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공동어로수역은 '분쟁수역'이 된다

2007 남북정상 선언에서 공동어로수역(이하 어로수역)을 설정하기로 했다. 이와 연관하여 북방한계선(NLL: Northern Limit Line)무력화에 대한 논쟁이 일고 있다. 10월 5일 기자회견에서 김장수 국방부장관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NLL을 확고히 지켰다고 강조하고 있다. 반면에 이재정 통일부장관은 NLL은 영토개념이 아니기 때문에 얼마든지 재설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두 사람 모두 틀린 말을 하고 있다. NLL은 6·25전쟁의 결과로 생긴 해상휴전선이자 해상군사분계선이다. 남쪽의 수역은 당연히 한국의 해상영토다. NLL은 육상의 군사분계선(MDL: Military Demarcation Line)과 같고 주변해역은 비무장수역의 역할을 하고 있다. 다만 해상에는 육상의 남방·북방한계선과 같이 철책이 없을 뿐이다. 그러나 그동안 남북한은 NLL을 기준하여 일정범위내로 함정·항공기·선박의 접근을 자제함으로써 자연스럽게 비무장수역을 형성해 왔다. 우발적인 무력충돌을 막기 위해서다.
이런 기능이 지난 50여 년간 잘 준수되어 왔다. 지금도 그렇다. 6·25전쟁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이 체결되기 전에는 이에 대한 어떠한 변경을 시도해서는 안 된다. 설사 어로수역이 NLL을 기준하여 남북으로 동일한 구역에 설정되더라도, 정전을 보장해온 기존의 비무장 기능이 보장되지 않는다. 그래서 어로수역을 설정하면 NLL의 기능은 일부 정지되면서 서서히 분쟁수역으로 변하게 된다. 그 이유를 자세히 살펴보자.
첫째, 어로수역의 설정위치가 잘못되어 있다.
어로수역 설정 필요성이 제기된 것은 중국어선의 NLL근해 불법조업을 차단하기 위한 대안으로 몇 해 전부터 구상되었다. 중국어선이 진입하는 길목이면서 NLL의 기능이 잘 보장되는 장소로 백령도 서북쪽해역을 고려했다. 이곳은 비교적 넓은 해역으로 어로수역 설치가 용이하다. 안보적인 측면에서도 상호간 위협요소가 적다.
그런데 우리정부는 이를 고려치 않고 2006년 남북 장성급회담에서 2개소(백령도 서북쪽과 동북쪽의 NLL상)를 북측에 불쑥 제안했다. 북측은 이를 즉각 거부하면서 NLL재설정(1999년 9월에 주장한 경계선)만을 요구했다. 그러다가 북측은 2007년 7월 장성급회담에서 5개소(백령도, 소청도, 연평도 주변)를 제안해왔다. 모두 NLL 이남수역이다. 우리는 이를 거부했다. 우리가 이를 수용할 경우 NLL이 무력화되면서 사실상 서북도서(백령도·연평도 등 서해5도)가 고립된다.
이번 합의서 3항과 5항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정부는 연평도 서쪽해역(과거 연평해전·서해교전이 발생한 곳)을 염두에 둔 것 같다. 북한의 계략에 넘어간 위험하기 짝이 없는 발상이다. 이곳에 설정해서는 절대 안 된다. 따라서 중국어선의 진입을 차단하기 위해 어로수역을 꼭 설정해야 한다면 설정위치는 최초 구상대로 백령도 서북쪽 먼 해역이 적합하다.
둘째, 어로수역에서 해상충돌이 잦아진다.
김 국방장관은 어로수역에는 비무장 어로지도선을 배치한다는 구상인데 이는 실현가능성이 전혀 없다. 지금도 남북함정은 NLL로부터 멀리 이격된 해역에서 조업하는 자국어선을 근접한 위치에서 감시·보호하고 있다. 어선의 어장 이탈, 납북 및 월북을 방지하기 위해서이다. 어로지도선이 이런 임무를 수행할 수가 없기 때문에 NLL근해 어장에는 군함이 항시 배치되어 있다.
