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LL, 양보할 수 없는 영토문제"
진보·보수 진영 전문가, 팽팽한 접전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서해상 북방한계선(NLL) 논란이 더욱 첨예하게 불거졌다. NLL 문제가 제2차 남북정상회담의 테이블에 오를 듯한 조짐을 보이자 진보와 보수 세력이 팽팽히 맞선 결과다. 남북의 군사적 신뢰구축을 위해서라면 NLL이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된다는 의견과 영토의 개념인 만큼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시각의 충돌이다. 정상회담 개최가 10월초로 연기되면서 일단 잠복했으나 언제든 다시 발화할 수 있는 보·혁의 대치점이다. 경우에 따라선 남·남 갈등 양상으로 번질 수도 있어 보인다.
이 문제를 놓고 이장희 한국외국어대 법학과 교수와 홍관희 재향군인회 안보교수 겸 안보전략연구소장이 지난 17일 경향신문 인터뷰실에서 만나 토론을 벌였다.
다음은 경향닷컴이 두 전문가의 토론을 정리한 내용임.
홍관희 안보전략연구소장(이하 홍관희)=이재정 통일부 장관이 최근 NLL에 대해 영토개념이 아닌 안보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하는가 하면 서해교전의 방법론을 고민해야 한다는 충격적인 발언을 했습니다. NLL은 군사대치 상황에서 우리가 양보할 수 없는 군사 대치선입니다. 이걸 양보한다는 것은 이적행위로 대한민국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반국가적인 행동입니다.
이장희 교수(이하 이장희)=아직도 냉전대치 시대를 전제로 하시는 말씀 같습니다. 평화공존시대로 넘어가는 시대로 접어드는 만큼 냉전시대 당시 우격다짐으로 우겼던, 사실이 아닌 것들을 바로 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NLL은 분명히 정전협정상에 근거가 없고, 유엔군사령부(UNC) 내부 작전규칙의 일환으로 작성됐습니다. 북쪽에 통고되지도 않았습니다. NLL은 이승만 대통령의 북진통일, 우발적인 군사충돌을 차단하기 위한 내부 규칙에 불과했고 영토개념이 아니었습니다. 남북기본합의서에도 해상군사분계선은 서로 협의한다고 해놓고 미결로 남아 있는 상태입니다.
홍관희=화해협력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핵실험까지 해서 핵개발을 한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미사일 실험도 금년에는 업데이트된 실험을 했습니다. 냉전을 벗어나서 화해협력으로 가려는 것은 이해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더 위험한 상태입니다. 북한이 NLL을 인정안했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납북기본합의서 11조에 보면 남과 북의 불가침 구역과 경계선은 1953년 7월27일자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에 규정된 군사분계선과 지금까지 쌍방이 관할해 온 구역으로 한다고 돼 있습니다. NLL을 말하는 것입니다. 북한이 이 문제를 들고나온 것은 1990년대 후반 연평해전부터 입니다.
