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탈영 계획을 펼쳐라
북한군에서 대규모 탈영이 일어나게 하는 방법은 북한이 할 수 있는 도발을 예측해 정확히 그리고 강력하게 대응하는 것이다
천안함 사건이 일어났을 때 많은 국민들의 뇌리에 떠오른 것은 ‘전쟁’이었을 것이다. 이러한 상상은 연평도 포격전이 일어남으로써 더욱 확고해진 듯하다. ‘아 북한이 말로만 위협을 하는 게 아니라, 진짜로 공격을 하는구나.’라고.
그러한 북한을 마주하고 있는 우리는 택일(擇一)을 해야 하는 처지로 몰리고 있다. 하나는 북한이 공격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공격 자체가 없도록 북한을 없애는 것이다. 북한을 없애는 것은 통일을 한다는 것이니, 요원(遼遠)해 보였다. 많은 사람이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부르지만, 통일은 노래 가사로나 존재하는 것으로 생각해온 탓이다.
북한을 없애는 것, 즉 통일을 하는 것은 어려워 보이니 차치(且置)해 두고, 우리는 북한이 우리를 공격하지 않도록 하는 것부터 궁리할 수밖에 없었다. 이를 위한 대표적인 방법에 sunshine police라는 햇볕정책이 있다.
사람 사이나 국가 관계에는 비슷한 것이 많다. 일반적으로 사람을 잘 대해주면, 그도 내게 잘 해준다. 그러나 ‘반드시’는 아니다. 의심을 품고 있거나 두려움을 가진 사람은 아무리 잘 해줘도 나를 저어한다.
1990년 동유럽 공산국가와 소련이 무너지는 혁명 이후 북한 김 씨 왕조가 접한 것은 ‘공포’였다. 사회주의 경제권이 사라짐으로써 북한은 무역을 할 적절한 친구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무역을 못하면 당연히 경제난이 이어진다. 경제가 추락하면 식량난 에너지난 등 모든 위기가 닥쳐온다. 그리고 유민(流民이 발생하는데, 많은 유민이 발생하면 민란이 일어난다. 민란 뒤에는 외침(外侵)이 있기 마련이다.
북한은 민란 발생을 공포정치로 막았다. 정치범수용소를 지어 반항을 하려는 인민은 법을 무시하고 수용했다. 그러나 아무리 노력해도 인민을 먹여줄 수 없었기에, 주요 계층이 아닌 인민은 스스로 먹을 것을 해결하게 했다. 그 결과 장마당이 생기고 함경도 등에서는 유민이 더 많이 발생했다. 그들 가운데 일부는 중국으로 탈출해 한국에까지 오게 되었다.
가장 위험한 민란은 수도권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수도에서 일어난 민란은 정권 교체로 이어질 수 있으니, 북한은 평양을 중심으로 한 평안도 일대에 대해서는 먹는 것을 해결해주려고 했다.
그러나 먹을 것을 마련할 수 없어 고민이었는데, 한국이 햇볕정책을 펼치겠다고 했다. 그런데 북한 처지에서 보면 햇볕정책은 저절로 온 것이 아니고 북한이 결사 투쟁을 해서 쟁취해낸 것이다.
우리는 햇볕정책을 친북정책으로 이해했지만, 북한 처지에서 본 이 정책은 북한을 변화시키려는 반북정책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당장은 많은 지원을 해주니 반북이면서 동시에 친북정책도 된다.
따라서 지원은 따먹고 반북은 막아내자는 그들 식 합리주의로 흘렀다. 한국 등의 지원이 계속 되는 한 그 지원으로 평양을 중심으로 한 핵심계층을 먹여 살려 충성을 유도하고, 민란과 외침을 막기 위해 핵과 미사일 개발에 총력을 기울인 것이다.
그 결과 핵과 미사일 개발이 완료되었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에 매진하는 것이 확인되면서 더 이상 한국에서는 햇볕정책을 주장하는 세력이 존재하기 어려워졌다. 한국은 보수로 회귀했다. 북한으로서는 따 먹어야 할 지원이 사라진 것이다.
