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는 비싸다
우리가 자유를 향유하려면 지금부터라도 우리는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 그건 바로 자신의 자유에 대한 값을 치르는 일이다.
우리에게 상존하는 화두는 둘이다. 하나는 빈부격차, 하나는 안보. 그런데 빈부격차에 관련해 그렇게 민감한 국민들이 언제부턴가 안보에는 무감각해졌다. 생사가 걸리고 국가의 존망이 걸린 안보 문제가 터져도 과거처럼 화들짝 놀라지 않게 된 건 무슨 연유일까?
북한이 작년 12월 미사일을 쏘고 지난 2월 기어코 3차 핵실험을 했을 때 이웃 일본은 비상사태라고 난리를 쳤다. 키 리졸브 훈련을 빌미삼아 어린 김정은이 전쟁위협을 해 왔을 때 세계는 한반도 전쟁 위험을 연일 중요뉴스로 다뤘다. 그런데 우리 주식시장은 전혀 반응이 없었다. 생필품을 사재기도 보이지 않았다. 북한 도발에 특별히 분노하는 이도 없는 걸 보면 무언가 우리 국민들의 안보감각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이렇게 된데엔 북한의 협박이나 도발이 벌어질 때마다 적당히 분노하고 적당히 봉합하는 일이 되풀이됐기 때문이다. 그 근본적인 원인은 과거 정부가 북한을 정상국가(正常國家)로 대우하고 평화를 구걸한 탓이 더 크다.
이미 오래 전부터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 정부가 먼저 그랬다. 문민정부 들어 국방에 대한 관심은 현저히 떨어졌다. 대통령의 일선 방문은 눈을 씻고 봐도 보이지 않았다. 정치인들이 군 부대를 찾은 것은 선거철에 ‘나도 안보를 중히 여긴다’는 걸 선전할 목적으로 간 것 외에, 진정 안보를 점검하고 국방을 염려해서 간 적은 없었다. 문민들은 무엇보다 국방을 몰랐다. 병역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이들이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 공직을 맡고 있으니 그럴 만도 했다.
전 세계에 전쟁위험이 높은 순서로 첫째를 다투고 재래식 무기가 가장 밀집되어 있으며 적과 불과 44km 떨어진 곳에 수도를 두고 있는 나라의 지도부가 안보에 관심이 없다면 무슨 일이 벌어지겠는가? 이러니 국회는 예산을 심의할 때 국방비를 제일 먼저 깎으려들었다. 전쟁위험이 거의 없는 영국이나 프랑스 같은 나라가 국민총생산의 3% 중반이 넘는 돈을 국방비로 쓰는데도 우리는 2.8% 수준이다. 무기조차 제대로 갖춰 주지 않으면서 철통같은 국방을 요구한다는 것은 너무 희극적이다.
더 웃기는건 실정이 이런데도 우리가 북한보다 몇 십 배 잘사니 전쟁이 일어나면 당연히 우리가 압도적으로 우위에 설 것이라는 막연한 낙관론이다. 그런 낙관론이 퍼진데엔 군부도 한몫 했다. 역대 국방부 장관들은 ‘일단 유사시에 적의 도발 거점을 선제 타격해 괴멸시키겠다’는 호언장담을 계속했다. 그런데 무슨 재주로 일단 유사시를 알 것인가라는 질문은 아무도 하지 않았다.
국회의원들 역시 안보는 별 인기 없는 아젠다이니 굳이 공부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우리 군이 북한군의 동향에 대해 전적으로 미국이 제공하는 정보에 의존하고 있는 것을 번연히 알고 있는 이들조차 입을 닫았다. 글로벌 호크기 같은 조기경보기를 도입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은 ‘불요불급하다’는 의원들의 코메디 같은 한 마디로 묵살됐다.