이장희 교수=남북간 현실 진단에 있어서 우리 국민은 상당히 성숙됐습니다. 국민은 발전적이고 미래 지향적으로 봅니다. 정말 국가가 필요할 때는 뭉쳐서 안보를 위해 혼신을 바칠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할려면 정부는 무조건 안보 안보 할 게 아니라 정부를 믿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NLL에 대해 홍박사님가 주장한 것은 남북기본합의서 본문 11조를 말하는데, 11조에 대한 각론으로 부속합의서가 있습니다. 부속합의서의 불가침 경계에 대한 것이 제10조인데 그게 더 중요합니다. 해상 불가침 구역은 더 협의한다고 했고 쌍방이 합의할 때까지 쌍방이 관할한 구역으로 한다고 했습니다. 쌍방이 관할한 구역은 서로 인정하겠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NLL은 쌍방이 합의하지 않았습니다. 북한은 57년부터 NLL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홍관희=군축은 굉장히 어려운 것입니다. 상대방이 가하는 위협을 실제로 제거했는지 안했는지 검증해야 합니다. 침략하는 나라도 우리가 침략한다고 말하는 나라는 없습니다. 군축은 어느 일방이 할 수 없습니다. 먼저 무장을 해제하면 상대방이 우리를 공격할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행동이 검증돼야만 군축이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청와대가 지난번 정상회담을 말할 때 군축과 NLL을 결부시켰습니다. 이교수 말씀은 북이 NLL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했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이장희=2차정상회담에서는 지금까지 성과물들을 한단계 업그레이드해야 하는데 군사문제는 군사적 신뢰구축에서 나옵니다.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게 NLL입니다. 남북회담에서 논의할거냐 말거냐가 문제입니다. 이것을 너무 금기시할 이유가 없다고 봅니다. 이 문제가 앞으로 재래식 무기라든가 다른 문제를 논의하는데 걸림돌이라면 상생하는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어차피 정전협정에는 NLL이 미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UNC도 그렇게 인정하고 있습니다. NLL 바깥쪽은 국제수역, 안쪽은 인근수역으로 정의한다 이겁니다. 저는 평화협정시까지는 북이 5개 도서를 인정하고 꽃게가 많이 나는 인근수역은 공동수역으로 인정해서 접근하면 됩니다. 최종 결론이 날 때까지 잠정적으로 말입니다.
홍관희=실효성 원칙이 있습니다. 북한은 NLL에 대한 남한의 실효적인 지배를 인정했습니다. 즉 NLL을 실질적으로 지배해온 것을 인정한다고 볼 수 밖에 없습니다. 북한이 문제를 제기해 왔으니까 재협상할 필요가 있다고 하시는데, 군사분계선 자체가 남북이 전투중이던 협상 시점에 정해진 것입니다. 당시 유엔사가 서해 제해권을 장악하고 있었지만 그것을 양보해 백령도로 그어지는 해상 경계선을 선포한 것입니다. 실질적으로 그어진 경계선입니다. 북한은 당연히 문제제기를 할 수 밖에 없겠죠. 자기들이 지배할 수 있는 영해를 넓히기 위해서 말입니다. 우리는 NLL 해역이 군사대치상황에서 요충지이기 때문에 당연히 지켜야 합니다. 북한의 주장을 인정하면 인천 앞바다도 북한이 지나는 지역이 되버립니다. 이곳은 ‘크리티컬 디펜스 존’ 즉 치명적이고 핵심적인 방어구역입니다. 대한민국 입장에서는 북한이 인정하든 안하든 지켜야 하는 곳입니다. 북한이 인정을 안하니까 협상해야 한다는 것은 받아 들일 수 없는 논리입니다.
이장희=53년 7월27일에 군사분계선은 합의됐습니다. 쌍방이 합의를 해야지 경계선이 됩니다. 그런 면에서 NLL은 해당되지 않습니다. 북한이 인정하지 않는다고 해서 북한의 주장을 들어주자는 것이 아닙니다. 이 문제에 대해선 서로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습니다. 파이널한 솔루션(마지막 해결책)은 지금 할 수 없습니다. 핵문제도 근본적인 해결을 할 때까지 남북관계를 동결한다면 남북문제는 백년하청입니다. 핵문제와 남북관계는 병행시켜야 합니다. 1999년 연평해전 때도 우리 언론의 잘못이 많다고 봅니다. 당시 김대중 정부는 상당히 지혜롭게 대처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언론이 NLL은 영토주권이라는 식으로 국방부를 계속 압박했습니다.
홍관희=북한이 서해상 등거리 원칙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등거리 원칙은 국가간의 관계에서만 적용되는 것으로 우리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입니다. 남북관계는 국가간 관계가 아닙니다. 또 정전상태이므로 국제관계를 적용하지 못합니다. 더구나 북한은 등거리 원칙을 인정한 국제협약, 유엔 해양법 협약을 말하는데 이걸 가입하지도 않았습니다.
