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11만평과 한국 안보
Written by. 이상훈 재향군인회 회장
입력 : 2003-12-09 오후 2:51:00
용산기지의 유엔군사령부와 한미연합사령부 잔류면적 허용문제를 두고 정부와 미군측의 줄다리기가 한창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 두 사령부가 오산·평택으로 이전하게 되는 사태가 빚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한국과 미국은 그동안 태평양의 거리를 뛰어넘는 ‘동맹’ 관계를 50년 이상 지속해온 혈맹이다. 이 50년간이 유사 이래 외침(外侵)이 없었던 반세기로 기록되고 있음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남북 대치의 특수상황 속에서도 수없이 잦았던 갈등을 이겨내고 우리가 정치적 발전과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룩할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한·미동맹 덕분이었다.
바로 이 ‘불안한 평화 반세기’의 공신은 미8군이 존속했기에 가능했던 소중한 결실이었다. 그런 뜻에서 우리 국방부와 유엔군사령부, 한미연합사는 이 나라 최일선 집단안보체제 구축의 세 축(軸)이다. 달리 말해 유엔군사령부와 미8군이 자리해온 용산기지는 오늘의 한국이 있기까지 한·미 공조 ‘산 역사의 증인’이자 표상이었다.
이 가운데 두 축의 오산·평택 이전 움직임을 정부가 수용하려는 것은 결과적으로 주한미군의 존재와 그 위상까지도 부정하고 마는 것과 다름없다.
미군측이 요구하는 잔류면적 28만평과 우리 정부안(案) 17만평과의 차이는 11만평이다.
우리에게 11만평이 더 주어질 경우 얻는 것은 ‘도시계획상의 이점(利點)’이지만, 잃는 것은 한·미 공조로 이룩해온 우리 안보 위상의 심각한 훼손이다. 문제는 우리의 안보와 경제에 미치는 엄청난 부정적 파장이다.
남북 대치의 특수상황에서 우리가 최우선적으로 중시해야 할 국가적 목표는 ‘북한의 남침 억제’가 아닌가. 우리가 그동안 주한미군의 한강 이남 재배치 문제를 심각하게 우려하고 반대해 왔으면서도 용산기지 11만평의 추가허용에 대해서는 더없이 인색함을 보이고 있음은 엄청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우리는 미국측 요구를 수용함으로써 북한에 대한 우리의 안보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도 굳건함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유엔군사령부와 한미연합사가 오산·평택지구로 옮겨가는 것 자체만으로도 용산에 계속 잔류하는 것에 견주어 우리의 안보 위상에 있어서 엄청난 차이를 보일 것이다.
주한미군이 한국에서 철수할 경우 국내투자 외국자본도 썰물처럼 빠져나갈 것이고, 우리 경제 역시 빠른 속도로 침몰할 것
임을 예상하기란 어렵지 않다. 연합사 등이 오산·평택지구로 이전하는 것만으로도 미국의 한국 방어의지가 퇴색하는 것 아닌가 하여 상당한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외국자본이 주한미군의 존재와 진퇴(進退)를 함께할 것임은 너무나 자명하다.
또 미국은 주한 미대사관 부지에 대사관 건물 외에 직원숙소 등을 신축하려던 계획이 한국정부의 반대로 무산되자 그 대안으로 용산기지 잔류면적의 추가허용을 요청한 것이기 때문에 미국의 요청에는 큰 무리가 없는 것이다.
우리는 어떤 경우에도 소탐대실(小貪大失)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부국과 강병 이 두 가지로 집약되는 번영과 안보의 위상을 크게 훼손하는 처사는 결국 그 어느 것도 소리(小利)에 집착하느라고 기둥뿌리가 뽑히고 마는 우(愚)를 범하는 꼴이 될 것이다.
우리의 혈맹인 미국이 2차대전 이후 처음으로 주(州)방위군까지 이라크 전선에 투입하면서 우리에게 제시한 협조요청을 ‘생색내기’로 일단락 짓고서도 이제 다시 이 같은 문제로 한·미 간에 또 다른 갈등을 빚는다면 그 부담은 종국적으로 국민에게 되돌아올 것이다.
