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아프간 피랍과 파키스탄 정보부의 관계
아프간 한국인 피랍 이면의 국제역학구도
아프간 한국인 피랍 사태가 3주를 넘어가는 지금, 일단 협상을 하자는 한국측의 태도와 테러와는 협상 없다는 아프간 정부와의 갈등 속에 인질극은 장기화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이번 피랍은 한국과 아프간정부 만이 아닌 국제안보지원군(ISAF)과 파키스탄 정부까지 얽힌 지극히 복잡하게 얽힌 국제적 사건으로 비화되고 있으며 인질협상극의 주요한 키맨(Key Man)으로 파키스탄 정부가 갑작스레 부상하는 등 아프간 지역 사정에 밝지 못한 대부분의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그 혼란의 발단은 이번 피랍에 파키스탄 군 정보부가 개입되어 있다는 아프간 정부 고관의 제보로 시작되었다.
4일 (현지시각)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아프간의 메라주딘 파탄 가즈니 주지사는 이번 인질극에 파키스탄, 정확히는 파키스탄군 정보부(ISI)가 개입되어 있으며 “인질사태 초기에는 (아프간) 현지문제였으나 며칠이 지나고 나서부터는 파키스탄 내부 탈레반과 파키스탄 정보부 요원(ISI=Inter Service Intelligence in Pakistan)들이 자신들을 숨기면서 인질사태를 통제하면서 위기로 몰고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파탄 주지사는 로이터와의 인터뷰를 통해 “나는 한국 외교관에게 말했다. 만일 당신들이 조속히 끝을 맺고 싶으면, 파키스탄 외무장관을 압박하고 그러면 파키스탄 정부는 내부정보부 요원(ISI)들에게 압력을 가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대다수의 일반시민들은 파키스탄 그것도 정보부가 왜 한국인 피랍과 관계 되어 있는지에 대해서 어리둥절해 하고 있다.
파키스탄이 왜 이번 인질극에서 키맨으로 부상했는가? 그리고 파키스탄 정부는 ISI와 어떤 관계인가? ISI는 아프가니스탄 문제와 어떤 관계를 가졌는가?
그 근원을 찾기 위해선 먼저 아프가니스탄이란 나라의 역사에 눈을 돌려봐야 한다. 또한 아프간이란 나라가 계속 국제문제의 쟁점으로 부상하게 만드는 특유의 지정학적 구도에 대해서도 알아야 한다.
일단 아프가니스탄이란 지역은 매우 척박함에도 불구하고 주변국들이 이 나라에 대한 관심을 버리지 못하게 하는 중요한 교통요지에 위치해있다는 게 모든 문제의 시작이었다.
사실상 아프간은 중국, 파키스탄, 소련, 인도, 이란 등의 국가들 한복판에 위치하고 있기때문에 그 국가들 사이의 직접적인 무력충돌을 가로막는 완충지대로서 위치했으며, 이지역의 패권을 장악하고자 하는 국가는 반드시 아프간을 장악해야할 필요가 있었다.
19세기의 인도주둔 영국군과 아프간왕국, 남진정책을 꿈꾸는 러시아의 3파전이었던 1.2.3차 아프간 전쟁, 1979년, 소련의 기습적 아프간 침공도 그러한 면에서 이해해야 할 것이다.
특히 1979년 소련의 아프간 침공은 사실상 미국 CIA로부터 막대한 군수지원을 받은 아프간 무자헤딘이 소련군을 배트남전쟁 당시의 미군으로 만들어버린 대리전으로 승화뵈었고, 그 과정에서 어부지리로 막대한 이익을 얻은 국가와 그 국가의 부속조직이 생겼다. 그 나라가 바로 파키스탄이며 그 와중에 가장 살이 찐 조직이 ISI 다.
파키스탄은 종전의 친미적인 관계로 인해 아프간에서 소련과 대리전을 치르려는 미국과 무자헤딘 사이의 중개인이 되었고 그 와중에 막대한 이익을 챙겼다.
미국이 평소에 이 지역의 정보에 무지하다는 약점을 현지의 정보기관이 철저히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이용한 것이다.
한 예로 아프간의 무자헤딘에게 가야할 국제지원금의 3분의 1정도가 파키스탄 정부 고관의 주머니로 흘러 들어갔다고 전해지며, 미국이 무자헤딘에게 지원한 첨단병기로 유명한 스팅어 미사일 역시 총 1000발의 미사일 중 절반인 500발을 파키스탄이 착복했다.
