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LL은 영토문제, 정상회담 의제 아니다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노무현 대통령이 8일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 간 평화문제, 군비통제, 경제협력 등 분야에서 실질적인 진전을 가져올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말했다고 청와대 대변인이 밝힌 바 있다. 또한 7월 24일부터 26일간 판문점에서 개최된 제6차 남북장성급회담에서 북측 단장인 김영철은 현재의 NLL을 “무법적인 線”이라고 주장하면서 공동어로수역으로 북측 주장 해상경계선과 북방한계선 사이의 해역을 제시함으로써 그동안 북한이 지속적으로 시도해 왔던 북방한계선 무력화 의도를 드러냈다. 우리 대표단은 NLL을 기준으로 남북 균등한 면적의 수역을 공동어로수역으로 제시하였다고 국방부는 밝혔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상회담의 군비통제 의제로서 서해 NLL의 재설정문제가 포함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제 서해 NLL에 대한 보다 명확한 이해가 필요하기 때문에 NLL이 설정된 배경과 북한의 주장 그리고 서해 NLL을 양보할 경우 어떤 국가적 손실이 초래될지 정리해 본다.
서해 NLL은 유엔군 사령관인 클라크(Clark) 대장이 유엔군이 점령하고 있었던 남포 서방의 초도, 원산 동방의 여도 등을 북한에 이양해 주면서 우리 해. 공군의 초계활동을 제한함으로써 정전협정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하여 1953년 8월 30일 서해 5개 도서인 백령도, 대청도, 소청도, 연평도 및 우도와 북한 지역과의 중간선을 기준으로 하고 당시 국제해양법에 따라 3마일로 설정한 선으로서 지난 50여 년간 남북간의 실질적인 해상경계선이었다.
북한은 휴전협정 당시부터 NLL을 실질적으로 준수해 오다가 1973년 10월부터 11월 사이에 NLL을 의도적으로 침범하는 소위 서해사태를 유발하면서 그해 12월에 처음으로 군사정전위원회에서 경기도 및 황해도 도계선을 북한의 연해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1991년 체결된 남북기본합의서의 11조와 불가침 부속합의서 제10조에서 “남과 북의 해상 불가침 경계선은 앞으로 계속 협의한다. 해상불가침 경계선이 확정될 때까지 쌍방이 지금까지 관할하여온 구역으로 한다”고 합의한 바 있다. 이러한 합의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1999년 6월 15일 연평해전과 2002년 6월 29일 서해교전을 도발하여 우리의 소중한 젊은이들의 생명을 희생시킨 바 있다.
연평해전 이후 그해 9월에 북한은 굴업도와 등산곶의 중간선을 기준으로 한 “조선서해 해상군사분계선”을 주장하였으며, 2000년 3월 23일에는 “서해 5개 도서 통항질서”를 공포하여 2개 통항로를 지정하면서 그 외 해역 통항 시 무경고 행동을 취하겠다고 국제법에 어긋나는 주장을 한 바 있다.
북한은 이러한 주장에도 불구하고 1984년 북한 적십자사의 수해물자 이송과정에서, 그리고 2002년 6월 20일 연평도 서방에서 NLL을 월선한 북한 선박을 북한 경비정이 NLL선상에서 인계받는 등 NLL을 인정해 왔다.
북한이 서해 NLL을 준수해 온 것은 우리 정부와 해군의 확고한 NLL 사수 의지와 북한보다 우위인 해군력을 유지해 왔기 때문이다. 만약 2차 정상회담에서 NLL 남쪽으로 양보하여 북한이 주장하는 12마일을 인정해 준다면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음을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첫째, 연평도 어장의 면적이 약 3분의 1이 축소되는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우리 어민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다.
둘째, 우리 해군의 경비구역도 어느 정도 남하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북한 입장에서 보면 현재는 연안 5마일 내에서 기동하는 북한 해군 함정의 행동반경이 12마일로 확대되는 것과 같으므로 우리 군의 대응시간이 짧게 되어 대응작전에 그 만큼 제한을 받을 것이다.
셋째, 바다는 미래 ‘資源의 寶庫’라고 흔히들 말한다. 해양개발 기술이 발달됨으로써 바다가 육지와 같기 때문이다. 곧 NLL 재설정 문제는 한국의 영토를 북한에 이양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따라서 NLL문제는 남북 간의 화해와 협력을 위한 군비통제 수준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영토의 문제임을 인식하고 협상의제를 선정해 주기 바란다. (출처:미래한국신문)
최기출(전 해군참모차장. 충남대 부설 국방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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