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은 왜 '서해평화협력지대' 설치제의를 쉽게 합의했는가

해상휴전선이자 한국안보의 생명선인 북방한계선(NLL)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10월 11일)으로 논란이 뜨겁다. 핵심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정상회담 합의사항이 갖고 있는 문제점을 먼저 알아야 한다.
노 대통령은 10월 4일 저녁에 군사분계선을 넘어와 남측 출입국관리사무소(CIQ)의 ‘대국민 보고’에서 남북정상선언의 5항인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를 이번 회담의 최대의 성과라고 설명했다.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견인할 수 있는 포괄적인 프로젝트로서 우리가 이 문제를 북측에 제의하고 북으로부터 쉽게 합의를 도출했다는 것이다. 또 노 대통령의 공식 수행원으로 참가한 김장수 국방부장관은 10월 5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비무장지대(DMZ) 내의 최전방 초소인 GP 및 중화기 철수 등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문제도 같이 제기했다고 밝혔다. 이 제안에 대해 김 위원장이 “DMZ 문제는 너무 빠르다. 아직은 때가 아니지 않느냐”고 말해 공동성명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DMZ와 서해NLL의 평화지대화, 해주공단 건설은 정상회담에서 우리가 제의할 의제라고 사전에 언론에 공개되었다. 그래서 북측은 이 문제에 대해 사전에 세부적인 분석을 통해 이해득실을 따졌을 것이고, 이에따라 김 위원장은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를 바로 수용했다고 본다.
그러면 북한은 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는 이의없이 합의하면서 DMZ의 평화적 이용문제를 거절한 것일까. DMZ를 평화지대화 하면 북한은 당장 280 여개 GP초소와 1만여 명의 병력을 후방으로 철수해야 한다. 그러나 이럴 경우 DMZ내에 있는 북측 땅굴에 대한 관리와 남침 시 신속한 통로개척 등 군사작전의 이점을 잃게 된다. 또 이미 알려진대로 2012년 이전에 주한 미2사단이 평택으로 이전하게 됨에 따라 최전방의 인계철선(Trip-wire)이 소멸되어 미군과의 충돌 없이 특수작전부대 투입만으로 서울을 기습 점령할 수 있는 군사적 이점을 살리지 못한다. 북한이 DMZ 평화지대화를 반대한 이유가 바로 이런 점을 고려한 것이 아닌가 싶다.
이런 예측에 힘을 실어주듯 남북정상회담 만찬장에서 북한 인민무력부장 김일철은 김장수 국방부장관에게 주한미군 철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한다. 북한의 대남적화통일 야욕이 얼마나 집요한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를 수용한 북한의 저의를 자세히 살펴보자.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개발은 ▲공동어로구역과 평화수역 설정 ▲경제특구 건설과 해주항 활용, 민간선박의 해주 직항로 통과 ▲한강하구 공동이용 등 해주지역과 주변해역의 평화와 번영을 견인하는 사업을 포괄적으로 추진하는 구상이라는 게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아직 구체적으로 발표된 것은 없다. 다음달(11월) 남북 국방장관회담(평양)이 열리면 군사적인 문제가 밝혀질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정부의 발표만으로 어느 정도 검토가 가능하다.
첫째, 공동어로구역·평화수역을 설정하면 기존 NLL은 무력화된다.
김 국방장관은 기자회견에서 “공동어로구역은 NLL을 북측이 인정한다는 전제하에 설정되며, 이 구역에는 군함 등이 들어올 수 없고 행정지도선·비무장 경찰 등이 운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필자의 코너스 컬럼 <남북공동어로수역은 분쟁수역이 된다, 2007.10.8>에서 세부적으로 분석한 바와 같이 공동어로구역을 설정하면 어떤 형태로든 서북도서와 수도권 서측해역을 방어하는데 필수적인 해상휴전선(군사분계선)인 NLL의 고유기능이 손상될 수밖에 없다.
북한어선은 모두 군(軍)소속으로 무장어선이라고 한다. 북한에는 군함만 있을 뿐 행정지도선과 해양경찰도 없다. 그리고 공동어로수역으로 인해 해상충돌이 더욱 잦아진다. 북한이 연평해전(1999년)과 서해교전(2002년)을 의도적으로 도발한 이유도 NLL을 분쟁지역화 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그리고 그들은 2006년 남북 장성급회담에서 NLL재설정을 본격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북한은 NLL분쟁화·무력화를 통해 수도권(서울·인천) 서측의 해상우세권을 장악하고자 하는 것이다.
정부에서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평화수역(해양평화공원 등)도 한국의 안보에 치명적인 위해요소가 된다. 만약 연평도-용매도·대수압도(북한)-석모도-우도 등을 연결하는 주변수역을 평화수역으로 선포하고 남북이 공동으로 이용하는 방안이라면 이것도 어로구역과 같이 분쟁의 씨앗이 된다. 이 구역은 NLL과 더불어 우리에게는 인천·김포반도 방어에 핵심적인 해역이다. 해상·공중작전에서 방어종심을 제공하는 곳이다. 이곳이 무너지면 수도권의 방어가 위태롭게 된다.