그 과정에서 실무를 담당한 파키스탄 정보부(ISI)가 덩치를 불렸음은 설명할 필요도 없는것이며 ISI는 파키스탄인들 사이에 '국가 내의 국가' 또는 '보이지 않는 정부' 처럼 성장하게 되었다.
그리고 ISI는 소련의 1989년 아프간 철수 이후에도 아프간의 다수파 민족인 파슈툰 족 무자헤딘 수장 헤크마티야르를 배후에서 조종, 여러부족으로 구성 된 아프간 무자헤딘들 간의 연합정권 탄생을 방해 했으며, 헤크마티야르가 이용가치를 상실한 뒤에는 아프간 남부와 파키스탄 영내의 아프간 난민촌의 파슈툰족들이 주축이 된 '탈레반'을 훈련시키고 지원하게 되었다.
ISI가 끊임없이 아프간 내정에 간섭하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다.
첫번째는 전략적 이유다.
아프간이란 완충지대를 파키스탄의 속국으로 변모시켜 장차 다시 발생할지 모를 인도 파키스탄 전쟁에서 아프가니스탄이 인도의 우회 침공로가 되는 것을 막음과 동시에 아프가니스탄을 파키스탄의 후방기지로 두기 위해서다.
두번째는 '돈'이다.
탈레반은 파키스탄 정보부의 직접 지원말고도 자체적인 수익원이 있었기에 그 폐쇄성에도 불구하고 2001년까지 그럭저럭 아프간을 장악할수 있었으니 그 수익원은 바로 양귀비 재배(아편=헤로인)였으며 그 수익을 스폰서인 ISI와 나눴을 가능성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ISI는, 2001년 9.11 테러 사건 이후 지원을 중단했다는 일부의 정보가 나돌고 있으나 지금까지 은밀한 지원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 정설로 통하고 있다.
BBC는 올해초 ISI가 탈레반의 지휘관인 오마르의 도피.은신을 지원한 것으로 보도한 바 있으며, 거의 괴멸된 줄 알았던 탈레반이 작년부터 다시 외부 지원병들을 통해 부활한 것 역시 이들의 배후지원이 있다고 추정된다.
그렇다면 현재 I저러한 전횡을 일삼는 ISI와 파키스탄 정부와의 관계는 어떨까?
파키스탄 정부가 일단 미국의 대테러 전쟁의 동반자인 상황에서 파키스탄 정보부가 미국의 적인 탈레반을 비밀리에 지원하는 것은 실로 모순적인 모양새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된 가장 큰 이유는 ISI가 페르베즈 무사랴프 파키스탄 대통령조차 통제가 불가능한 군부내 마피아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무사랴프 대통령은 집권 이후 ISI의 강경파를 대거 제거했지만 곳곳에 숨어 있는 반대세력이 언제 쿠데타를 일으킬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 살고 있으며 얼마전에는 파키스탄 군부의 장교단 수천명이 탈레반 지지시위까지 벌인 상황이다. 게다가 대선승리도 불투명하다.
여기서 ISI의 거대함은 무사랴프에 대한 위협이면서도 그의 정권을 유지하는 수단이므로 무샤리프는 ISI에 대해 어정쩡한 태도로 일관할수 밖에 없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또한 무사랴프에 불만이 많지만, 98년 독자적인 핵무장선언으로 미국을 매우 곤란하게 만든 부토정권을 쿠데타로 실각시킨 주역이며 대 테러전에 협조해, '말이 통하는' 그를 함부로 내칠 수 없고, 아프간과 파키스탄이 얽힌 정국은 고르디우스의 매듭처럼 그 실타래가 풀리지 않고 있다.
한국정부 역시 이번의 인질극 사태를 통해 저 복잡한 국제역학 구도 한복판에 침몰했으며, 현 정부의 협상능력으로 어떻게 저 난제를 풀어나갈지 우려된다.
현재 파키스탄 정부는 탈레반과는 협상 경로를 갖고 있지 않다면서 탈레반과의 연계설을 강력 부인하고 있으나 한국의 백종천 특사가 아프간 방문에 이은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 방문 이후 탈레반이 협상시한을 제시하지 않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과연 이번 인질극에 대한 한국정부의 처신이 아프간 정부와 파키스탄 정부, ISAF참가 나토 국가와 미국과의 관계에서 어떤 결과를 도출할지는 앞으로도 계속 지켜 봐야 할 일일 것이다.(konas)
김영림 코나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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