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군 40주년, 나이만큼 성숙할 때
올해로 예비군 창설 40주년을 맞았다. 언젠가부터 4월 첫 금요일을 향토예비군의 날로 정해 기념하고 있는데, 예비군의 나이인 불혹이 의미하듯이 예비군 위상은 우리의 국가방위에 있어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다. 그동안 우리는 예비군 운영을 상당 부분 막연한 가능성에 두고 실행해 왔다.
300여만 명의 예비군 대원이 지니는 외견상의 모습이 바로 전투력과 연결될 것으로 여겨 왔는데, 이는 예비군을 운영하는 예산의 규모를 살펴보면 그 실제성에 마냥 신뢰할 수만도 없는 실정이다. 이에 더해 더욱 우려되는 것은 예비군에 대한 국민들의 시각이다. 현역 복무만을 병역의무로 생각하는 대다수 사람들에게 예비역 복무는 병역법에 의한 복무임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점이다.
예비역 복무는 안 해도 될 것 같은 추가적 부담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하지만 약간의 관심을 갖고 세계를 둘러보면 예비군 없는 나라가 어디 있을까? 통상 우리가 곧잘 언급하는 이스라엘이나 스위스는 그만두더라도 진짜 전쟁 위협이 있을까 싶은 노르웨이·스웨덴·핀란드 등은 왜 예비군을 운영하는 것일까? 그것도 우리보다 훨씬 정비된 시스템에서 말이다.
일본은 왜 예비군을 심도 있게 정비하며, 남북화해 시기에 북한은 왜 700만 명이 넘는 예비군을 유지하는 것일까? 답은 매우 단순하다. 각 나라는 국가방위 요소를 상비군으로 100% 준비할 수 없기 때문에 예비군을 운영하는 것이다. 미국 같은 세계 강국도 이름 모를 최빈국의 국가들도 모두 그러하다. 즉 예비군은 국방 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국가전략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예비군의 진가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스위스를 치려 했던 히틀러가 포기한 사례에서 보듯이 전쟁 자체를 억제하는 요소라는 점이다. 따라서 그럭저럭 운영되는 예비군은 평시나 유사시 모두 제대로 기능을 발휘할 수 없음은 매우 자명한 일이다.
이제 국방개혁 2020에 예비전력 운영 방향이 정해지고 예비군의 정예화가 본격적으로 거론되는 시점에 있어 희망하는 바는 더 이상 예비군에 관한 제언들이 슬로건으로만 남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다. 예비전력의 중요성이 머리와 가슴으로만 판단하지 말고 보다 실질적으로 이뤄져야 할 일이다.
예비전력에 대한 막연한 기대가 유사시 국가총력전에 부응하지 못하는 미혹스러운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한다. 예비군은 국민의 자발적 동참에 그 기반을 두는 만큼 국민의 호응을 받을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가 정비돼야 하고, 예비전력 지수 향상은 훈련·장비수준에 있는 만큼 획기적인 훈련 방법의 모색과 보유 장비의 업그레이드도 필수적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여전히 제한된 예산을 이유로 또는 오래된 법령을 이유로 훈련여건 개선이나 도태 장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차후로도 예비군은 매년 4월 첫 금요일로만 기억될 수밖에 없다.
다행히 예비전력 운용에 한 줄기 희망을 본 것은 의연한 국방태세 확립을 표명한 대통령의 의지와 함께 지난달 27일 예비군의 날 기념 모범예비군 신고식에서 국방부장관이 강조한 예비군 운용에 대한 소신이다. 그동안 논의 회피 영역으로 간주돼 왔던 예산 확보라든지 법령 정비에 대한 문제가 언급된 점은 이제야말로 제대로 된 예비전력 건설을 기대하게 한다.(konas)
정원영(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출처:http://kookbang.dema.mi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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