외부 지원이 사라지면 북한 정권은 더욱 존재하기 어려워진다. 민란이 일어날 가능성 그리고 그 뒤를 이은 외침 가능성은 더욱 높아지는 것이다. 이를 억제하려면 한국과 한 판 싸울 것 같은 긴장된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한 방법이 된다.
북한 인민들로 하여금 김 씨 정권을 위해 싸우겠다는 충성을 유도하려면, 인민들에게 한국과 싸워 이길 수 있다는 느낌을 확실히 주어야 한다. 그래서 은하-3호를 발사하고, 3차 핵실험을 한다. 평양에서 군민 대회를 열어 핵보유국임을 천명하는 것이다.
이러한 도발에 대해 한국은 놀라기는 하지만 소스라치지는 않는다. 처음 겪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의 대응은 점점 추상적이 돼 간다. 옛날에는 놀라 사재기를 했는데, 지금은 거의 그러지 않는 것이다.
한국 군부만 경계를 강화할 뿐, 정치권을 비롯한 일반 시민들은 별 영향을 받지 않는다. 한국 국민들이 북한의 도발에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면, 북한에 적대적인 한국 정치권은 북한 흔들기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 이것이 북한에게 걱정이다.
이것을 막으려면 북한은 한국 국민들을 흔들어 놓아야 한다. 진짜 도발을 해, 여차하면 전쟁을 할 수 있다는 인상을 줘야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한국 국민들이 크게 놀라면 정치권도 그것을 수용하는 쪽으로 변화해 북한에 신경을 쓰게 된다.
그러나 잘못 도발했다간 한국군한테 크게 혼이 날 수도 있으니 은밀한 도발부터 해본다. 잠수정을 이용해 몰래 한국 군함을 격침시키는 도발을 해보는 것이다. 천안함 피침 사건에 대해 한국이 진실을 밝혀냈을 때 북한은 상당히 당황했던 것이 분명하다. 그때 한국이 보복을 했다면 북한은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다. 민란을 걱정해야 하는데 외침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니까.
그래서 최대의 협박을 했다. 한국군이 심리전을 재개하면 조준 격파 사격을 하겠다고 협박한 것이다. 그리고 연평도 포격전을 일으켜 여차하면 한국을 갈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 결과 한국에서 무조건 평화를 갈구하는 세력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일부 한국인들이 전쟁 공포증에 빠져서 ‘평화 애걸세력’으로 변모한 것이다.
평화 애걸세력이 증가하면 한국민의 눈치를 보는 한국 정치권은 북한의 도발에 보복하지 못한다. 북한은 외침을 피해가는 것이다. 외침이 없으면 북한은 형성된 긴장으로 민란까지 억제한다. 김 씨 왕조는 존속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경제난은 해결되지 않는다. 때문에 극적인 담판을 획책한다. 1994년 제1차 북핵위기 때 카터를 불러들여 대전환을 시킨 김일성처럼, 잔뜩 위기를 만들었다가 갑자기 회담을 제기해 지원을 받아내는 전술을 구사하는 것이다.
요즘 김정은이 하는 짓을 보고 있노라면 대단한 연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영화를 좋아한 아버지와 무용을 한 어머니를 둔 탓인지 예인(藝人) 기질을 타고 난 것 같다.
그의 친형인 김정철은 2011년 싱가포르로 달려가 에릭 클렙튼 공연장에서 열광을 했으니 그도 별로 다르지 않을 것이다. 노래를 한 이설주와 다정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기질이 통하기 때문일 것이다.
김정은은 그의 ‘끼’인 분방함을 은퇴한 미국의 농구선수 데니스 로드맨을 초청함으로써 여실히 보여주었다. 악동 로드맨과 포옹할 때의 그의 모습은 만족 그 자체였다. 그는 로드맨을 통해 본심을 밝혔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길 원한다”고. 로드맨을 카터 전 미국 대통령으로 본다면 지금 북한은 1994년 할아버지가 했던 것을 재연하고자 하는 것이 분명하다.
3차 핵실험과 은하-3호 발사는 서울 불바다 위협 이후 계속 증가된 1차 북핵 위기다. 올해 북한은 한미 연합 키리졸브 훈련을 핑계로 전쟁 분위기를 조성했다. 그리하여 한국에서 전쟁을 피하고자 하는 평화 애걸세력이 급증했다고 판단될 때 미국과 전격적인 협상을 해 지원을 받아내고 한국에는 절대적인 우위에 서는 것이다. 이를 1994년에는 북한의 벼랑끝 전술(brinkmanship)이라고 불렀었다.
