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대화 열어두되, 이것만은 헤아려야
지난 22일 열린 인도네시아 '남·북비핵화 공식회담' 이후 남북 관계가 천안함폭침 연평도포격 문제 해결 없이 너무 서둘러 나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다. 천안함폭침 후 '남북 교역과 교류 중단'을 선언하고 북의 사과와 관련자 즉각 처벌을 요구한 것이 언제인데 사과는 커녕 오히려 한 술 더 떠 연평도포격을 자행한 북한과 왜 화해를 위한 접촉을 서두냐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이를 계기로 추가 남북 접촉에 나설 계획임을 숨기지 않고 있다. 한편 미북 회담도 가시권에 들어가고 있다. 해가 바뀌자 북은 그들의 치고 빠지는 수법대로 우리의 요구에는 코웃음치고 미국과 관계 개선에는 몰두해왔다.
금년 1월 북한 인민무력부장 김영춘은 게이츠 미 국방장관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대로 놔두면 '한반도에 핵 참화가 일어날 것'이라며 협박성 미 북회담을 요구했다. 그러나 남 북대화 우선이라는 미국의 단호한 입장에 밀리고 말았다. 그러자 북은 남 북 대화 흉내를 내기 위해 남북고위급군사회담을 제의하고 정작 실무회담에서는 '회담의 의제와 급에 대한 견해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는 이유를 들어 일방적으로 결렬시켰다.
북은 남북대화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미국에 보내는 것이 목적이었을 것이다. 북은 대화라는 명분이 필요하면 형식적으로 테이블에 앉고 계획된 문제를 야기해 결렬시키는 전형적 보이콧 수법을 구사한 것이다. 그리고 지난 22일 진정성이 의심되는 인도네시아 '남 북 비핵화 공식회담'에 참여한 것이다.
이 모두 미북 대화의 빗장을 열기 위한 제스처로 보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북의 진정성을 확인하기 위한 만남이라고 전제하면서 미북 고위급 접촉에 응하고 있다. 북의 대미 구애 작전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이러한 국제적 분위기와 언제까지 실효성 없는 북의 사과만 요구하면서 남북 긴장만 장기화 할 것인가 라는 일부 학자들 주장을 고려하여 조심스럽게 남북대화를 모색하고 있는 것 같다. 남 북비핵화 공식회담에 이은 6자회담을 앞두고 민주당 이인영 최고위원은 지난 25일 "남북 비핵화 회담과 북미회담이 잇따르고 있는 상황에서 전제조건이 있으면 6자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이 줄어들 것"이라며 조건 없는 남북 대화를 촉구했다.
정부도 천안함 연평도문제와 관련하여 선 남북회담 후 사과 유도를 주장하는 대화파와 선 사과 후 대화를 주장하는 원칙론이 맞서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천방지축(天方地軸)으로 날뛰는 비정상 국가일수록 원칙을 가지고 대해야 한다. 무력 도발에는 분명히 책임을 묻는 것이 원칙이지 무슨 접촉의 전제 조건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상대방 잘못을 어물쩍 넘기면 그는 나를 더욱 얕보고 더 날 뛰는 것이 무례자의 속성이 아닌가.
과거 각 국은 전쟁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상대방과 공개, 비공개(물 밑 접촉) 협상을 지속 했다. 서로의 의중과 전투력을 파악하거나 유리한 정세 조장 및 모략이나 항복을 받아내기 위해서였다. 이런 차원에서 남북 비핵화 회담이나 각종 대화도 지난해 도발에 대한 책임자 처벌과 사과 요구와는 별개로 진행해야 한다.
다만 남북 대화나 협상 시 분명히 고려해야 할 것이 있다. 한반도는 북의 남침 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은 휴전 상태라는 것과 과거 20여 년의 북의 행적이 말 해 주듯이 체제 생존 차원에서 결코 핵개발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또한 이 핵 개발의 목적은 1999년에 서해 5도를 북한 영해에 포함시킨 해상군사분계선 주장을 근거로 연평도를 공격했듯이 우리 함정이 백령도 출입시 통항로를 위반했다는 구실로 백령도 등을 전격 점령하고 우리의 원상회복 작전을 핵전쟁으로 위협하여 종결하려는 '핵 인질 전략'에 있다는 것이다.
평화로웠던 우리 주변의 산이 폭우를 만나 산사태를 일으키며 마을을 덮치듯이 북은 여건만 형성되면 언제나 예측 불허의 망나니짓도 서슴지 않을 비정상국가다. 우리는 대북 경계를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국방에는 완벽이 없다. 항상 안전 점검을 하고 또 하면서 보강 공사를 꾸준히 해야 한다.(konas)
김 규(예, 공군소장 재향군인회 안보정책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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