주한미군이 없는 ‘안보공백 속의 서울’은 희망이 아니라 새로운 ‘불안의 시작’이다.
정부가 할 도리가 아니다.
이 글은 조선일보 12월 9일자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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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훈 재향군인회 회장 |
한국과 미국은 그동안 태평양의 거리를 뛰어넘는 ‘동맹’ 관계를 50년 이상 지속해온 혈맹이다. 이 50년간이 유사 이래 외침(外侵)이 없었던 반세기로 기록되고 있음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남북 대치의 특수상황 속에서도 수없이 잦았던 갈등을 이겨내고 우리가 정치적 발전과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룩할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한·미동맹 덕분이었다.
바로 이 ‘불안한 평화 반세기’의 공신은 미8군이 존속했기에 가능했던 소중한 결실이었다. 그런 뜻에서 우리 국방부와 유엔군사령부, 한미연합사는 이 나라 최일선 집단안보체제 구축의 세 축(軸)이다. 달리 말해 유엔군사령부와 미8군이 자리해온 용산기지는 오늘의 한국이 있기까지 한·미 공조 ‘산 역사의 증인’이자 표상이었다.
이 가운데 두 축의 오산·평택 이전 움직임을 정부가 수용하려는 것은 결과적으로 주한미군의 존재와 그 위상까지도 부정하고 마는 것과 다름없다.
미군측이 요구하는 잔류면적 28만평과 우리 정부안(案) 17만평과의 차이는 11만평이다.
우리에게 11만평이 더 주어질 경우 얻는 것은 ‘도시계획상의 이점(利點)’이지만, 잃는 것은 한·미 공조로 이룩해온 우리 안보 위상의 심각한 훼손이다. 문제는 우리의 안보와 경제에 미치는 엄청난 부정적 파장이다.
남북 대치의 특수상황에서 우리가 최우선적으로 중시해야 할 국가적 목표는 ‘북한의 남침 억제’가 아닌가. 우리가 그동안 주한미군의 한강 이남 재배치 문제를 심각하게 우려하고 반대해 왔으면서도 용산기지 11만평의 추가허용에 대해서는 더없이 인색함을 보이고 있음은 엄청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우리는 미국측 요구를 수용함으로써 북한에 대한 우리의 안보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도 굳건함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유엔군사령부와 한미연합사가 오산·평택지구로 옮겨가는 것 자체만으로도 용산에 계속 잔류하는 것에 견주어 우리의 안보 위상에 있어서 엄청난 차이를 보일 것이다.
주한미군이 한국에서 철수할 경우 국내투자 외국자본도 썰물처럼 빠져나갈 것이고, 우리 경제 역시 빠른 속도로 침몰할 것
임을 예상하기란 어렵지 않다. 연합사 등이 오산·평택지구로 이전하는 것만으로도 미국의 한국 방어의지가 퇴색하는 것 아닌가 하여 상당한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외국자본이 주한미군의 존재와 진퇴(進退)를 함께할 것임은 너무나 자명하다.
또 미국은 주한 미대사관 부지에 대사관 건물 외에 직원숙소 등을 신축하려던 계획이 한국정부의 반대로 무산되자 그 대안으로 용산기지 잔류면적의 추가허용을 요청한 것이기 때문에 미국의 요청에는 큰 무리가 없는 것이다.
우리는 어떤 경우에도 소탐대실(小貪大失)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부국과 강병 이 두 가지로 집약되는 번영과 안보의 위상을 크게 훼손하는 처사는 결국 그 어느 것도 소리(小利)에 집착하느라고 기둥뿌리가 뽑히고 마는 우(愚)를 범하는 꼴이 될 것이다.
우리의 혈맹인 미국이 2차대전 이후 처음으로 주(州)방위군까지 이라크 전선에 투입하면서 우리에게 제시한 협조요청을 ‘생색내기’로 일단락 짓고서도 이제 다시 이 같은 문제로 한·미 간에 또 다른 갈등을 빚는다면 그 부담은 종국적으로 국민에게 되돌아올 것이다.
주한미군이 없는 ‘안보공백 속의 서울’은 희망이 아니라 새로운 ‘불안의 시작’이다.
정부가 할 도리가 아니다.
이 글은 조선일보 12월 9일자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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