젊은 김정은이 그러한 계획을 세웠다고 보긴 어렵다. 북한에도 유비를 움직일 정도로 권력을 잡은 ‘제갈공명’이 있을 것이다. 그 제갈공명은 김정은이 미국 프로 농구의 전설인 로드맨을 매우 좋아한다는 것에 포착해 멋진 ‘쑈’를 만들어냈다. ‘악동’이 평양을 방문한 것은 세계적인 뉴스가 될 수밖에 없다. 그 무대를 이용해 북한은 미국에 대화를 제의한 것이다. 프러포즈치고는 상당히 치밀하게 준비한 프러포즈다.
그러나 달라진 것이 있다. 1994년의 대한민국은 전쟁 공포증에 빠져 있었다. 김영삼 대통령부터가 그러했었다. 그는 북폭을 검토하고 있는 미국을 막기 위해 클린턴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절대로 북한을 공격하면 안 된다”고 강변했다. 대통령부터가 평화 애걸세력이 된 것이다(김영삼 전 대통령은 최근 그때 그렇게 한 것을 후회한다고 밝힌 바 있다).
1994년 1차 북핵위기를 고조해 전쟁 분위기를 만들었던 북한은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을 불러 들여 갑자기 대화 국면을 만든 후 미국과 고위급 회담을 열어 북핵을 동결하는 제네바 합의를 하였다. 이 합의에 따라 미국은 KEDO(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를 만들어 북한에 두 기의 원전을 지어주게 됐는데, 이 원전을 완성하기 전까지 매년 중유 50만t을 지원하기로 했다. 북한은 미국의 지원을 확보하고 핵무기를 완성할 수 있는 시간까지 벌게 된 것이다.
미국과 이러한 담판을 지었으니 남북한 관계도 표변했다. 그 결과 1998년 대한민국에서는 햇볕정책을 내세운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게 되었다. 북한은 미국으로부터는 중유를 한국으로부터는 온갖 경제지원을 받아내게 된 것이다. 미국이 제네바 합의를 파기한 2002년까지 북한은 호시절을 구가했다. 그리고 비밀리에 핵개발에 노력해 2006년과 2009년 핵실험을 하게 되었다.
작금의 상황이 1994년 전후와 비슷하다. 2012년 말과 2013년 초 사이 북한은 은하-3호를 쏘고 3차 핵실험을 함으로써 한반도의 전쟁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그리고 로드맨을 불러들여 미국에 담판을 하자는 사인을 보냈다. 이 사인에 오바마 대통령이 호응하면 북한은 북핵 동결을 소재로 미국과 제2의 제네바 협상을 할 것이다.
그리하여 타결점이 나오면, 한국에서는 그 영향을 받아 햇볕정책을 펼 수 있는 정권이 들어서도록 유도해, 한계점에 도달한 북한의 경제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것이다. 북한의 제갈공명이 만든 시나리오는 대충 이런 것 같다. 그러나 워낙 명작이 아닌 한 리바이벌 한 영화는 성공하기 어렵다. 상황 자체가 1994년과 크게 달라졌다.
오바마 정부는 클린턴 정부와 달리 북한과 고위급 협상을 할 생각이 없다. 1994년에는 김영삼 정부가 클린턴 정부의 북핵계획을 적극적으로 말렸지만 박근혜 정부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 이러한 박근혜 정부는 5년간 계속된다.
2016년의 20대 총선에서 야당이 압승을 하지 않는다면 5년 후에도 진보 정권이 들어선다는 보장을 하기 어렵다. 북한의 벼랑끝 전술은 통하지 않는 것이다. 벼랑끝 전술이 통하지 않으면 북한은 진짜로 벼랑에서 손을 놓아야 한다. 도발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경제가 파탄 났기에 전면전을 할 수가 없다. 따라서 전쟁이 아닌 1회성에 가까운 국지 도발을 한다.