따라서 앞으로 어로수역이 설정되면 많은 북한함정이 북측어선을 통제하기 위해 남하하게 된다. 1개 어로구역에 최소한 4척이 투입된다. 2개 구역에 8척이다. 자연히 어로수역의 남단에서 어선을 감시하게 된다. 그리고 어로수역 주변에는 평상시와 같이 우리 측 경비함정이 위치하게 된다. 이는 서북도서 방어, 주변어장에서 조업하는 우리어선에 대한 통제, 서북도서로 이동하는 화객선(화물선·여객선)을 보호하기 위해서 불가피한 조치다.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다. 따라서 다수의 남북함정이 서로 근거리에서 대치하게 된다. 함포의 유효사거리가 4~10Km임을 고려하면 해상충돌이 발생할 수 있는 기회가 지금보다 더욱 많아진다. 우리어선이 NLL북쪽에서 조업할 경우도 동일한 현상이다. 북한의 과거행태와 호전성을 고려할 때 해상충돌이 잦아질 수밖에 없다.
셋째, 우발적 무력충돌 방지를 위해서는 NLL 사수정책이 최선의 방안이다.
합의서 3항에 ‘남과 북은 서해에서의 우발적 충돌방지를 위해 공동어로수역을 지정하고 이 수역을 평화수역으로 만들기 위한 방안과 .... ’로 명시되어 있다. 우리정부는 연평해전(1999년)·서해교전(2002년)을 ‘우발적인 충돌’로 보고 이를 방지할 목적으로 어로수역을 설정한다는 것이다. 개념이 크게 잘못되어 있다. 두 차례의 교전은 ‘우발적인 충돌’이 아니라 북한의 치밀한 계획 하에 이루어진 ‘의도적인 도발’이다.
지금도 남북함정은 서로 원거리(遠距離)에서 행동함에 따라 충돌이 발생할 여지가 없다. 간혹 북한함정이 NLL무력화를 위해 월선(越線)하여도 우리 함정이 접근하면서 경고하면 북한함정이 원거리에서 되돌아간다. 서로가 충돌을 피하는 것이다.
다만 두 차례 교전의 경우, 북한함정이 우리의 경고를 무시한 채 돌아가지 않고 장시간 우리 관할해역을 유린하고 근거리(近距離)에서 우리함정을 의도적으로 기습 공격했기 때문이다. 교전이 발생한 시점도 모두 우리가 햇볕정책을 추진한 시기이다. 북한이 NLL무력화를 본격적으로 들고 나온 것도 1999년부터로 이 기간이다. 우리의 대북유화정책을 저들이 교묘하게 역이용한 것이다.
북한은 1973년에 서해사태를 도발했다. 서북도서 주변해역의 관할권을 주장하면서 북한함정은 NLL을 유린하고 북한전투기는 백령도 영공을 침범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NLL·영공 사수의지를 천명하면서 공세적인 해상·공중작전을 전개하여 무력충돌을 막았다.
이후 연평해전 이전까지 정부는 NLL에 대해서는 일체 양보 없는 강력한 정책을 고수했다. 그 결과 무력충돌이 없었다. NLL사수정책만이 우발적 무력충돌을 방지하는 유일한 방안이다. 역사적인 소중한 교훈이다.
이상과 같이 우리정부가 먼저 제안하여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어로수역은 탁상공론에 기초한 허황된 계획이다. 군사작전을 전혀 모르는 자들의 상상에 의한 기획이다. 북한의 NLL무력화에 동조하면서 우리의 소중한 영토를 적(敵)에게 양보하는 일이다. 그리고 더 많은 해상충돌을 스스로 자초하는 일이다. 그래서 어로수역 설정을 반대한다.
다음달(11월) 제2차 남북 국방장관회담(평양)에 가는 김 국방장관에게 특별히 당부한다.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어로구역을 설정해서는 절대 안 된다. 실적에 급급해서 평생 되돌릴 수 없는 잘못을 범하지 말아야 한다. 그동안 NLL을 사수하다 북한군에게 포로가 된 우리 장병들과 연평해전·서해교전 영웅들의 숭고한 군인정신을 욕되게 해선 안 된다. 상대자인 인민무력부장 김일철(‘98~ 현직, ’82~97해군참모총장)은 NLL무력화를 시도한 장본인이다. 김정일 위원장과 같이 연평해전·서해교전의 도발을 지시한 사람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당연히 두 차례 교전에 대한 사죄, 책임자 처벌과 손해배상을 요구해야 할 것이다. (konas)
김성만(전 해군작전사령관, 예비역 해군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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