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대화국면으로 전환한 이유
김정은은 도발을 지속하기 보다는 대화국면으로 전환함이 연합사 해체 여건조성에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북한이 2013년 6월 6일 남·북 당국간 회담을 하자고 제의했다. 북한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대변인 특별담화문에서 “6·15를 계기로 개성공업지구 정상화와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북남 당국 사이의 회담을 가질 것을 제의한다”고 밝혔다. 회담 장소와 일시에 대해서는 “남측이 편리한대로 정하면 될 것이다”라고 했다. 조평통은 담화문이 ‘위임’에 따른 것이라고 밝혀 김정은의 지시가 있었음을 시사했다.
조평통은 “회담에서 필요하다면 흩어진 가족, 친척 상봉을 비롯한 인도주의 문제도 협의할 수 있을 것이다. 6·15 공동선언발표 13돌 민족공동행사를 실현시키며 아울러 7·4 공동성명 발표 41돌을 북·남 당국의 참가 하에 공동으로 기념할 것을 제의한다. 남조선 당국이 우리의 제의에 호응해 나오는 즉시 판문점 적십자 연락통로를 다시 여는 문제를 비롯한 통신, 연락과 관련한 제반 조치들이 취해지게 될 것이다.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국제관광특구에 대한 남조선 기업가들의 방문과 실무 접촉을 시급히 실현하며 북·남 민간단체들 사이의 내왕과 접촉, 협력사업을 적극 추진하도록 할 것을 제의한다. 민족의 화해와 단합을 도모하며 통일과 평화번영을 이룩하려는 우리의 입장은 일관하다. 남조선 당국이 진정으로 신뢰구축과 북남관계 개선을 바란다면 이번의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하고 우리의 대범한 용단과 성의 있는 제의에 적극 화답해 나와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류길재 통일부장관이 6월 6일 19시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이산가족 문제 등’ 남북한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남북 장관급회담을 6월 12일 서울에서 개최할 것을 공식 제의했다. 류 장관은 실무문제 협의를 위해 6월 7일부터 당장 판문점 연락채널을 재개할 것을 촉구했다.
북 대화제의의 특징?
북한은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남북이산가족 상봉, 7.4공동성명과 6.15선언 공동행사 개최 등 여러 분야에서 대화를 동시에 제의하고 있다. 그런데 7.4공동성명, 6.15공동선언 등 남북 정치·군사 합의서(38개)는 북한이 2009년 1월에 이미 폐기한 것이다. 2010년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도발로 인해 무력도발 금지를 명기한 10.4선언(2007 남북정상선언)과 남북 국방장관합의서(1차, 2차)도 기능을 상실했다. 북한 조평통은 2013년 3월 8일 성명을 내고 판문점 남북직통전화를 단절하고, “무력불사용, 우발적군사적충돌방지, 분쟁의 평화적 해결, 불가침경계선문제 등 북남불가침 합의들은 유명무실해 졌다”면서 “북남 사이의 불가침에 관한 모든 합의를 전면 폐기한다”고 밝혔다.
북한이 1972년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일성이 조인한 7·4공동성명을 거론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 선친을 내세워 우리 정부에 대한 호응을 끌어내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북한은 2013년 5월 25일 국방위원회 정책국 대변인 담화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 실명을 거론하며 “박근혜가 우리와 대결해보려는 악랄한 흉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박근혜는 최고 존엄을 거론하며 병진노선이 성공할 수 없다는 무엄한 망발을 했다”고 말했다.
특히 대변인은 박 대통령을 “괴뢰대통령”, “괴뢰집권자” 또는 “박근혜”라고 직함 없이 지칭하고 “황당한 궤변”, “요사스런 언행”, “악담질” 등의 원색적인 표현도 동원했다. 또 “미국에 아양을 떨었다”며 “대결 광기를 부린다”고 비난했다. 김정은은 2013년 6월 2일 동부전선 북쪽 비무장지대 안에 들어와 우리 측 초소를 지근거리(350m)에서 관측했다. 특이한 도발적 행동이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은 모두 북한의 잘못으로 중단된 상태다. 이런데도 불구하고 북한이 갑자기 대화를 제의해온 것은 남남갈등을 유발하자는 의도가 충분하다. 미·중 정상회담(2013.6.7~8)에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의도(미·북 평화협정 체결과 6자회담 재개 분위기 조성)도 있을 것이다.