이장희=해양국제법에서 등거리 원칙은 국가간에만 적용된다고 하셨는데 사실은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사실 서해 5도가 전부 북한의 영토나 북한의 섬에서 12해리 안에 있습니다. 만약 북한 영토와 서해 5도를 등거리 원칙으로 그으면 12해리가 겹칩니다. 그런 면에서 등거리 원칙보다는 중간선 원칙의 적용이 필요합니다. 양측이 대항하고 있을때는 중간선 원칙이어야 합니다. 물론 북측도 해양법 주장을 자주 하는데 자제해야 합니다. 국제법에서 어떤 섬이 타방 영토 12해리 안에 있을 경우 꼭 12해리를 주장하지 못합니다. 분쟁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NLL 문제는 정상회담에서 핵문제, 국군포로·납북자 문제 등과 함께 가장 뜨거운 감자입니다. 이문제에 대해 지혜롭게 대처해야 합니다.
홍관희=서해 5도 지역은 6·25 이후 실효적인 지배를 바탕으로 군사분계선이 그어진 특수지역입니다. 거기에 국제법상 등거리 원칙이라든지 12해리 영해니 하는 것이 적용될 여지가 없습니다. 당시 UNC의 우월한 제해권을 바탕으로 우리 안보의 전략적 요충지인 NLL을 확보한 것입니다. 북한은 수복하지 못했지만 헌법에도 한반도와 부속도서를 영토로 보고 있습니다.
이장희=1996년 7월 국회 본회의 대정부 질문 답변에서 이양호 당시 국방장관이 NLL은 우리 어선이 조업중 잘못해 월북하는 것을 우려해 우리가 임의로 그은 것이므로 북한이 넘어와도 우리가 문제삼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국방장관이 이런 얘길 할때는 상당히 검토해 답변한 것 아니겠습니까. 정전협정시 해상경계선은 상당히 첨예했습니다. 결국 합의를 못하고 정전협정이 끝났습니다. NLL에 대해 북측에 통보하지 않았다는 것은 사실인데 그간 통보해준 것처럼 알려져 왔습니다.
홍관희=당시 국방장관의 발언은 실언이라고 봅니다. 정전협정에 포함됐느냐는 문제가 나왔는데, NLL은 남북이 모두 서로 자기에게 유리하도록 여러가지 논리로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합의를 못 본 사항은 실효지배로 인정하는 것입니다. 일본도 독도를 자기 것이라고 말하지만 한국이 실효적으로 독도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국제적으로 실효지배를 인정하는 것입니다. 북한은 실효적 지배를 자꾸 허물려고 합니다.
이장희=실효적 지배는 논리가 아닙니다. 해당국가의 영역에 대해 제3국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실질적으로 이의 제기없이 지배해야만 실효적 지배라고 합니다. 그런데 북한이 계속 문제 제기를 해 왔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건 실효적 지배가 아닙니다.
홍관희=결론적으로 남북군사대치 상황, 특히 북한이 핵개발을 기정사실화한 상황에서 결정적인 방어구역인 NLL을 재협상 대상으로 삼는 것은 우리 국가안보에 치명적인 위협이고 도전입니다. 남북군사당국이 국방장관회담에서 NLL을 협상할 수 있다고 말한거나, 노무현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NLL 협의 가능성을 흘린 것은 대단히 위험한 조치입니다.
이장희=정상회담에서 NLL 문제는 남북국방장관회담에서 논의하는 것으로 넘기고 여타의 경협이나 이산가족 문제를 포함한 인도적 문제와 군사적인 신뢰구축 문제 등 민족 공동 이익에 관련된 문제를 전향적으로 풀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2차 정상회담은 1차때보다 더 큰 기대를 받고 있으므로 NLL이나 핵문제 등 당장 해결이 어려운 문제로 더 큰 문제를 푸는데 방해를 받아서는 안됩니다. (Kon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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