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 간 KBS 가요무대
그들은 남은 여생, 갈구와 그리움을 안고 살아갈 것이다. 내 나라 내 겨레를 아끼며 조국이 잘되도록 가꿔가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본 내용은 9.30일자 국방일보 오피니언 난에 게재되었습니다(편집자 주)
KBS 가요무대가 독일에서 한마당을 펼쳤다. 한독 수교 130주년, 근로자 파독 50주년의 역사적 의미를 담아 20년 만에 머나먼 서역 땅에서 무대를 연 것이다. 파독 간호사들로 구성된 100명의 어머니 합창단이 독일민요 ‘들장미’를 부르며 공연은 시작됐다. 현철이 부르는 ‘머나먼 고향’은 타향살이 설움에 겨웠던 독일 교민의 가슴을 그냥 놔두질 않는다.
“머나먼 남쪽 하늘 아래 그리운 고향, 사랑하는 부모형제 이 몸을 기다려, 천리 타향 낯선 거리를 헤매는 발길… 마음은 고향 하늘 달려갑니다.” 노래 가사가 온통 그들의 말이다.
1500m 지하 탄광, 30도가 넘는 지열이 옴 몸을 휘감는 땅끝 막장에서 생사를 넘나들며 채탄작업을 하는 파독 광부들, 온갖 힘든 업무를 도맡아 하는 간호사들, 그들은 한국에서 어엿한 대학을 나온 학사 광부요 학사 간호사들이다. 그들이 받은 임금은 국내 공무원 봉급의 몇 배였으며, 그 중 80%는 몽땅 고국의 가족에게 보냈다. 이렇게 송금한 금액이 연간 5000만 달러, 한국 GNP의 2%에 이르렀다. 그들 봉급을 담보로 1억5000만 마르크(현재 환율로 2200억 원)의 차관을 얻어, 고속도로를 깔고 석유화학 중공업의 기초를 다졌으며 제철산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50년이 지난 오늘 그들은 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 6000개의 객석을 꽉 메운 관객은 그날의 주인공이요, 그 가족들이었다. 어찌 감회가 남다르지 않겠는가. 앞자리에 앉아 있는 할머니는 연신 흘러내리는 눈물을 훔쳤다.
태진아가 부르는 ‘사모곡’은 그들의 간장을 더욱 흔들어 놓는다. “앞산 노을 질 때까지 호미 자루 벗 삼아…흙에 살던 어머니, 무명치마 입으시고 모진 가난 이겨내신 어머니, 이제는 눈물 말고 그 무엇을 바치리까.” “불러 봐도 울어 봐도 못 오실 어머님을, 원통해 불러보고 땅을 치며 통곡해도 다시 못 올 어머니여, 생전에 지은 죄를 엎드려 빕니다.” 그렇다. 그들은 모두 자신을 불효자라 한다. 부모님을 가까이 모시지 못했던 지난날이 가슴에 한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은 결코 불효자가 아니다. 고향을 잃은 실향민이 아니다. 21세기 정보화 사회, 세계화 시대에 그들은 우리와 함께 있고 모국은 그들의 삶에 자부심과 긍지를 안겨주고 있다. 그들은 세계에서 인도 다음으로 가난했던 모국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도약하는 신화를 만들어내는 데 크나큰 공을 세운 나라의 공신들이다. 그들은 이제 노인이 됐다. 오늘 이곳에 모인 노인들은 어엿하고 당당하다. 온몸으로 온 정성을 다해 일궈 온 삶의 결실임에 더욱 값지다.
공연장에 울려 퍼지는 ‘고향의 봄’ ‘동백 아가씨’ ‘비 내리는 고모령’ ‘천안삼거리’는 그들이 옛날 고향에서 불렀던 노래들이기에 더욱 심금을 울렸을 것이다. 눈물을 흘린 건 앞자리의 할머니만이 아니다. 긴 시간 내내 객석엔 눈물이 마르지 않았다. 고국에 대한 그리움의 표출이며 부모형제에 대한 갈구 때문이다. 그들은 남은 여생, 갈구와 그리움을 안고 살아갈 것이다. 내 나라 내 겨레를 아끼며 조국이 잘되도록 가꿔가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konas)
정영휘 (예.육준장, 한국안보평론가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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