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정상회담에서 平壤회담까지―한반도정세 전망
美정상회담이 지난 7일 시드니에서 열린 이후, 이제 평양 남북정상회담까지 3주일을 앞두고 있다. 이번 韓美정상회담은 한마디로 <①한반도평화 ②남북공동번영 ③조국통일>이라는 해괴한 의제(議題)가 예정된 평양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해, 노무현 정권이 미국과 부시대통령을 끌어들이려는 집요하고 처절한 노력을 전개한 회담이었다고 분석된다.
평양회담을 정당화하고 합리화하기 위해, 그리하여 <평화협정을 체결하겠다>는 언질을 부시대통령으로부터 직접 받아 내기 위해, 盧무현 대통령은 국제 의전(儀典)과 외교 관례를 무시한 채 부시대통령에게 일종의 공개 압박을 행한 것으로 외신(外信)은 평가하고 있다.
이제 盧 정권과 친북 세력은 韓美정상회담에서의 이러한 노력이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것으로 자평(自評)하고, 본격적인 평양회담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우선 10월초 평양회담에서 핵문제는 의례적(儀禮的)인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도 NLL(북방한계선)문제가 주요 회담 어젠다에 포함되어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그동안 간단(間斷)없이 행해져 온, 이 정권 핵심세력들의 망언(妄言)이 그 개연성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아울러, <한반도 평화선언>과 <평화협정>을 위한 제반 정지(整地) 작업이 평양회담에서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60兆로 추정되는 대규모 <퍼주기> 선물도 김정일 정권에게 예약·선사될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조국 통일’의 미명 아래 <연방제 통일>의 토대를 닦기 위한 작업도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통일을 위한 제반 <민족통일기구들>의 설치와 함께, 일종의 <국가연합>式 통일방안에 합의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국가연합>이란 일종의 <낮은 단계 연방제>로서 1991년 김일성 신년사에서 종래 <고려민주연방공화국>안을 다소 완화한 형태로 제시된 것이다. 공교롭게도, 며칠 전 金大中 전 대통령은 이 방향으로의 통일 합의가 바람직함을 언급한 바 있다.
이 상황에서 우리의 주목을 끄는 것은 미국의 입장과 태도이다. 지난 해 북한 핵실험 이후 부시행정부가 키신저의 권고를 받아들여 ‘북핵 폐기’를 전제로 과감하고 대폭적인 대북 유화(宥和)정책으로 전환했음은 이미 분석한 바와 같다.
이런 맥락에서 2007년 9월초 관계정상화 실무회담을 계기로 이뤄지고 있는 美北 간 급속한 화해 무-드가 우리의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9월 8~9일 있었던 북한 김명길 북한 유엔대표부 정무 공사 일행의 워싱턴 방문은 당초 알려진 것보다 훨씬 대규모였다고 소식통은 전하고 있다.
오는 11~15일 미·중·러 전문가로 구성된 핵기술팀이 2·13합의 2단계 조치인 핵시설 불능화 실현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북한을 방문한다는 소식이다. 북한 정권이 매우 능동적으로 이들을 환대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좀 더 후속보도를 확인해 보아야 하겠으나, 오늘(10일) 경향닷컴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검증되지 않더라도,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충분한 <신뢰>를 보여줄 경우, 부시대통령 임기 내 미북 정상회담이 가능하다고 미국은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했다.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미국은 분명 태도가 바뀌고 있다. 과거 완전한(CVID) 핵문제 해결 없이 어떤 대북 관계 진전도 고려할 수 없다는 입장에서, 이제 북한으로부터 “신뢰할 수 있는” 언명(言明)이 나온다면, 北과의 관계정상화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이는 분명 성과(成果)를 탐낸 부시행정부의 ‘조급증’의 결과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라크 전쟁에 쫒기고 북한 핵문제 해결에 염증을 낸 나머지, 북한이 ‘성의 있게’ “핵을 포기하겠다”고 말하면 이를 믿고 평화협정·관계정상화 등도 검토하겠다는 것이 아닌가? 결국 북한의 말만 듣고 “북핵 문제가 해결됐다”고 ‘자위(自慰)’하면서 북한 문제를 덮어버리려는 것은 아닌지? 마치 1970년대 초 월남에서 미국이 파리협정을 서두르면서 “평화가 왔다”고 ‘가짜 해결’로 마무리한 것의 재판(再版)은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에 대해 북한의 전략은 무엇일까? 북한은 지금 對美관계와 對南관계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우선 북한이 궁극적으로 핵을 포기할 의도가 없다는 것은 북한 전문가들의 일관된 분석과 판단이다. 이미 열거된 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핵을)폐기할 거면 뭣 하러 만들었나?”라는 金正日의 일갈(一喝)이 이를 충분히 설명하리라 본다.