북한은 육군만 100만이고 특전 병력만 18만이고, 탱크가 4천 대를 훨씬 넘고 가동 중인 전투기가 400대가 넘는다는 말을 하면 우리 군은 첨단화된 무기가 있으니 안전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 모든 것은 문민정무 들어 북한을 낭만적으로 보기 시작한 우리 정치판의 경박함 때문이다. 역대 정권마다 북한 독재자들을 만나지 못해 안달한 것이 사실 아닌가? 북한이 핵을 개발한다는 징후는 1993년 북한이 NPT를 탈퇴했을 때 분명해졌다. 그 뒤 클린턴 자서전에도 우라늄탄의 존재가 거론되고, 무샤라프 자서전에도 북한에 원심분리기를 제공한 사실이 적혀 있는데도 모두 다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사실을 외면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4억5천만 달러를 주면서까지 정상회담에 매달렸다. 그래서 얻은 것이 6.15선언이라는 문서다. 역사를 살펴보면 전체주의 독재체제와 자유민주체제가 연방으로 성립한 적이 없는데도 그는 북한의 적화통일전략에 불과한 ‘낮은 단계의 연방제’를 수용했다.
그것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아래서의 평화통일을 명령한 헌법정신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문서다. 서울공항에 도착한 김 전 대통령은 ‘이제 전쟁은 없다’면서 ‘김정일을 식견 있는 지도자’로 추켜세우고,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할 능력도 의사도 없다는 걸 주장했다.
북한을 낭만적으로 본 건 노무현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그는 북한이 2006년 핵실험을 하자 그해 연말 평통자문회의에서 북한 핵무기는 미국의 체제 위협에 대해 자위용으로 개발한 대미용이지 결코 대남용이 아니라고 강변했다. 그는 북한을 변호했던 것이다. 그뿐 아니라 노 전 대통령은 자주국방을 내세우며 전시작전통제권을 전환했다.
그러면서 내세운 것이 국방개혁 2020. 이 계획은 우리 병력을 50만으로 감축하는 대신 2020년까지 621조 원을 투입해 군을 현대화한다는 계획이다. 정권이 두 번이나 바뀐 뒤에도 이 계획은 약간 수정되었을 뿐 그대로 진행 중이다. 다만 돈이 없어 군의 현대화계획만 미룰 뿐, 졍치인들이 경쟁적으로 복부기간을 줄이려들고 군 예산을 줄여 복지나 하자는 건 바뀌지 않고 있다.
자 어쩔 것인가? 2백문이 넘는 북한의 방사포는 서울을 겨누고 있다. 1,000 기 가까운 노동 미사일은 함경북도 무수단리에서 5분이면 서울까지 온다.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는 도대체 몇 기가 있는지 짐작조차 못 하고 있다. 이런데도 전쟁이 벌어지면 우리는 압도적 우위에 설 수 있을 것인가.
핵과 생화학 무기 같은 비대칭 무기를 머리맡에 두고 우리는 너무나 태연히 잠을 잔다. 우리의 자유를 누군가가 지켜줄 것이라는 막연한 안도감으로 그저 복지만 찾고, 북한이 좀 시끄러우면 대화로써 모든 걸 해결하자고 덤빈다. 뜻있는 사람의 걱정을 두고, ‘그러면 전쟁할 텐가’라며 전쟁광으로 몰아붙인다.
전 세계 역사상 평화를 돈으로 산 적이 없다. 힘이 없는 나라가 평화를 얻은 적이 없다. 가장 길었던 평화였던 ‘팍스 로마나’ 이백 년은 ‘5현제’의 지도력과 노블리스 오블리주 정신으로 뭉친 로마 시민의 강인한 힘으로 가능했다. 아무 희생도 치르지 않고 평화가 그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걸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북한 김정은 체제는 절대 개방으로 나오지 않는다. 개방이 그들의 무덤이란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자유를 향유하려면 지금부터라도 우리는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 그건 바로 자신의 자유에 대한 값을 치르는 일이다.(konas) 출처:월간자유
전원책 (변호사, 자유경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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