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국가와 몸통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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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다양한 국가들을 분류하는 기준도 역시 다양하다. 그러나 국제정치학자들의 전통적 기준은 강대국, 중급국, 약소국으로 분류하는 것이었다. 대체로 인구가 많고 영토가 넓고 경제력과 군사력이 막강한 나라가 강대국이며 강대국 국민들은 부유하고, 행복하고 안전할 것으로 생각 되었다.
그런데 이 같은 국가 분류의 전통적 방법에 도전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국가 분류를 위한 전통적 기준인 영토와 인구에서 도저히 정상적인 국가가 되기 힘든 나라들이 국제정치의 막강한 다크호스(dark horse)로 출현하기 시작한 것이다. 싱가포르, 홍콩 등이 그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영토, 인구 측면에서는 거의 나라라고 말 할 수도 없는 싱가포르는 세계적으로 부강한 나라로 인정받기 시작 했다. 중국에 반환되기 이전의 홍콩도 마찬가지였다.
이 같은 상황에 유념, 새로운 기준으로 국가를 분류해야 한다는 아이디어를 낸 저명한 국제정치 학자가 있다. 로즈크란스(Rosecrance) 교수는 21세기에는 영토, 인구가 거의 없는 정말로 가상적인(Virtual) 국가의 존재가 가능하고, 그런 나라들이 국민들에게 부와 복지, 안전을 가져다주는 것이 가능한 시대가 되었다고 말한다. 로즈크란스는 21세기는 국가의 부와 권력이 전통적 기준(영토의 넓이, 인구의 규모, 군사력 규모 등) 과는 전혀 다른 기준에 의해 평가되는 가상 국가들이 대거 등장하는 시대라고 주장 했다.
로즈크란스 교수는 성공적인 가상 국가들을 Head Nation 이라고 명했는데 Head Nation 이란 상품을 디자인 하고 발명하는 나라를 의미한다. 로즈크란스 교수는 Head Nation 과 반대되는 개념의 국가를 Body Nation 이라 규정하는데 그의 정의에 따르면 Body Nation은 Head Nation 이 고안해 낸 물건을 제조(製造, manufacture) 하는 나라다. 물건을 발명하는 나라와 그것을 제조하는 나라들의 관계는 과거에 볼 수 있었던 제국주의적(imperial) 혹은 종속적 국제관계는 아니라고 말한다. 물건을 창조하는 나라나 제조하는 나라나 모두 이득을 볼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물론 진정 부자가 될 수 있는 나라는 물건을 발명한 나라다.
로즈크란스 교수는 미국, 독일, 일본을 Head Nation의 대표적인 국가로 보고 중국을 Body Nation의 대표로 간주한다. 그에 의하면 한국은 Head Nation과 Body Nation의 중간쯤이다. 물론 저자의 책이 1999년에 출간 되었으니 그 후 일부 변화가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즈크란스 교수의 국가 분류 방법은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주고 있다.
우리는 중국의 값싼 노동력 때문에 한국의 제조 공장들이 중국으로 이전하는 것을 마음 아파했었다. 좋은 우리 상품들에 Made in China (中國製造) 라고 찍혀 있는 것을 보고 마음 한 구석 불편 했다. 우리나라가 중국과 ‘노동력 경쟁’ 을 벌이는 나라라고 생각한 결과다. 우리나라와 중국이 모두 Body Nation 이라면 이 같은 우려는 진정 타당하다.
우리가 Head Nation으로 도약 한다면 우리나라와 가까운 곳에 중국과 같은 대규모의 Body Nation 이 존재 한다는 것은 축복이다. 우리가 Head Nation 이 된다면 우리나라의 공장들이 중국으로 이사 간다고 슬퍼할 일이 하나도 없게 된다.
Head Nation 은 국민 각자들의 창의성을 기반으로 하며 이를 위해 경쟁력 있는 교육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문제는 우리가 현재 Head Nation을 향해 진입하고 있는 중이냐의 여부다. 어느 재벌 총수의 경고대로 우리는 일본과 중국 사이에서 샌드위치가 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미 대표적인 Head Nation인 일본은 저만치 달려가고 있고, Body Nation 이라던 중국은 오히려 Head Nation을 지향하는 경쟁에서조차 우리를 앞설 기세다. 가상 국가의 시대인 21세기는 우리나라처럼 작은 나라에 유리하다. Head Nation 이란 우리나라처럼 머리 좋은 국민이 많은 나라가 결정적으로 유리한 종류의 국가다.
그런데 국가 경쟁력, 국가 경제 규모의 순위가 지난 수년간 뒷걸음 쳤다는 사실에서 보듯 우리는 지난 수 년 동안 잘 하지 못했다. 국가의 경쟁력 순위와 지표를 매년 발표하는 스위스 국제 경영원(IMD)은 한국은 대학생 숫자, 인터넷 보급률, 세계화 지표 등이 대단히 양호함에도 불구하고 경쟁력이 뒤처지고 있는 중요한 이유를 한국의 정치 분야 에서 찾는다. 한국의 정치가들, 그간의 행태를 돌이켜 보고 크게 반성해야 할 때다.(Kona)
출처 : http://www.cfe.org/
이춘근 (자유기업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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