그렇다면 북한은 미국을 향해 핵을 포기할 것처럼 “흉내”내면서 고도의 심리전술과 ‘위장(僞裝) 전술’을 구사하고 있으며, 결국 미국과 직접 협상함으로써 남한 문제를 直거래 빅딜하여, 미국의 영향력을 한반도에서 배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유력하다.
그런 가운데 대선(大選)이 흘러가고, 남한 내 친북세력과 북한의 평화공세는 대선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대한민국의 자유·애국·보수 세력은 점점 더 고립무원(孤立無援)의 형세 속으로 빠져드는 모습이다. 그러나 결코 실망하거나 좌절해서는 안 된다. 원칙을 유지할 때 희망과 새로운 길이 열리게 마련이다.
부시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 확산>이라는 고아(高雅)한 이상(理想)을 갖고 있으나, 안타깝게도 실천능력이 부족한 것 같다. 그러나 미국이 대통령 한 사람으로 좌우되는 나라가 아니다. 민주당이 2008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오히려 상황은 역전될 수도 있다.
대한민국의 자유·애국·보수 세력은 그동안의 투쟁과정에서 정리되고 분명해진 4대원칙을 흔들림 없이 견지해야 한다. 곧 <①자유민주주의 이념적 국가 정체성 ②한반도 유일합법 정부로서의 국가 정통성 ③한미동맹의 복원과 강화 ④자유민주 통일의 원칙>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국민 계도와 설득, 그리고 세력화에 나서야 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한나라당의 李명박 후보가 10일 <신한반도 구상>을 발표했다. 그 내용은 “북한이 본격적인 핵폐기 단계에 진입하면 차기 정부에서 남북경제공동체협력협정(KECCA)을 체결, 남북경협을 활성화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현재 친북 세력의 재집권을 막기 위한 다른 대안이 없는 이번 대통령 선거이기에 한나라당의 승리를 기원해야겠으나, 안타깝게도 李 후보의 구상은 자유·애국·보수 국민들이 열망하는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이념적 정체성과 한반도 합법정부로서의 국가정통성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다.
李 후보는 먼저, 김정일 정권의 폭압과 DJ·盧 정권 10년간 행해진 대북 “퍼주기” 행태를 강력 비판하고, 이를 토대로 ‘상호주의’에 입각한 원칙 있는 대북정책을 천명했어야 한다고 본다. 김정일 정권의 WMD(대량살상무기) 개발과 대남전략, 인권 유린, 각종 범죄행동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남북경제공동체> 형성은 실현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바람직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대안(代案)이 없는 이번 대선에서 한나라당 후보를 “비판적으로 지지”할 수밖에 없겠지만, 이런 피상적이고 포퓰리즘的 정책으로는 현재 대한민국이 당면하고 있는 위기 상황을 결코 뚫어 나갈 수 없다고 판단하면서, 하루 속히 자유·애국·보수 세력의 결집과 단결을 촉구하게 되는 것이다.(konas)
홍관희(안보전략연구소장/재향군인회 안보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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