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정책과 국가안보 ②
햇볕정책 3원칙의 허구성과 통일전선전략에의 종속성
북한의 불변의 대남정책이 통일전선전략이고 좌경정부의 대북정책이 햇볕정책이다. 전자가 수령독재체제의 철벽성을 바탕으로 한 정책임에 반해 후자는 무조건적 포용과 유연성을 바탕으로 한 정책이다. “非흡수, 非용인, 교류·협력”으로 요약되는 햇볕정책 3원칙은 수령독재체제의 철벽성에 부딪혀 실현 가능성이 없는 공허한 개념으로 전락했다. 북한이 적화통일의 현상타파를 추구하고 남한이 평화공존의 현상유지를 추구하는 한 북한이 남한에 흡수될 가능성은 없다.
또한 청와대 기습공격(1968), 아웅산 사태(1983), KAL기 폭파(1987), 천안함·연평도 사태(2011)등 사실상 선전포고에 해당할 정도의 연이은 도발에도 불구하고 남한이 북한을 응징한 일이 없다. 지금까지 경고에 그쳤을 뿐이다.
또 북한당국이 남조선 배제정책을 추구하는 한 남북한 간에 진정한 교류·협력은 있을 수 없고 북한은 오로지 원조탈취를 위해 교류·협력이라는 명분을 이용했을 뿐이다. 6자회담 등 북핵협상을 통해 북한이 고수한 ‘협상은 미국과 돈은 한국으로부터’라는 도식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북한당국이 남한사회에 좌파세력을 확대해서 선거를 통해 적화통일을 실현코자 정치공작을 펴고 있지만 주한미군만 철수하면 남침전쟁을 통해 적화통일을 실현하겠다는 기본전략에는 추호의 변함도 없다. 수백만 인민이 굶어죽는 극한 상황에서도 출혈을 감내하며 120만 병력을 유지하는 것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불을 넘어서면서 남한국민은 전쟁기피, 웰빙추구 생활패턴에 젖어 있고 북한의 정치공작이 이를 한껏 부추기고 있다. 반면 1인당 국민소득이 1천불 미만이고 자력으로 경제위기를 해소할 수 없는 북한이 남조선 적화를 통해 경제위기를 근원적으로 해결코자 하는 의도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될 것이다.
북한은 독자적으로 전면전을 수행할 경제력은 없지만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장거리포의 사정권 내에 있는 수도권을 공격함으로써 남한 국민에게 엄청난 심리적 패닉현상을 야기할 수 있는 점에서 남한이 수세에 몰려있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종속적 지위로 전락한 햇볕정책이 통일전선전략을 도와주는 역기능을 수행할 수밖에 없다. 교류·협력을 수단으로 북한을 개혁·개방으로 유도하려는 햇볕정책의 목적이 사라지고 교류·협력이라는 이름으로 대규모 대북지원의 수단만 남는식으로 본말이 전도된 것이 햇볕정책의 적나라한 모습이다.
햇볕정책의 포용의 혜택을 누린 것은 수령독재일 뿐이다. 국민세금과다, 북한동포 고통가중, 한미동맹 약화, 국민 안보의식 해이, 수령독재 연장 등 남한국민도 북한인민도 온통 그늘에 싸이게 된 것이 햇볕정책의 허구성을 반영하고 있다.
좌경정부가 무조건적 대북지원을 북한당국이 군사력 증강에 쓰든 핵무기 개발에 쓰든 관여치 않겠다는 입장 견지는 우리에게 안보위협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도와줄수록 북한이 남남갈등을 조성하여 국론을 분열시키고 한·미 이간을 통해 동맹의 결속력을 약화시키는 등 적화통일 실현을 위한 통일전선전략 차원에서 햇볕정책을 다루는 동안 국가안보가 위기상황으로 몰리게 된 것이 가장 심각한 문제이다.
햇볕정책과 동방정책의 비교
햇볕정책이 국론분열, 국가 안보위협 조성 등으로 인해 실패한 정책인 반면 동방정책은 독일통일을 실현한 성공한 정책이었다. 햇볕정책의 문제점은 동방정책과 비교할 때 확연히 드러난다.
