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용으로 전용 가능한 대북지원을 재검토하라
북한의 수해를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지난주부터 75억 원 상당의 긴급 구호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생필품과 의약품 등이 북송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8월 24일 오전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북한 수해지원 관계장관 회의’를 개최하고 가용재원과 물품재고량 등을 감안해 374억원 상당의 자재와 장비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주요 지원품목은 시멘트 10만 톤, 철근 5000톤, 도로피치 2만 톤, 트럭 80대(8톤 20대, 5톤 60대), 연료 500톤 등이며 향후 국회보고 및 교류협력추진협의회에서 필요한 절차를 거친 뒤 9월 중순경 수송될 예정이다. 이 품목은 북한이 특별이 요구한 것들이다. 또 50억~100억원에 이르는 수송비 등 부대경비가 포함되면 대북 수해복구 지원 규모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는 별도로 147억원 상당의 민간차원의 긴급지원도 곧 이루어질 예정이다.
그런데 여기서 신중히 검토해야 할 것이 있다. 시멘트·철근·도로피치·트럭·연료는 모두 군사용으로 전용이 가능한 것들이다. 과거에도 북한은 물자·장비가 부족하다고 하여 이런 것을 요구하고 우리는 의심 없이 그렇게 지원했다. 보도에 의하면 북한은 우리가 보낸 시멘트와 철근을 이용하여 탄도탄 지하발사대, 탄약고 건설, 심지어는 지하핵실험에도 사용한 의혹을 받고 있다. 시멘트와 도로피치로 군용비행장 활주로를 포장했다고 한다. 트럭과 연료유는 당연히 군용으로 사용한다. 북한은 선군정치(先軍政治)를 채택하고 있다. 모든 재화를 군사력증강에 최우선으로 투입하는 병영국가체제이기 때문이다.
지난 10여 년간 우리가 북한에 지원한 것이 약 7~8조원 상당이고 이중에 현금이 20~30억 달러란 통계가 있다. 현금에는 1차정상회담용 대북송금, 금강산 관광 추진허가비와 관광비, 개성공단 건설 추진허가비와 노동자 임금, 평양 아리랑공연 관람료, 대북행사비와 각종 단체들의 대북헌금 등이 포함된다. 북한 핵무기 개발에 약11억 달러가 소요되었다고 알려졌다. 북한은 그 동안 경제난으로 부족한 식량과 연료를 한국·중국 등 해외로부터 무상으로 지원받고 있는데 어떻게 12~15발의 핵무기를 생산했는가. 또 지난 10년 동안 약 800기의 탄도탄을 만들고 2,500톤의 화학무기를 추가로 생산했는데 무슨 돈으로 이런 대량살상무기들을 생산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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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117만의 현역과 770만의 예비군을 운용하고 있다. 세계 10위권인 우리의 경제력으로도 67만 현역과 304만 예비군 유지에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그렇다면 북한은 무슨 돈으로 군사강국이 되었는가. 한마디로 모두 우리의 지원으로 가능했다는 계산이다. 결국 우리가 선의로 지원한 대북지원이 비수의 칼날이 되어 돌아왔다. 북한은 자랑스러운 핵무기 보유국이 되었다. 작년 10월에는 북한전역에서 핵 성공대회를 대대적으로 개최했다. 이제 한국이 북한의 핵 인질이 된 것이다. 그런데도 지금도 금강산 관광비, 개성공단 임금, 아리랑공연 관람료, 사회단체들의 각종 대북헌금이 북한으로 속속 들어가고 있다. 이런 돈은 북한 군사비와 김정일 통치비자금으로 사용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국민이 지원한 돈으로 만든 포탄에 의해 2002년 서해교전에서 우리의 장병들이 희생되었다고 볼 수도 있다. 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이제 우리는 대북지원 성과를 냉정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우리국민의 바람은 시종일관 이런 것이었다. 우리의 지원으로 북한주민이 기아에서 벗어나고 생활의 질이 점차 나아지기를 기대했다. 그리고 북한이 더디지만 개혁·개방의 길로 나서면서 인권도 개선이 되어 조금씩 한국과 동화의 길을 걷기를 바라고 있다. 이런 기대 때문에 국민들은 북한에 대한 정부의 퍼주기식 지원도 꾹꾹 참아왔다.
그러나 북한은 우리 생각과는 정반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북송한 쌀은 군량미로 채워지고 있다. 그래서 평양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주민은 매년 식량부족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신에 우리가 지원한 물자와 돈으로 북한의 군사력은 나날이 증강되고 있다. 최근 수년 동안 대량살상무기 공격능력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핵무기 보유를 통한 강성대국을 건설함에 따라 김정일의 독재체제는 더욱 공고하게 되었다. 북한의 인권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한반도 적화통일 혁명역량도 배가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북한은 한국을 노골적으로 위협하면서 아예 식민지 취급하고 있다. 금년 들어 내정간섭도 이제 다반사로 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정부는 한마디 반박도 하지 못하고 있으니 더욱 측은하다. 이런 수모를 참고 있는 국민의 마음은 갈기갈기 찢어지고 있다.
정부는 이런 국민의 마음을 헤아려야 한다. 돈이 남아서 북한에게 자선하듯 펑펑 지원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한국에도 밥을 굶는 국민이 많다. 강원도의 작년 수해가 아직도 복구되지 않아 컨테이너에서 살아가는 국민도 있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지만 지금부터라도 북한에 대한 지원정책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 이번 수해지원 품목을 변경해야 한다. 군사용 물자·장비보다 생필품·의약품 위주로 해야 한다. 앞으로 군사용으로 전용이 가능한 물자는 절대 지원해서는 안 된다. 차제에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임금도 생필품으로 전환해야 한다. 오는 10월 2차 남북정상회담에 앞서 정부는 그동안 지원한 대북자금과 물자의 사용처를 철저히 따져서 국민에게 보고하기를 기대한다. (konas)
김성만(전 해군작전사령관, 예비역 해군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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