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종단철도 사업의 장·단점
북한 내 철로공사는 우리의 국력을 낭비할 뿐만 아니라 주적(主敵)의 전쟁수행능력만 키워주는 이적행위가 될 수 있음도 고려해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외교잡지(Foreign Affairs, 2011년 9월·10월호)에 기고한 글(A New Kind of Korea, 새로운 한반도를 향하여)에서 한반도 종단철도(TKR) 건설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한국은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의 군사주의와 핵 개발에 단호히 대처해야 하지만, 동시에 북한이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신뢰는 상호 이득을 통해 점진적으로 구축되는 법이다. 예를 들어 경제협력 증진을 위한 공동 프로젝트, 투명한 인도주의적 지원, 그리고 무역과 투자에 있어서 새로운 기회의 창출 등이 좋은 수단이 된다.
지난 2002년, 나는 평양에서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 유라시아 철도 프로젝트를 포함해 다양한 분야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다. 유라시아 철도 프로젝트는 한국전쟁 이후 단절된 한반도 종단철도를 다시 연결하고 이를 시베리아 횡단철도 및 중국 횡단철도와 연결하는 사업이다. 만일 철도가 연결되면 이는 남북한 공동 발전과 평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나아가 이러한 횡단철도가 중국의 동북 3성 및 러시아 극동지방으로 연결된다면 이들 지역의 경제발전을 촉진할 것이고, 한반도를 역내 무역의 중심기지로 변모시킬 수 있을 것이다.
비록 그 이후 조성된 긴장으로 인해 추가적 논의는 미뤄지고 있지만, 만약 북핵 문제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도출되는 경우 남·북한간의 신뢰안보 구축을 위한 수단으로서 철도연결 프로젝트 논의를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박 대표는 지금 각종 여론조사에서 가장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정치인이다.
TKR사업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부산-유럽을 철도로 연결하자는 구상이다. 철로는 휴전선을 지나 북한을 관통한다. 신의주를 거쳐 중국으로 가는 선로와 함경도를 지나 러시아로 가는 선로가 가능하다. 우리 정부가 러시아(1990년)와 중국(1992년)과 수교한 이래 수차례 검토했던 사업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성사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장점보다 단점이 많기 때문이다. 자세히 살펴보자.
먼저 장점은 우리의 자금으로 북한철로를 현대화하여 북한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입장에서는 실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첫째, 경제적으로 이득이 없다.
현재 북한의 철도 사정을 보면, 화물기관차의 경우 5~6량(컨테이너 10~12개)의 화물칸을 연결하여 시속이 15~20Km로 운행하는 수준이다. 러시아 전문가의 실사결과에 따르면 시설이 전반적으로 노후 되어 있다. 정상적인 운행을 위해서는 노반공사를 포함하여 철로를 다시 깔아야 할 정도다. 시속 40km로 높이기 위해서는 25~29억 불이 소요된다.
러시아에서는 이미 경제성이 없다고 오래 전에 결론지어진 사업이다. 우리가 이 사업을 추진한다면 모두 우리 돈으로 건설해야 한다. 우리 국민 중 일부는 시베리아철도를 활용하는 구상에 대해 장밋빛 전망을 갖고 있다. 그러나 북한지역 관광에 이를 이용하는 방안은 가능하나 화물 수송은 비효율적이다. 여기서 화물의 해로수송(海路輸送)과 육로수송(陸路輸送)의 경제성을 간단히 비교해보자.
현재 우리나라의 해로수송 능력은 20피트(6m)짜리 컨테이너 1만4천개를 실을 수 있는 대형 컨테이너선이 시속 46km 속도로 대양을 누비고 있다. 한 척의 배에 이렇게 많은 화물을 동시에 실어서 원거리까지 수송할 수가 있다. 그런데 이 화물을 열차로 수송한다고 가정할 경우, 컨테이너 100개를 탑재하는 화물기관차 140대가 필요하다. 기관차 안전거리를 10km로 잡을 때 선로 1400km가 필요하다. 선박수송이 상대적으로 경제적임을 쉽게 알 수 있다.
둘째, 북한지역에서 정상적인 열차운행이 불가능하다.
순수 우리 돈(6100억 원)으로 건설한 경의선(27km)과 동해선(26km)에 대한 단거리 운행조차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2007년 5월17일 첫 운행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북한은 각종 트집을 잡아 운행을 중단시켰다. 몇 년 동안 이런 상태로 방치되고 있다.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사업이 이렇게 지지부진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군부가 통행에 대한‘군사적 보장조치’를 안 한다고 하는데 정작 사정은 따로 있다.
북한은 한국에서 주는 무상물자 확보에 목적이 있지 열차운행에는 처음부터 관심이 없었다. 북한은 폐쇄된 왕조국가다. 더구나 세습체제로 유지되는 유일 독재 병영국가다. 그리고 평양지역을 제외하고는 생활수준이 한국전쟁 직후의 상황과 다를 바 없다. 이런 현실이 외부에 알려지기를 두려워한다. 북한은 외국인에게 평양지역 일부만 개방하고 있다.
그래서 북한의 낙후된 지역 구석구석을 통과하는 한국열차를 허가할 수가 없는 처지다. 관광열차는 더욱 그렇다. 김정일과 그의 통치 집단들은 동독멸망과 동구권붕괴의 교훈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선군정치(先軍政治)를 기반으로 하면서 대외개방을 절대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다만 북한은 우리가 건설한 철로를 추후 전시에 활용할 것이다. 군사적으로 병력·물자의 신속한 수송에 요긴하게 사용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북한을 통과하는 한반도 종단철도는 경제성과 지속적인 운행가능성이 모두 없다. 우리 국민은 경의선/동해선이 복구되었을 때 얼마나 마음이 설레었는지 모른다. 북한 쪽으로 연결만 되면 바로 우리 컨테이너가 부산에서 북경·모스크바·베를린 등으로 간다고 정부에서 크게 홍보했기 때문이다. 관광객도 육로로 북한·중국·시베리아·유럽 여행이 가능하다고 선전했다.
이런 희망이 있어서 우리 돈으로 북한 철로시설을 건설해 줘도 아깝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것이 하나의 허상이고 허구임을 우리 국민은 이제 알게 된 것이다. 우리 정부는 똑같은 정책실수를 다시는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북한 내 철로공사는 우리의 국력을 낭비할 뿐만 아니라 주적(主敵)의 전쟁수행능력만 키워주는 이적행위(利敵行爲)가 될 수 있음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konas)
김성만(예비역 해군중장. 성우회/재향군인회 자문위원, 전 해군작전사령관)
- 입력 된 100자 의견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