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混沌)' 속의 美대북전략
미국의 대북전략이 혼돈을 겪고 있다. 공식적으로 부시행정부는 라이스-힐 라인을 앞세워 북한과의 ‘허니문’을 진행 중이지만, 부시행정부 내 그리고 미국 조야에 걸쳐 대북정책 및 전략을 두고 의론이 분분하다.
먼저 대북 유화(宥和) 노선의 주역으로 불리는 「라이스-힐」 現 국무부 라인은 ‘2ㆍ13합의’와 최근의 ‘10ㆍ4핵합의’를 기반으로 북한이 ‘연내 불능화’ 약속을 이행할 것으로 믿고 테러지정국 해제와 중유 제공 등 그에 상응한 미국의 정책을 준비 중이다. 크리스토퍼 힐(Hill) 미 국무부 차관보와 김계관 외무성 부상 간에는 상당한 신뢰가 구축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대북 유화 움직임에 브레이크를 거는 움직임과 사건들이 잇달아 일어나 부시대통령 자신을 멈칫거리게 만들고 있다. 10월초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제시된 “3자 또는 4자 정상회담” 개최에 대해 미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부인하는 언급을 했고, 북한-시리아 核커넥션에 대해서도 부시행정부 내 이견(異見)과 갈등이 노출되고 있다.
10월 14일 New York Times紙는 ‘시리아가 북한식 원자로를 건설 중이었으며, 이스라엘이 이를 폭격한 것은 바로 이 원자로’라고 보도했다. 부시행정부 내 시리아-북한 간 核커넥션을 놓고 강온파가 대립하고 있으며, 체니부통령은 對北 강경조치를, 라이스 국무장관은 대화구도 유지를 주장하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한편 Washington Post紙는 10월 13일자 사설에서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고 미·북 접촉이 긴밀하긴 하나, “북한의 변화 조짐은 미약하다”고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WP지는 북한이 비록 연내 영변 핵시설 불능화와 핵프로그램 전면신고에 합의는 했으나, 농축우라늄프로그램과 시리아와의 핵커넥션 등으로 북한의 진의(眞意)에 대한 의혹이 깊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정일은 ‘개혁’에 거부감을 갖고 있어, 현 시점에서 북한의 전략은 (i)체제 변화가 아닌 (ii)핵무기를 보유한 채 (iii)韓美양국으로부터 최대한의 정치·경제 보상을 받아내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美 대선을 1년여 앞두고 민주당의 강력한 대선 후보로 부상하고 있는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은 외교전문지 「Foreign Affairs」 11-12월호에 기고한 글에서 “북한과의 대화정책을 통해 핵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녀는 부시행정부가 북한, 이란과 같은 적성 국가들과 대화를 하지 않음으로써 사태를 악화시켰다며 “이는 잘못되고 비생산적인 전략으로… 활발한 외교는 우리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전제조건”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의 장래를 위해 분명 희소식은 아니다. 또 같은 민주당 내 안보전문가인 윌리암 페리 전 국방장관이 강력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압박과 제재를 통해 북한을 협상으로 유인해야 한다는 「병행전략(Two Track Approach)」을 주장한 것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하긴 페리의 주장 이후 벌써 수년이 흘렀다.
왜 미국 내에서 대북정책 및 전략을 놓고 이런 ‘혼돈’이 일어나는 것일까? 가장 큰 원인은 김대중·노무현 정권 10년 간 한국정부의 방해 공작으로 對北인식에 큰 괴리가 오고 韓美공조가 무너지다 보니, 對北전략의 초점이 상실되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라크戰의 혼미와 이란의 핵개발 도전으로 현재 미국의 대외정책은 한마디로 ‘아노미(anomie: 혼돈)’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이제 미국은 전통적인 한반도정책 목표였던 (i)자유대한민국의 수호와 (ii)한반도의 자유민주 통일보다는 (i)한국 내에서 ‘반미’ 감정을 억제하고 (ii)북핵의 해외 이전을 감시하며(보유는 둘째로 하고), 무엇보다 (iii)북한 붕괴 후 중국의 개입에 맞서기 위해 對北 개입정책을 강화한다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만큼 한국정부의 대외정책 방향은 미국의 한반도정책을 결정하는 주요 변수임에 틀림없다. 지난 10년 좌파 정권의 등장이 미국의 한반도정책 변화에 이토록 큰 영향을 미친 것이다. 역(逆)으로 이번 대선에서 新정부가 출범한다면 그동안 망쳐놓은 韓美관계와 미국의 한반도정책 및 전반적으로 악화된 한국의 외교안보 상황을 되돌려 놓을 가능성은 살아있다. 미국의 고위 관리도 한국의 新정부가 韓美관계에서 확고한 입장을 견지한다면, 전시작전권 재협상을 비롯한 전반적인 韓美관계의 재검토가 가능하다는 언급을 한 적이 있다.
지금 좌파 정권은 새로 선출한 정동영 후보를 앞세워 대대적인 ‘정상회담-평화협정’ 공세를 전개할 요량이다.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가 면밀한 검토를 거쳐 원칙적인 외교안보 정책 라인을 수립 대응하여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대선(大選)의 승리와 대한민국의 밝은 장래를 담보할 수 있다.(konas)
홍관희(안보전략연구소장/재향군인회 안보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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