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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억류자문제와 국가의 본분과 도리

정부의 소극적인 자세 전환을 촉구한다

Written by. 제성호   입력 : 2007-10-21 오후 5:4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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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17일부터 22일까지 금강산에서 제16차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2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처음 실시되는 이산가족 상봉인데, 이번 행사에선 전례와 달리 국군포로․납북자가 단 1명도 만나지 못하고 있다. 지금 정부가 정상회담 성과를 홍보하며 후속대책 마련에 부산을 떠는 것과 엇박자를 보이는 대목이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그간 우리 정부는 국군포로․납북자문제(통칭 북한 억류자문제)에 정공법으로 접근하지 않았다. 곧 전쟁포로의 은폐와 불송환, 강제납치와 불법억류의 문제, 그리고 원상회복이 시급한 사안으로 다루지 않은 것이다. 물론 이는 국군포로․납북자는 단 한 명도 없고, ‘해방전사’와 ‘의거 입북자’만 있을 뿐이라는 북한측 입장을 고려한 때문이다. 

  이런 배경에서 정부는 ‘특수이산가족’(주로 김대중 정부 시절) 혹은 ‘넓은 의미의 이산가족’이란 이름으로 포장해 문제의 해결을 추구하였다. 국군포로·납북자 상봉은 2000년 11월 제2차 상봉에서 납북 동진호 선원 강희근씨가 남측 어머니 김삼례씨를 만난 후 매번 이산가족 상봉행사 때 1~4명 정도 ‘끼워넣기’를 하는 방법으로 해당 가족들의 아픔을 달래곤 했던 것이다. 

  이 같은 접근과 해결이 불충분한 것이고 또 심히 불만족스러운 것이긴 했지만, 그래도 남쪽 가족들로서는 반가운 한 줄기 빗줄이었던 게 사실이었다.  정부는 그런 해법을 ‘실사구시적 해결’이라고 미화하고, 정당화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관행화된 끼워넣기식 해결이, 남북관계에 획기적 발전을 이뤘다는 정상회담 후에 끊기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런 사태의 발생은 한 마디로 정부의 소극적인, 아니 무책임한 태도 때문이 아닌가 한다. 저자세와 눈치 보기로 일관하기보다는 2차 정상회담 때 분단의 고통 해소 차원에서 국군포로․납북자 문제를 마땅히 의제로 삼아야 했다. 하지만 그렇지 못했다. 

  정부 당국자의 발언을 보면, 과연 해결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2차 정상회담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이 문제에 대해 “논의는 했으나 성과가 없었다”고 말했다. 반면, 이재정 통일부장관은 “논의도 못했다”고 밝혔다. 보도 내용을 미루어 판단하면, 노 대통령이 거론은 했으나 김정일 위원장의 무반응으로 실질적인 논의가 진행되지 못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점을 이해할 수 없다. 이미 남북간에는 수차례 ‘전쟁 및 전후 시기에 소식을 알 수 없게 된 자’의 생사확인 등 인도적 해결을 약속한 바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을 김정일에게 상기시키고 국군포로․납북자문제를 최우선적으로 협의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차제에 다시금 정부의 존재이유를 생각지 않을 수 없다. 우리 국민이 어디에 있건 부당한 고통과 불편을 겪을 경우 이를 시정하기 위해 나서는 것이 바로 정부의 임무다. 우리 헌법도 국민의 인권을 보장할 국가의 의무(제10조)와 재외국민 보호의무(제2조 2항)를 명시하고 있다. 이 책무를 잘 하라고 국민이 세금을 내는 것이다. 국군포로․납북자는 엄연히 북한에 억류돼 인권 침해를 받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이다. 정부의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고, 국가는 그런 요구에 부응할 의무가 있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정상회담 때 절박한 현안을 면피용으로 지나가듯이 거론한 것은 직무유기에 가깝다. 

  이웃나라 일본은 납북자문제에 정공법으로 임했고 최우선적 해결을 모색하였다. 마침내 북한측으로부터 불법 납치행위 시인을 얻어냈고, 2002년 10월 5명의 납북자 송환을 실현했다. 쉬쉬하는 저자세로는 진전을 이룩할 수 없다는 점을 일본사례에서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우리 정부는 아프간 인질사태의 경우 국정원장이 현장에서 협상을 진두지휘하며 적지 않은 몸값 지불(?) 등 총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피랍된 19명의 안전한 석방을 이루어냈다. 왜 이 같은 노력이 국군포로․납북자에게는 행해지지 않는 것인지 안타깝다. 

  제16차 남북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준비해 온 통일부측은 “8월 22일 북측에 국군포로 10명과 납북자 10명이 포함된 상봉 대상자 명단을 제출해 생사확인을 요청했으나 북측은 지난달 18일 국군포로 1명은 사망, 나머지 19명은 확인불능(생사 확인이 되지 않는다) 통보를 보내왔다”며, “통보 날짜가 정상회담 2주 전인 9월 18일인 만큼 상봉 행사와 정상회담은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 문제가 모두 빠진 것은 우연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과연 우연일까? 정상회담 때 우리가 이 문제를 제기하려는 움직임에 제동을 걸기 위한 북한측의 계산된 (길들이기) 행동이었다는 것이 필자의 시각이다. 이와 관련, 최성용 납북자가족모임 대표 등 남쪽 가족들은 “남북이 명단을 주고받을 때 정상회담은 이미 결정됐었다”며 “납북자·국군포로 가족 상봉이 모두 실패한 것은 우연이 아니라 정부의 무성의 때문 아니냐”고 반발하고 있다. 

  그런 사실을 우리 정부가 모를 리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정상회담에서 노 대통령은 더욱 확고한 자세로 나갔어야 했던 것이다. 

  지금 납북자․국군포로 당사자는 물론 남쪽 가족들은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납북자․국군포로문제에 있어서는 책임 의식과 확고한 해결 의지, 그리고 성의 있는 태도가 문제해결의 관건이다. 자국민 보호는 국가의 본분이자 도리이다. 이 점을 직시하고 앞으로 열릴 남북총리회담과 국방장관회담에서 북한을 설득, 기필코 이 문제의 진전을 이룩하길 기대한다. 분단의 고통을 극명하게 대변해 주는 납북자․국군포로문제를 수십년간 그대로 방치한 채 남북화해를 말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정부의 소극적인 자세의 전환을 촉구한다.(konas)

 제성호(중앙대 법대 교수)
 출처: 프리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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