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안보와 국방비
세계7대 강국의 경제력에 걸 맞는 군사력도 함께 보유해야
지금으로부터 2400여 년 전 투키디데스는 국가들의 국제 행동의 동기를 3가지로 요약했다. 그 세 가지란 이익, 명예, 그리고 두려움이다. 국가들은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행동하며 명예를 추구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처럼 이익과 명예를 추구하려는 동기의 배후에는 두려움이라는 요소가 잠재하고 있다.
평화를 위한 그 동안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21세기의 국제정치도 아직 평화를 전혀 보장 받을 수 없는, 두려움이 항상 존재하는 소위 ‘무정부’ 상태의 세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무정부 상태란 국가 간에 충돌이 발생 했을 경우 이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상부의 권위 있는 기관이 존재하지 않는 상태를 의미한다. 무정부 상태를 의미하는 영어단어 anarchy 란 왕(archy) 이 없는 상태를 뜻하는 것이다.
국제정치체제에는 국제체제를 구성하는 개별 국가들보다 더 높은 권위를 가진, 상위의 조직이 존재하지 않는다. 자신보다 상위의 권위를 가진 조직이 존재하지 않는 무정부적 국제사회의 구성원인 각각의 개별 국가들은 누구나 자조(自助, self-help) 라는 행동 원칙을 갖기 마련이다. 모든 나라들은 자신의 안전, 안녕, 평화 등 가장 중요한 가치를 스스로의 힘으로 챙겨야만 하는 것이다.
결국 국제정치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국가안보이며, 국가의 최고 지도자가 담당해야 하는 최고의 임무와 사명은 국가안보를 확실하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국가 최고 지도자는 모두 자국의 최고 사령관이 되는 것이다. 국가안보는 국가 이익 중 최고의 이익이며 그래서 국가안보가 확립 된 이후에야 비로소 경제 발전, 안녕, 명예 등의 다른 이익에 관심을 쏟을 수 있는 것이다 국가에게 있어서 안보란 개인의 경우 건강과 같은 것이다. 건강을 잃으면 다른 모든 것이 무용하다는 것과 똑같은 이치가 국가에도 적용 된다.
국제정치 학자 중에서 국가의 죽음(멸망)에 대해서 연구한 사람이 있다. 타니샤 파잘(Pazal) 박사는 나폴레옹 전쟁이 종식 되고 근대 국민국가들로 구성된 국제정치체제가 시작된 1816년부터 서기 2000년 까지 지구상에 존재했던 국가가 총 207개 국가였다는 사실을 찾아내고 그중에서 66개 국가가 소멸되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1816년 이후 2000년까지 184년 동안 지구상에 존재했던 국가의 32%가 소멸해 버렸다는 것이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소멸된 66개 국가 중 50개 국가는 이웃나라의 무력 공격 등 폭력에 의해 소멸되었다는 점이다. 지난 두세기 동안의 세계 역사는 어떤 국가가 200년 이내에 다른 나라의 폭력에 의해 멸망할 확률이 무려 1/4 이나 되었다는 놀라운 사실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만약 대한민국이 북한이 도발한 한국 전쟁에 의해 멸망 당 했다면, 파잘 교수의 멸망한 국가 목록은 67개국으로 늘어났을 것이며, 폭력에 의해 죽은 나라는 51개국으로 늘어났을 것이다.
국방비는 국가의 안전을 위한 당연한 지출이며 그래서 국방비 지출은 경영학의 논리를 따르지 않는다. 국가의 생과 사(生死)에 관한 일이기 때문에 국방비를 결정하는 것은 정치적, 전략적 요인이지 경제적, 경영학적 요인이 아니다. 세계 최고의 경영 전문가였던 맥나마라 미국 국방장관은 최고의 경영 기법으로 월남 전쟁을 치르고자 했고, 미국 군대를 혁신시키려 했다. 결과는 참담한 패배였다. 경영의 천재가 지휘하는 미국군은 세계 최하위권의 3류 군대한테도 이기지 못했다.
최근 국방비 문제로 인해 국방장관, 차관, 청와대 등 정부 일각에서 모종의 갈등 상황이 야기 된 것으로 보도 되었다. 국방비 증액을 원하는 군과 감축을 원하는 정부의 갈등 이었다 한다. 한국은 국민총생산(GDP) 대비 국방비의 비중이 아주 낮은 편에 속하는 나라다. 우리나라는 국민총생산의 2.7%를 국방비로 쓰는데 미국은 4.1, 중국은 4.3, 러시아는 9.9%이다. 우리와 안보환경이 비슷한 이스라엘은 7.3%이다. 핵무장을 갖추고 GDP의 약 30%를 국방비로 쓰는 북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태부족한 국방비가 아닐 수 없다.
더 나아가 지금 우리가 쓰는 한국의 국방비는 북한만을 상대하는 국방비가 아니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국방력의 건설은 장기적인 계획아래 이루어지는 것이며 대한민국의 미래 국방력은 북한 하나만을 상대하기 위해 건설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747 (년 평균 경제성장 7%, 국민소득 4만 불 달성, 세계7대 강국 진입) 이라는 현 정부의 대선 공약에도 나타났듯이 우리는 세계 7대 강국을 향해 달려 나가고 있는 중이며 세계7대 강국의 경제력에 걸 맞는 군사력도 함께 보유해야 한다. 최근 야기된 국방비 관련 논란이 국가안보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도 안 되고 사기(士氣)를 먹고사는 군을 실망케 해서도 안 될 것이라는 사실을 재삼 강조하고자 한다.(konas)
이춘근(이화여자 대학교 겸임교수/미래연구원 연구처장)
* 민생경제정책연구소 간행 이슈와 정책 9월호에 게제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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