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사의 역할 평가
한반도 정전체제를 관리해온 유엔사의 역할과 임무에 대해 여러 가지 견해가 제기되면서 현재 한미간에 협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과 미국은 2007년 2월 제11차 한미안보정책구상(Security Policy Initiative:SPI)에서 전시작전통제권을 한국군이 단독 행사하게 되면 유엔사가 맡아오던 정전 관리 책임을 유지하는데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미국측의 견해를 받아들여 유엔사의 향후 모습에 대해 논의를 시작하였다.
본문에서는 유엔사의 향후 모습을 도출하기 위해서 우선되어야 하는 유엔사의 역할에 대한 평가를 시도하고자 한다.
유엔사의 임무
유엔사는 국제적 군사기구로서 유엔 안보리 결의, 총회 결의, 정전협정 등을 근거로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주요 임무를 수행한다. 첫째, 유엔사는 1950년 6월부터 채택된 일련의 유엔 안보리 결의안 [S/1501], [S/1511], [S/1588]에 따라 북한의 침략을 격퇴하고 한반도 지역의 국제평화와 안전을 회복하기 위한 조치를 제공하는 임무를 부여 받았다.
둘째, 유엔사령관이 군사령관 자격으로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을 체결함으로써 휴전선 이남의 정전협정의 이행을 감독하고 위반을 시정하는 책임을 갖게 되었다. 또한, 유엔사는 정전협정 제1조 10항에 따라 비무장 지대의 통제 권한도 부여 받았다.
셋째, 유엔사는 주일 유엔군 기지를 유지하고 활용할 수 있다. 미국은 1951년 9월 『애치슨-요시다 교환공문』을 통해 한국내 유엔 행동에 참가하는 군대에 대해 시설 및 역무를 제공키로 합의한 바 있다. 이후 1954년 2월 19일 유엔과 일본간 『주둔군지위협정』(Status of Forces Agreement: SOFA)이 체결되어 유엔사는 일본내 유엔기지를 일본정부의 사전 허가 없이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유엔사는 한반도 유사시 파견되는 유엔 회원국 군대에 대한 통제 및 지원을 수행할 수 있다. 유엔사를 구성하고 있는 참전 16개국은 정전협정이 체결된 1953년 7월27일 『한국에 관한 참전 16개국 선언문』을 통해 북한이 무력공격을 감행할 경우 재차 참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정치적 선언문이기에 국제법적인 구속력은 없어 이전 참전국이 한반도 유사시 군대를 반드시 파견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유엔사는 유엔결의안에 따라 설치된 기구이기에 한반도 유사시 유엔 회원국이 부대를 파견할 경우 통제할 권한이 있다.
역할 평가
유엔사의 네 가지 역할에 대한 각각의 평가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역할의 경우 북한의 무력공격을 완전히 격퇴하여 한반도 통일을 이루어야 한다는 기준에서 보면 한국전 당시 유엔사는 만족할만한 역할을 수행했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북한의 기습 남침을 저지하고 한국의 존립을 지켜냈다는 점에서 판단하면 제 역할을 수행했다고 볼 여지도 있다. 따라서, 보는 관점에 따라 첫 번째 역할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두 번째 역할인 정전협정 감독 및 위반시정에 관해서도 서로 다른 평가가 제기되고 있다. 부정적 평가의 경우 정전협정 전반을 놓고 볼 때 전체 63개항 27개목 중 7개항 1개목만이 실효적으로 준수되고 있다면서 정전협정이 유명무실하게 되었다고 본다. 또한, 휴전 이래 북한이 정전체제를 심각하게 위반해 온 사례가 청와대 기습사건, 울진‧삼척 무장공비 침투사건,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 연평해전, 서해교전 등 총 20여 차례나 되는 것도 유엔사의 역할에 문제가 있다는 증거로 들고 있다. 이외에도 북한의 군사정전위와 중립국 감독위원회의 거부를 통한 정전협정 무력화 시도에 대해 유엔사가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하였다는 것도 유엔사 역할에 오점으로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유엔사가 나름대로 정전협정 관리와 위기방지에 효과적인 역할을 수행했다는 견해도 있다. 특히, 유엔사는 정전협정의 세 가지 주요 기능 중 의사소통 분야에 대해 나름대로 공헌했다고 본다. 1991년 북한의 군정위 거부 전까지 460차례 위원회를 개최하여 심각한 대치 상황에서 의사소통 채널의 기능을 수행했다는 것이다. 또한, 북한의 군정위와 중감위 무력화 시도에 대해 유엔사는 1998년 “판문점 장성급 회담”을 제의하여 북한과의 대화통로를 마련, 북한의 잠수함 침투사건(1998.6.22), 서해교전의 확전 방지(1999.6), 북한의 NLL 무력화시도에 대한 대응(1999.9.2) 등을 효과적으로 수행하여 정전협정의 준수 및 확전 방지에 공헌했다는 평가도 있다. 