둘째, 경제특구 건설과 한강하구 공동이용은 북한의 군(軍)자금 조달 창구가 된다.
북한은 해주시 강정면에 남측의 자금으로 경제특구를 개발하고, 해주항을 아울러 이용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남측은 약 21조원의 돈을 투입해야 한다고 한다. 북측은 10만개의 일자리가 생기고 매월 약1,000만(1인당 월 급여 100달러 기준) 달러의 급여를 현금으로 챙길 수 있다.
앞으로 건설될 해주공단에서 이익 창출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이 진단하고 있다. 개성공단 입주업체의 80%가 아직도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것이 좋은 사례다. 그리고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한은 개성공단을 통한 우리의 개혁·개방정책에 대해 아주 부정적인 견해라고 한다. 이런 용어를 사용하지 말도록 노무현 대통령이 여러 번 지시할 정도로 북한의 반발이 심각하다. 이런 상태에서 북한에서 정상적인 경제활동은 기대하기가 어렵다.
그리고 김포반도와 강화도의 북단을 연결하는 한강하구 비무장지대를 공동으로 개발하자는 방안은 남북 양측에 이득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모래와 골재를 채취하여 활용할 수 있고, 하상이 낮아지면 상류지역의 홍수피해도 감소된다. 그런데 문제는 북한이 상당부분 현금을 요구할 것이다. 북한 군부는 해주항 주변 바다모래 채취를 우리 민간기업에 오래전부터 허가해왔다. 지금까지 지급된 현금은 군사비에 충당되었다고 한다.
결국 우리의 남북경협을 통한 대북지원으로 북한의 개혁·개방을 유도하는 정책은 성공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대신에 북한의 군사력만 증강시키는 결과가 될 것이 분명하다.
셋째, 민간선박이 NLL을 가로질러 해주항으로 직항 운항하는 것은 군사작전에 위해요소가 된다. 선박이 이동할 수 있는 항로는 두 곳이다. 수심이 비교적 깊어 상선이 다닐 수 있는 연평도 서방 항로가 있고, 지금까지 사용하지 않은 연평도·우도 동방의 저수심 해역으로 정부가 새로이 구상하고 있는 신항로다. 그런데 신항로는 오래전부터 해주-인천을 오가는 바다모래 운반선이 사용을 요구해와 수차례 검토한 바 있다. 허가를 할 수가 없는 곳이다. 그 이유는 수심이 워낙 얕아 경비함정이 진입할 수가 없다. 그래서 남하하는 선박이 영종도 근처에 도착할 때까지 적아식별(敵我識別)이 불가하다. 이동선박이 조난, 좌초, 충돌, 긴급환자 등이 발생했을 경우 지원도 불가하다.
그리고 이곳은 인천·강화도·김포반도를 방어하는 데 가장 중요한 해역이다. 만약 적(敵)이 이용할 경우 우리의 작전에 필수적인 방어종심이 없어진다. 평시에도 북한함정에 탑재된 휴대용지대공유도탄에 의해 영종도를 이·착륙하는 항공기가 피습될 수 있다. 또 과거 북한은 간첩선(반잠수정)을 이 해역을 통해 많이 침투시켰다.
북한선박(상선 포함)이 NLL을 통과하는 것은 또 다른 안보상 큰 문제가 있다. 북한선박은 한국선박과는 달리 모두 정부소속이다. 승조원도 국가공무원이다. 그래서 첩보수집이나 간첩행위를 한다. 과거에도 그렇게 해왔다. 심지어 북한은 상선을 테러범죄에 직접 운용한다. 버마 아웅산 폭파사건과 신상옥·최은희 납치사건에 상선이 동원되었다. 그래서 지금까지 북한상선의 NLL통과를 우리가 허가할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 항로는 전시에 해상전투가 가장 먼저 시작되는 구역이다. NLL이남해역의 해양환경정보는 북한해군의 해상작전에 필수적인 것이다. 북한선박에 간단한 장비만 설치하면 수집이 가능하다. 수상함·잠수함·기뢰전 작전에 필수적인 수심·해저지질·수온분포 등을 수집하게 된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북한은 NLL과 주변해역 무력화를 위해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제의를 전격 수용한 것이다. 앞으로 북한해군은 서북도서(백령도·연평도 등)를 고립시키고 수도권 서측해역에 대한 해상우세권을 장악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하여 서해해상과 DMZ의 양방향에서 동시작전으로 수도권점령을 단시간에 완료하는 것이다.
이래서 재향군인회, 성우회, 영관장교연합회 등 300여개의 예비역 단체와 보수단체, 그리고 군 원로 들이 한결같이 ‘NLL을 무력화하는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를 철회하라’라고 반대하는 것이다. 군사전문가들이 NLL의 중요성에 대해 그렇게 강조해도 소귀에 경읽기 식이니 가슴만 답답할 뿐이다. 한반도 적화통일에 혈안이 되고 있는 북한의 실체를 평양에 간 사람들이 그토록 모른단 말인가. 북한이 굶주려가면서 선군정치(先軍政治)를 하고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는 이유도 정녕 모른단 말인가.(konas)
김성만 (전 해군작전사령관, 예비역 해군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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