동방정책이 미국과의 동맹을 기반으로 해서 소련의 협조를 이끌어 낸 정책인 반면 햇볕정책은 민족공조를 강조하면서 한미동맹을 소홀히 한 정책이었다. 동맹은 공동의 적과 공동의 이념을 바탕으로 하는데 햇볕정책은 북한을 민족화해의 파트너로, 미국을 민족화해의 걸림돌로 치부하는 정책적 오류를 범했다.
또한 동맹국인 미국과는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주적개념을 삭제하면서 미국을 북한의 ‘영원한 적’으로 간주하는 아전인수적 사고에 집착했다. 국제사회에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있을 수 없다. 그때그때 국익과 전략에 따른 합종연횡이 있을 뿐이다.
소련의 아프간 침공 시 미국이 탈레반을 도왔고, 이전에서 미국이 사담 후세인을 도운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미·중 패권경쟁이 가열될수록 북한의 전략적 가치가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사실에 비추어 미국이 북한을 포용할 가능성을 배제해서는 안 될 것이다. 중국과 국경을 접한 나라들 중 미국의 대중 포위망 구축에 포함되지 않은 유일한 나라가 북한이며 수도 북경과 정치·경제의 중심에서 가장 가까운 나라가 북한임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미·북간에 평화체제 구축 문제가 논의되고 한반도 냉전체제 해소 문제가 거론되는 것이 미국의 대북 포용과 결코 무관한 사실이 아님을 아울러 유념할 필요가 있다. 한국이 미국에 대해 동맹의 신의를 지키느냐 여부에 달린 문제이다.
동방정책이 국내정치와 정치선전을 배제한 채 실사구시적 입장에서 다루어진 반면 햇볕정책은 남한의 국내정치와 관련된 정치적 수사와 북한의 정치선전이 개입되어 사안의 본질과 초점을 왜곡시키는 오류를 범했다.
동방정책이 脫냉전 구도에 脫냉전 논리를 적용한 순리적 정책인 반면, 햇볕정책은 냉전구도가 지배하는 남북한 간의 ‘제로 섬 게임’ 상황에 무리하게 脫냉전 논리를 적용한 점에서 북한의 남조선 적화통일의 벽에 부딪힐 수밖에 없는 한계를 지닌 무리한 정책이었다.
동방정책이 국민의 지지를 바탕으로 해서 동맹, 우방, 동독으로 지지기반을 점진적으로 확대해나간 정책인 반면, 햇볕정책은 대다수 국민의 지지기반을 구축하는 노력을 결여한 채 아무런 준비 없이 갑자기 북한정권의 포용에만 매달려 동맹과 우방의 지지획득을 소홀히 한 점도 정책 추진 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을 야기했다.
동방정책은 수행과정에서 서독이 동독을 도와줄수록 서독의 주도적 위치가 강화되었음에 반해, 햇볕정책은 남한이 북한을 도와줄수록 북한은 고자세로 남한은 저자세로 자리매김하면서 북한의 수령독재를 강화하는 역작용을 한 것도 원조국과 수원국 간의 정상궤도를 크게 벗어난 일이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동방정책이 통일문제와 관련하여 자유민주주의 정체성을 분명히 했음에 반해, 햇볕정책은 자유민주주의 통일이든 공산주의 통일이든 통일만 되면 된다는 식의 ‘통일지상주의’를 견지함으로써 이념적 선명성을 결여한 것이며 사실상 북한의 ‘연방제 통일’을 지지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강한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다.
햇볕정책이 한미동맹에 미친 영향
동맹은 공동의 적과 공동의 이념을 바탕으로, 또한 동맹의 신의를 전제로 한다. 좌경정부가 동맹국인 미국과 사전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주적개념을 삭제한 것은 동맹의 신의를 크게 저버리는 행위였다. 좌경정부가 동맹의 신의를 저버린 것은 북핵폐기를 둘러싼 6자회담의 협상과정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좌경정부는 김정일이 원하는 ‘4:2 구도’(남·북한, 중·러가 한편이 되어 미·일을 견제하는 구도)의 형성에 앞장섬으로써 미국의 북핵폐기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 특히 좌경정부는 중국과 공조해서 ‘채찍 없는 당근 일변도’ 협상을 고집함으로써 미국의 북핵폐기 협상노력이 통용될 수 있는 역할공간을 원천봉쇄 했다.