북한이 왜 지금 이렇게 하는가?
① 화전양면전술(和戰兩面戰術)에서의 대화 국면이 도래한 것이다.
북한은 2012년 12월~2013년 4월까지의 각종 도발을 통해 의도하는 목표를 모두 달성했다. 장거리 미사일 로켓(대포동 2호)발사에 성공함에 따라 미국까지 공격할 수 있는 ICBM개발이 가능하게 되었다. 제3차 지하 핵실험을 통해 핵무기 개발에 성공했다. 한·미에 대한 핵무기 선제공격 위협, 정전협정 무효화 선언, 판문점 대표단 철수 및 군통신망 차단, 한반도 전시상황 돌입선언, 외국인 철수 위협 등의 ‘말 폭탄’을 통해 유엔안보리 결의안(2087호, 2094호)을 무력화했다.
한국, 미국, 중국, 일본이 먼저 대화를 제의하게 만들었다. 한국군으로 하여금 장기간 경계태세를 유지하게 강요했다. 한국군은 핵 및 재래식 전력에서 전쟁억제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노출했다. 미국의 증원전력(항모전투단, 핵잠수함, B-52/B-2폭격기, F-22전투기 전개)에 의존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북한은 대화국면으로 전환해야 하는 시기로 판단한 것이다. 이는 2009년 1월~6월까지 무력도발(말 폭탄, 2차 핵실험, 장거리미사일 발사 등)이후 2009년 8월 우리 정부에 남북정상회담을 제의한 패턴과 유사하다.
② 한미 정부의 한미연합사 해체(전작권 전환)를 순조롭게 하기 위해서다.
대한민국 성우회와 재향군인회는 악화된 안보상황을 고려하여 연합사 해체의 연기(계획 폐기)를 2013년 2월부터 박근혜 정부에 강력히 요구했다. 성김 주한미국 대사는 2013년 2월 20일에 연합사 해체의 연기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런 움직임에 놀란 북한은 2013년 5월 1일 노동신문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연기 움직임에 깔린 기도’라는 제목의 개인 필명을 통해 전작권 전환의 연기에 반대함을 분명히 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오바마 미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2013.5.7)에서 2015년 12월 1일 연합사 해체(전작권 전환)를 재확인했다. 북한이 걱정했던 바가 해소된 것이다. 그리고 우리 국방부는 2013년 6월 1일에 연합사 해체계획을 재확인했다. 다만 한미가 ‘연합전구사령부’를 창설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고 2013년 10월 SCM에서 결정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한국군이 사령관을 맡는 방안이라면 크게 걱정할 일이 아니다. 북한은 천안함을 폭침(2010.3.26)함에 따라 2010년 6월 26일 한미정상회담(이명박-오바마)에서 연합사 해체일자가 연기(2012.4-2015.12)되었음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김정은은 도발을 지속하기 보다는 대화국면으로 전환함이 연합사 해체 여건조성에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리 정부는 회담에 적극적으로 임하되 과거의 잘못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 북한은 합의서를 지키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한다. 북의 화전양면전술에 속아서도 안 된다. 우선 북한이 작년 말부터 저지른 각종 도발(개성공단 폐쇄 포함)에 대해 사과, 손해배상을 해야 하고, 원상 복구해야 한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통한 현금 지불은 유엔안보리 결의안 위반임을 명심해야 한다.
앞으로 이산가족상봉은 서울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동안 금강산에서 너무 많이 개최했다. 우리 정부가 군사회담을 제의하고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에 대한 사과, 재발방지 약속, 도발책임자(김정일, 김정은, 김영철, 김격식 등) 처벌을 요구해야 한다. 그리고 북한이 폐기를 선언한 남북합의서를 이번 회담에서 일괄 폐기해야 할 것이다. (konas.net)
김성만 예비역 해군중장(재향군인회 자문위원, 전 해군작전사령관).
- 입력 된 100자 의견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