지난 20년간 한국도 많은 수업료를 내가며 많은 것을 배웠다. 전쟁 위협을 반복하는 북한이 전면전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것 자체가 큰 소득이다. 따라서 북한이 할 수 있는 국지 도발을 상상하고 그 도발을 막는 방법을 연구한 다음 철저히 연습한다. 이것은 축구의 세트 피스(set piece)와 같은 작전이 된다. 북한이 도발을 하면 조건반사로 움직여 순식간에 대응을 하는 것이다.
자위권을 행사하는 차원의 대응이기에 보복을 능가하는 대응이 된다. 강력한 대응이 펼쳐지고 북한이 역 대응을 못하게 되면 북한군이 내상을 입는다. 북한군이 충격과 공포를 받는 것이다. 내상은 우리가 펼친 대응의 강도에 따라 달라진다. 그것이 입소문으로 퍼진다면 북한군에서는 먹을 것도 없는데 목숨조차 유지하기 어렵다고 생각해 탈영하는 병사들이 나오게 된다.
요즘 북한에서는 많은 탈영병이 발생해 문제라고 한다. 탈영을 막으려면 부대 긴장을 높여야 하기에 일부로 군사 대립을 조장한다는 분석이 있을 정도다. 북한 급변사태는 탈영하는 북한군인 들의 규모에 의해 결정된다. 많은 병력이 탈영해야 급변사태가 일어난다.
독일 평화통일이 바로 동독 군이 탈영 때문에 이뤄졌다. 1989년 동독이 거듭된 경제난을 극복하지 못해 동독인들이 이웃한 체코로 탈출하게 되었다. 동베를린 주민들은 베를린 장벽을 넘어 서베를린으로 넘어왔다.
그러자 동독 군인들도 동요해 탈영하게 되었다. 18만이던 동독군인이 9만여 명으로 줄어들자 동독은 견디지 못하고 서독과의 합병을 결정했다. 동독은 탈영한 군인들로 내전이 일어나는 것이 더 두려워 합병을 결의한 것이다.
그에 따라 서독군인이 들어가 남아 있는 동독 군인과 탈영한 동독군인들로부터 무기를 회수한 것이 독일 평화통일의 본 모습이다. 서독은 이 작업을 원활히 하기 위해 소련이 동독에 주둔시킨 30만 명의 소련군을 철수할 수 있도록, 그리고 소련이 무너진 경제를 살릴 수 있도록 돈을 지원했었다.
지금 한국이 전력을 기울여야 할 것은 북한이 할 수 있는 온갖 도박을 정확히 예측하고 그에 맞는 정교한 대응책을 준비하는 것이다. 그 대응책을 조건반사 식으로 잘 구사할 수 있도록 반복된 훈련을 시켜놓아야 한다.
미국 한국으로부터 지원을 받기 위한 회담을 여는데 실패하면 북한은 ‘반드시’ 도발을 한다. 이 도발을 강력히 대응해 내는 것이 햇볕정책이 아닌 방법으로 북한의 공격을 막아내는 방법이다.
북한의 도발이 거듭 실패하게 되면 북한군은 혼란에 빠져 탈영자가 증가한다. 이미 발생한 탈영자 규모보다 급증하는 것이다. 탈영하는 북한군의 규모가 50~60만 명에 이른다면 이는 북한 급변사태가 일어났다는 증거이다. 민란이 발생한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북한이 김 씨 왕조를 소멸시킬 수 있는, 통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오게 된다.
북한군에서 대규모 탈영이 일어나게 하는 방법은 북한이 할 수 있는 도발을 예측해 정확히 그리고 강력하게 대응하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김영삼 정부처럼 평화 애걸을 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의 우리 국민은 20년 전의 우리 국민처럼 북한의 위협에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 북한은 재방송을 하고 있고, 우리는 경험이 있다.
한국은 북한군인 들이 대거 탈영하게 하는 방법이 무엇인가는 연구해야 한다. 그것이 한국이 북한에 던지는 수소폭탄이다. 진부한 김정은의 쇼는 여기서 끝내야 한다.
로드맨은 김정은이 활용한 카드가 아니라 오히려 북한을 변화시킨 트로이 목마가 될 수 있도록 지금부터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실천해 나가야 한다.(konas)출처: 월간자유
이정훈(월간조선, 주간조선, 시사저널, 신동아 기자 역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