또한 좌경정부는 6자회담의 틀 밖에서 ‘퍼 주기 식 대북지원’을 강행함으로써 미국이 주도하는 유엔 대북 경제제재의 효과를 무산시키는 일을 주저 없이 벌였다. 미국이 북핵폐기 노력을 사실상 접고 안정관리로의 전략적 선회를 염두에 두고 북한과의 직접협상을 통해 ‘2,13 합의’ (2007)를 도출하는 원인을 제공했다. 2.13합의는 미국이 북핵문제의 좁은 테두리를 벗어나 북한문제 전반과 중국과의 패권경쟁을 염두에 두고 대북 포용내지 유화로 전략적 선회를 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하는 점에서 한국의 국익에도 직결되는 점을 한국이 유념해야 한다.
미국의 변환전략에 한국이 희생의 제물이 될 가능성
미국은 재정위기(1997-98)와 금융위기(2008)이후 미국의 국제경찰력 수행을 반대하는 국민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미국의 국익이 달려 있는 문제에만 선별적으로 개입하는 新고립주의가 여론의 대세를 이루고 있다. 미국의 국방예산도 년간 5천 억불을 삭감하고 해외 주둔 병력도 지상군을 줄이고 해·공군 위주로 지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조정하고 있다.
이른바 ‘변환전략’으로 불리는 새로운 전략개념에서 해외 주둔 병력이나 작전수행에 있어 동맹국으로서의 신의 여부를 주요 기준으로 고려하는 경우 햇볕정책 수행과정에서 美 국민들의 가슴속에 쌓인 앙금이 한국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을 결코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미국은 중국과의 패권경쟁에 대비해서 북한을 포용할 가능성이 있고 북한은 과거 중·소분쟁을 이용하여 중·소로부터 경쟁적으로 원조를 얻어낸 것처럼 미·중 패권경쟁을 이용하여 미·중으로부터 경쟁적으로 원조를 얻어내는 전술을 구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장차 한국이 동족애를 강조하여 무조건적 대북유화를 강조하는 햇볕정책을 재 구사하는 경우 북한의 남조선 배제정책에 역이용되어 한국이 줄 것 다 주면서 미·중·북한 3자로부터 고립되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도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결 어
햇볕정책의 최대 문제점은 무조건적 대북유화와 포용 속에서 국가안보가 실종되고, 햇볕정책이 통일전선전략에 압도되어 북한의 적화통일을 돕는 역 기능을 수행하는 데 있다. 수령독재체제의 촌치의 빈틈도 없는 ‘철벽성’에 비추어 한국이 햇볕정책을 통해 북한을 개혁·개방으로 유도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오히려 통일전선전략에 압도되어 개혁,개방을 사실상 포기한 채 ‘대북 퍼주기식 지원’을 통해 북한의 군사력을 증강시키고 핵개발을 도와줌으로써 고스란히 안보위협으로 되돌아오는 역작용을 수행하고 있다.
문제는 2012 대선에서 종북성향의 친북좌경정부가 집권하는 경우 선거공약 이행을 위해 일찍이 유례가 없을 정도의 ‘초극렬 반미촛불시위’를 벌이면서 한·미 FTA폐기에 올인함으로써 미국의 국민여론을 격앙시켜 주한미군철수로 이어질 가능성을 결코 배제할 수 없다.
또한 종북성향의 친북좌경정부가 집권할 경우 북한재정의 상당부분을 한국이 떠맡는 ‘초대형 대북 퍼주기식 지원’이 민족공조의 이름으로 시행될 수 있다. 선거법 개정, 국민투표 등을 통해 연방제 통일을 시도하면서 궁극적인 흡수통일로 성큼 다가서는 ‘종북 쓰나미’가 한국사회를 강타하면서 국가안보가 온통 짙은 그늘에 휩싸이게 될 것이다.
이러한 비극을 막는 길은 자유민주주의를 신봉하는 애국시민의 우국충정임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Konas)
김명배 (호서대학교 초빙교수, 전 주 브라질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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