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에 배치된 미2사단에 이어 지난달 17일 용산기지의 미8군 부대는 물론 한미연합사령부마저 2007년까지 평택지역으로 이전하는 재배치 계획에 한·미 양국이 합의했다.
국방부는 이전합의 전에 한미연합사가 서울에 위치하는 것이 한·미동맹관계 유지·발전과 긴밀한 협조를 위해 유익할 것이라고 판단, 잔류를 요청했으나 잔류시 미국 측의 시설소요를 충족시킬 수 없어 결국 이전에 합의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국방부에서는 13, 14일 ‘미래 한·미동맹 정책구상’ 7차 회의가 열림으로써 용산기지 이전에 따른 포괄협정(UA)과 이행합의서(IA)에 대해 협의 중에 있다.
이로써 주사위는 던져졌고 이변이 없는 한 앞으로 3∼4년 후면 한강 이북에는 주한미군 전력이 없게 됐다. 즉 한국의 방위는 한국군이 주도하고 미군이 지원하는 체제로 방향을 정립하게 된 것이다.
1993년 제1차 북핵사태로 중단된 넌·워너 법안의 정신이 제2차 북핵사태 하에서 재추진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미국은 왜 주한미군과 연합사를 한강 이남으로 재배치하려고 했을까, 이러한 재배치가 한반도 안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이러한 과정에서 한국 정부와 군은 무엇을 유념해야 할 것인가를 전략적 차원에서 분석해 보자.
먼저 한강 이남으로의 재배치는 미국의 전략변화에 따른 것이다. 과거 전쟁억제 전략에서는 전방에 미군을 배치해 북한이 만약 공격한다면 이를 즉각 격퇴·반격하겠다는 자동개입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했다.
그러나 9·11테러 이후 채택된 선제공격 전략에서는 적의 공격 징후가 있을 때 적이 공격하기 전에 압도적인 정보력과 원거리 정밀타격 능력으로 먼저 공격이 가능하므로 미군의 전방배치 전력은 취약성만 증가할 뿐 효용성이 떨어지게 됐다.
더구나 미국의 세계 전략 측면에서도 상당한 전투력이 북한만을 고려해 배치된 것은 전략적 유연성을 상실하게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대북한·대중국 전략 차원에서 동두천과 서울보다 평택지역이 전략적으로 유연성이 있는 것이다. 결국 주한미군의 재배치는 한국군의 성장과 함께 이러한 미군의 전략 변화가 주된 원인이다. 그 외 반미 감정·혐한(嫌韓) 감정 등의 이유는 부차적인 것에 불과하다.
둘째, 미군의 재배치는 더욱 강력한 대북 억제력을 키울 수 있다. 우선 주한미군이 맡고 있는 전시 특정임무를 한국군이 인수하는 등 한국군의 취약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보강이 이뤄지게 된다. 주한미군도 110억 달러를 3년간 투자해 새로운 전략을 구현할 수 있는 미래형 전력으로 모습을 바꿔 가고 북한도 이러한 미군의 재배치 계획을 당혹스럽게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한국 정부의 국방예산 증액과 더불어 군의 소프트웨어(교육훈련·작전기획·정신전력) 분야에서 획기적인 발전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 더욱 강력해진 한국군이 한국 방위를 주도할 수 있을 때 미군의 지원도 더욱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셋째, 미군의 재배치를 한·미동맹 강화의 호기로 삼을 수 있다.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이 2월6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국방장관 회의에서 “앞으로 독일과 한국 주둔 미군에 변화가 가장 많을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원하지 않는 곳이나 비우호적인 곳에는 미군을 주둔시키고 싶지 않다”고 했다. 언급 내용의 진의는 주한미군의 재배치 계획과 관련해 한국의 대응에 따라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근래 중요 국책사업이 시민단체들과 여기에 부화뇌동하는 일부 정치권에 의해 제대로 추진되지 못한 사례가 주한미군 재배치사업에서 되풀이되면 큰 화를 자초하게 될 것이다. 재배치 미군에 대해 안정적 주둔 여건을 확실히 보장해 주는 것이 그동안 훼손된 한·미동맹관계와 양국의 신뢰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주한미군의 재배치는 우리 국가의 안보에 결정적이고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주고 있다. 결과는 우리에게 달려 있다.
〈이석복 예 육군소장·前군사정전위 수석대표〉 (제공:국방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