이외에도 유엔사가 최근까지 군정위가 소집되는 판문점의 JSA를 관리해오는 것을 비롯하여 정전협정을 위한 주요 기제의 역할을 수행해 왔다는 점을 들어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세 번째 역할인 주일 유엔 후방사 기지 사용과 관련해서는 후방사 기지를 사용하지 못했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불이익을 통해 유용성을 판단할 수 있다. 미국은 현재 주일미군 기지 중 요코다, 자마, 요코스카, 사세보, 후텐마, 화이트 비치 등을 유엔 후방사 기지로 이용하고 있다. 유엔사가 해체될 경우 일본의 유엔사에 대한 기지 제공은 유엔군 철수 90일 이내에 종료토록 한 조항에 따라 기지 사용권도 소멸된다. 유엔사 후방기지는 다른 주일 미군 기지에 비해 이른 바 “사전협의” 조항이 없기에 한반도 유사시 일본내 정치적인 반응에 무관하게 사실상 자유롭게 사용할 수있는 장점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일부에서는 유엔사가 해체되더라도 다음과 같은 이유로 주일미군 기지사용에 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우선, 1996년 미일간의 “신안보 가이드라인”에 따라 『미일 물품역무상호제공협정(ACSA)』이 통과되어 일본내 기지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사전협의” 조항의 경우 『미일안보조약』에 따라 미군의 작전 출동시 사전협의를 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나 사실상 이루어진 적은 없다. 미국은 일본에 사후에 통보하거나 아예 통보하지 않는 등 사전협의 조항을 지키지 않고 있다. 또한, 유엔 후방사 기지 사용에 근거가 되는 유엔군과 일본의 주둔국 지위협정의 경우도 이 협정에서 상정하는 유엔군이 사실상 존재하지 않기에 의미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국가간의 안보협력은 기술적인 협정이나 조약에 의해 결정되기 보다는 정치적인 의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유엔사가 해체될 경우 기지 사용에 제한을 받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유엔사 후방기지가 아닌 주일미군 기지를 사용할 경우 일본 내 정치적 문제제기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즉, 미국이 유엔 후방사가 아닌 다른 주일 미군기지를 사용하여 한반도 유사시 병력과 전투기, 함정 등을 투사할 경우 정치적‧안보적 상황에 따라 일본의 문제제기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핵과 관련한 전력이 일본내 기지를 거쳐 투사되는 경우 일본의 반응은 더욱 부정적일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유엔사가 해체되어 유엔 후방기지 사용이 종료될 경우 주일미군기지를 사용한 한반도 유사시 전력 투사가 이전보다는 제약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유엔사의 네 번째 역할인 유사시 파견되는 유엔 회원국 군대에 대한 통제 및 지원 수행의 경우 유엔사 해체로 역할이 종료될 경우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 기존 유엔군이 사실상 미군으로 구성되어 있기에 유엔 회원국 군대에 대한 통제 및 지원이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앞서 지적했듯이 한반도에 전쟁 발발시 이전 참전국 혹은 새로운 국가가 반드시 한국에 참전할 강제 조항은 없다. 그럼에도 전쟁의 명분과 국제사회의 공조라는 측면에서 유엔사를 통한 회원국 군대의 통제 및 지원이 중요하다. 유엔사가 존속되면 한반도 유사시 별도의 유엔 결의안이 없어도 기존 유엔 참전국들은 즉각적으로 참전할 수 있다. 실제적인 전력의 도움이 크지 않다고 하더라도 일부 국가의 즉각적인 참전은 국제사회의 여론을 선도하고 분위기를 이끄는데 도움이 된다. 특히, 열쇠를 쥐고 있는 미국 정부의 행동반경을 넓혀줄 수 있다. 만약 유엔사가 해체된다면 유엔헌장 7장의 절차상 다시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거쳐야 하나 유엔의 지난 역사를 살펴볼 때 유엔군의 파병결의가 안보리를 통과한 것은 1950년 한국전쟁과 1990년 걸프전 두 번임을 상기할 때 쉽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종합할 때 유엔사는 한반도 유사시를 대비하는 측면에서 유용하게 이용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유엔사를 통해 한반도 유사시 유엔 결의 없이도 이전 참전국의 지원 및 개입을 확보할 수 있고, 한반도 유사시 유엔사 후방기지를 통해 자유로운 전력 투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한미동맹의 재편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과정에서 제기된 유엔사의 재편 모습에 반영해야 할 것이다.(konas)
박원곤(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jane0121@dreamwiz.com)
출처:KIDA
- 관련기사보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