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 한나라당이 사는 길
이번 4·27 재보선에서 여당은 참패했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비판적 평가로 회고적 투표 성향을 띤 이번 선거 결과의 원인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젊은 층·서민·중산층이 정부와 여당, 대통령을 불신했으며 지난 대선 때 대통령을 지지했던 많은 국민 특히‘분당 우파’마저도 상당수가 등을 돌렸다.
얼마 전 아산정책연구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다음 대통령선거에서‘야당 후보를 찍겠다’는 응답이 44.8%로‘여당 후보를 찍겠다’는 응답(33.6%)보다 11.2%포인트나 많았다. 정부·여당이 국민의 신뢰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는 증거다.
정부는 경제정책의 성과를 내세우고 있지만 대다수 국민은 이를 체감하지 못하고, 대기업이 사상 최대 이익을 기록하는 동안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는 한계상황에 내몰리며 자산과 소득 분배의 양극화도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공정사회와 동반성장, 친서민 정책을 표방하고 나섰지만 저축은행 사태, 전세 대란과 물가고에 서민경제는 무너지고 청년실업은 증가, 구제역 대처 미비 등에 대해 국민은 정부정책의 진정성이나 실효성을 믿지 않는 것 같다.
여당은 1년 전 지방선거 참패 후 반성과 쇄신을 다짐했지만 실천은 제대로 되지 않았다.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이나 계파 싸움에 몰입하고 집권당으로서 누릴 수 있는 온갖 기득권에 안주했기에‘웰빙정당’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청와대 눈치만 보는 ‘호루라기 정치’에 익숙해 있고, 필요한 법안 처리에는 무기력증을 보이는 사이 민심으로부터 외면당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한나라당은 공천개혁과 외부 인물 수혈을 포함한 인적 쇄신을 통해 변화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고 중산층·서민과 중소기업, 사회적 약자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서민 우파’의 비전과 정책을 진정성을 갖고 제시해야 한다. 무엇보다 가라앉는 배에 같이 탄 심정으로 계파를 해체하고 극복하는 데 계파 실세들이 적극 나서야 한다.
또한 당 쇄신에 역량을 펼칠 새로운 인물들로 당 지도부를 구성해야 한다. 아울러 청와대와 거리를 두고 당을 소신껏 운영하려면 책임과 권한이 한곳에 있어야 한다. 현행 대권과 당권을 분리하는 당규를 수정하는 것도 적극 검토해볼 만하다.
퇴임을 앞둔 역대 대통령들은 하나같이 퇴임 후의 정치적 영향력 확보를 위해 동분서주했으며 더욱이 집권 말기 레임덕에 대비한 친정체제도 강화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은‘사고의 대전환’을 해야 한다. 레임덕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 어차피 대통령은 단임이 아닌가. 모든 것을 버릴 때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대통령은 차기 대선에 대한 영향력을 잊어버리고 당선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 서민의 애환을 풀어 줄 정책 개발과 활동에 집중해야 한다. 청와대 바깥으로 나와 국민 속으로 직접 들어가야 한다. 결국 이 대통령을 마지막으로 지켜줄 수 있는 사람은 국민뿐이다. 또 내년의 총선과 대선은 당에 모든 것을 맡겨야 한다.
역사적 소명의 자리인 대통령의 리더십은 국민들을 절망에서 희망으로 반전시키기도 하고 그 반대 상황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감동의 메시지를 사람들의 마음에 전달할 때 리더십의 효과는 배가된다. 자신을 버리면 감동이 커지고, 감동이 클수록 커다란 리더십이 생겨난다. 지금의 여당과 대통령에게는 이것이 부족하다.(konas)
* 이 칼럼은 세계일보 5.3일자에도 게재됨
이영해(21세기분당포럼 이사장, 한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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