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군사 활동 증강과 서방측의 대응

카터 대통령의 국가안보 보좌관을 역임한 브레진스키 (Zbigniew Brzezinski) 교수는 냉전이 아직 끝나기 전인 1986년 간행한 Game Plan: How to Conduct U.S. -Soviet Contest (게임 플랜: 어떻게 소련과의 경쟁에 대처할 것인가) 라는 책에서 소련이 자본주의 국가가 되더라도, 혹은 미국이 공산주의 국가가 되더라도 두 나라 사이의 갈등 관계는 해소 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두 나라는 결국 상호 충돌하는 제국(colliding Empires) 이기 때문에 이념과 관계없이 충돌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브레진스키의 주장은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에 근거한 아주 타당한 분석이다.
1990년 소련이 망한 후 러시아로 거듭 태어난 후 약 10여년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는 갈등이 별로 없는 양호한 관계였다. 두 나라가 양호한 관계를 유지한 것은 러시아가 미국과 맞먹을 힘이 거의 없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즉 지난 10여년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는 “충돌하는 두 제국”의 관계는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던 러시아가 석유 및 천연가스 수출로 인한 연 2000억불에 이르는 오일 달러 획득과 급속한 경제 발전에 힘입어 다시 제국적인 행태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에 대한 미국 및 서방측의 반응 역시 즉각적이라고 할 만큼 재빠르다.
러시아는 금년 들어 다양한 종류의 무기 체계를 개발하고 실험을 단행하는 등 군사 활동을 부쩍 늘이고 있었다. 사거리 1만㎞의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RS-24, 사거리 8000㎞ 잠수함 발사미사일(SLBM), 초음속 방공미사일시스템 S-400, 배수량 1만8000톤 급 전략 핵잠수함 등이 새로 개발 되었고 러시아는 이런 신무기들을 늦어도 내년까지 실전배치한다는 구상이다.
러시아 국방비 역시 푸틴 집권 초기였던 1999년 1058억 루블(약 4조1262억 원)에서 올해 8210억 루블(약 32조원)로 7.7배나 증가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3월 2015년까지 군 현대화를 위해 5조 루블(약 187조원)을 투자, 새 군사기술 확보와 국가 방위산업 육성에 사용 하겠다고 약속했다.
러시아는 특히 Tu-95 베어 폭격기의 정찰 비행을 부쩍 강화 시키고 있었는데 지난 8일에는 13시간의 비행 끝에 태평양에서 용감한 방패(Valiant Shield) 훈련을 실시 중인 미국 함대 상공을 선회 비행 했고, 17일에는 영국의 항공 영역에 근접 비행을 하기도 했다.(위의사진) 폭격기의 정기적 정찰 비행은 강대국들의 상징적인 행동으로서 냉전 당시 소련이 늘 해왔던 일이지만 소련이 붕괴(1990)된 후 1992년부터 중지 되었던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8월 23일 정기적인 러시아 영토 밖 정찰 비행을 재개 한다고 공식 발표 했다. 8월 3일 러시아는 소비에트 시대 이후 처음으로 지중해에 자국 군함을 파견하기도 했다.
이 같은 러시아의 군사 활동 증가에 대해 서방측은 물론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프랑스의 AFP 통신사는 8월 12일 러시아가 군사 초강대국으로 과거의 영화를 되찾으려는 행동들을 잇달아 보여주고 있는데 이는 마치 러시아의 상징인 ‘곰이 발톱을 드러내는 듯하다’ 고 표현 했다.미국은 재빨리 러시아의 행동에 대한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는데 알라스카에 40대의 F-22 전투기를 배치하겠다는 미국의 계획은 소련의 행동을 견제하기 위한 포석의 하나다.
흥미 있는 사실은 러시아의 행동에 대한 미국의 반응이 바로 한반도에 불똥을 튀기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이 F-22기 40대를 알라스카에 배치할 것이라는 발표가 있은 후 (F-22는 북한을 겨냥하는 것이라는 해석들이 제시되었다), 8월 24일 북한군 총참모장 김격식 대장은 미국이 핵문제를 구실로 대북 압력을 가하며 대규모 전쟁연습과 무력증강을 중지하지 않을 경우 이에 대비한 "응당한 수준의 대응 타격수단을 더욱 완비해 나갈 것"이라며 미국을 강하게 비난했다.
러시아는 지난 10여년 이상 미국의 군사력 앞에 숨죽이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 정도 경제력을 회복 했다고 생각한 러시아는 다시 강대국으로서 합당한 행동을 시작하고 있다. 러시아의 행동은 비단 강대국들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국가라도 상대방의 군사력 증강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오히려 당연한 일이다. 국제정치의 구조 그 자체가 모든 국가들로 하여금 스스로 국가안보를 강구해야 할 것을 강요하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최근 행동은 국제정치에서 평화를 상대방의 선의에 의존한다는 것이 얼마나 허무한 일인지를 웅변적으로 말 해준다.
놀라운 일은 북한이 핵폭탄을 개발, 한국의 국가 안보가 노골적으로 위협 당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북한의 핵 폐기에 대해 입도 열지 못하는 한국의 정치가들이 북한과 함께 평화체제를 만들겠다며 분주해 하는 모습이다. 한국보다 GDP 규모가 작은 러시아가 자기보다 압도적으로 강한 상대방인 미국을 향해, 스스로를 지키겠다고 저러고 있다. 러시아보다 더 큰 경제력을 가지고 있으며 지켜야 할 것이 훨씬 더 많은 우리 대한민국은 지금 “정상적”으로 국제정치의 격랑을 헤쳐 나가고 있는 것인가? (konas)
이춘근 / 자유기업원 부원장
출처:http://cf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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