 군사력 그 자체다.
외교력도 턱없이 미약하다. 대통령특사가 아프간에 가서 빈손으로 돌아왔다. 아시아 지역포럼에서 외교통상부장관의 외교도 허탕이다. 정부만 믿고 있을 수가 없어서 국회 4당대표가 도움을 얻으려 미국으로 서둘러 가고, 피랍자 가족이 주한 미국대사관 앞에서 미국의 도움을 요청하고 있는 지경이다.
경제력만 세계 13위를 겨우 유지하고 있다. 국제사회를 위한 기여도는 한마디로 너무 형편없다. 아프간·이라크에서 테러와의 전쟁에서 우리는 전투병 파병요청을 거부했다. 과거 6·25전쟁에서 받은 국제사회의 도움을 갚을 기회를 스스로 상실한 것이다. 피를 흘릴 각오를 한 국가와 의료·건설지원만 하는 국가는 국제평화에 기여하는 정도가 다르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테러지원국의 대부(代父)인 북한에 대해 무분별하게 지원하여 북한의 핵무장을 가능하게 하였다. 북한의 핵은 이제 세계평화를 위협하고 있다. 북한 핵실험에 대한 유엔결의1718호도 무시하고 대북 퍼주기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국제사회로부터 정상적인 국가로 평가받을 수가 없다. 그래서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은 한마디로 초라하다.
지난 7일에 열린 미-아프간 정상회담에서도 좋은 소식은 없다. 정부는 오늘(9일) 열리는 아프간-파키스탄 대규모 부족장회의에 한 가닥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나 탈레반이 죄수 맞교환만을 요구하고 있기에 사태해결이 결코 낙관적이지 못하다.
일부 정치인과 사회단체들이 이번 사태의 책임을 미국으로 돌리고 반미장사를 하고 있는 것은 매우 잘못된 것이다. 그동안 그들은 친북반미를 주장하던 사람이다. 차라리 테러지원국인 북한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할 것이다. 평양에 가서 지원을 직접 요청하고 북한의 테러지원 비난데모도 해야 할 것이다.
인질사태를 해결해야 할 주체는 분명 한국과 아프간이다. 미국이 아니다. 미국, 우방국과 유엔은 우리를 도와줄 뿐이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정부는 인질의 조기석방을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 대통령 특사가 빈손으로 왔다고 아프간 주재 한국대사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있어서는 안 된다.
인질구출작전도 인질들이 여러 곳으로 분산 수용되어 시행이 어렵게 되었다. 이제 한 가지 방법은 탈레반과의 직접협상이다. 그러나 그들의 요구사항이 맞교환이라 낙관하기 어렵다. 최악의 경우 직접협상에서 성과가 없으면 죄수들과 맞교환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할 절박한 처지다.
지난 3월 이태리 언론인 1명과 죄수 5명이 맞교환한 사례도 있다.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고 있는 아프간의 입장은 우리의 요구대로 다수의 죄수들을 풀어줄 수 없는 처지다. 공개적으로는 그렇게 천명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수감기간이 지난 여자 죄수를 아프간 정부가 사면하는 방법도 있다. 아프간 정부와 우리 정부간 비밀리에 합의하면 성사될 수가 있다. 한국정부의 외교력 발휘 여하에 따라 인질의 안위가 달려있다. 아프간에서 한국군의 기여도가 부족하면 전투병을 대신 파병하면 된다. 죄수들을 석방하는 대신에 우리 전투병이 탈레반 폭도들을 다시 체포하여 테러와의 전쟁에 직접 기여하는 방안도 있다.
한 가지 우려되는 바가 있다. 아프간 인질사태가 교착국면에 처하자 어제(8일) 정부는 남북정상회담 개최계획을 전격 발표했다. 발표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급하게 무엇에 쫓기듯 서둘러 추진한 것이 묻어난다. 앞으로 자연히 정부는 인질문제 보다 모든 역량을 정상회담 준비에 매진할 것이다. 인질문제가 소말리아 미해결 인질의 전례와 같이 언론의 관심에서 서서히 사라질 것이 우려된다. 그러나 우리 국민은 남북정상회담보다 인질의 안전귀환이 더 현실적인 문제로 알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인질문제를 여기서 미봉으로 덮어서는 안 된다. 이번 사태를 수습하는 것을 보고 국제사회는 한국의 국력을 가름하게 될 것이다. 정부는 이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배전의 노력을 경주하기 바란다.
그리고 사태해결 후 아프간에 전투병을 파병하기를 기대한다. 테러와의 국제전쟁에서 전투병을 파병해야 국제사회로부터 책임 있는 국가로 대접받을 수 있다. 이번 기회를 교훈삼아 앞으로 전투병 파병으로 초라한 한국의 국력을 제고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국가의 위상도 신장되고 어려울 때 국제적인 지원도 기대할 수 있다. 정부의 현명한 판단을 촉구한다. 그리고 인질들의 조기 안전귀환을 기원한다. (konas)
김성만 (전 해군작전사령관, 예비역 해군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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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11 오후 6:05:4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