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파병안 철회' 부추기기, 국익고려 자성해야
17대 총선이 끝나자 ´이라크 추가 파병´ 문제가 뜨거운 현안으로 떠올랐다. 정부는 예정대로 오는 6월에 파병한다는 계획이나 이라크 상황이 악화되면서 정치권 일각에서 파병 재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4.15총선을 통해 파병반대 후보자들이 대거 국회에 진입한데 힘입은 '이라크 파병반대 비상국민행동'은 이번 주말인 24일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파병반대 집회를 가질 예정이다. 비상국민행동은 특히 파병안 철회를 관철하기 위해 민주노동당과 협력해 나갈 방침임을 분명히 밝혀 파병문제를 둘러 싸고 17대 국회 내에서 갈등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중앙일보(17일자) 조사에 따르면 17대 국회의원 당선자 230명 중 이라크 추가 파병 문제에 대해 절반에 못 미치는 44.8%가 ´예정대로 보내야 한다´고 대답했다. 다음으로는 38.3%가 ´17대 국회에서 다시 논의해야 한다´, 12.6%가 ´보내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 같은 사실은 중앙일보가 15일, 16일 양일에 걸쳐 지역구 및 비례대표 당선자 299명 중 230명을 대상으로 전화 설문조사한 결과 드러났다.
응답자는 열린우리당 119명, 한나라당 93명, 민주노동당 8명, 민주당 6명, 자민련 3명,무소속 1명이다.
이번 조사에서는 한나라당 당선자를 중심으로 계획대로 파병해야 한다는 의견이 여전히 다수 였으나 이번에 처음으로 원내진출에 성공한 민주노동당은 그들의 선거공약대로 국회에서 이라크 파병 철회 동의안을 반드시 관철시킨다는 계획을 세우고 벌써부터 '파병철회' 여론 몰이에 몰두하고 있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대표는 16일 여의도 당사에서 가진 기자 회견에서 "17대 국회가 열리기 전에 여야 합의로 ´이라크 파병 철회´를 결의하자"고 제안 했다.
권 대표는 이날 기자 회견에서 "개원 이전에 여야 합의로 파병 철회를 하지 않으면 국회 개원 직후 독자적인 파병 철회안을 내겠다"며 "정부의 파병 준비도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영국의 로이터 통신은 16일 "열린우리당의 정세균 정책위의장이 이라크의 상황이 악화될 경우 파병 결정에 대해 재검토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보도했다.
정 의장은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평화와 재건 사명이라는 전제하에 (파병을) 승인했고 그것을 실행할 가능성은 아직 있다"면서도 "그러나 상황이 크게 악화된다면 추가 파병에 대해서는 재고하지 않으면 안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추가파병 논란의 키를 잡고 있는 거대 여당 열린우리당은 참여정부의 외교정책을 뒷받침하는 책임있는 여당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김근태(金槿泰) 원내대표가 17일 MBC라디오에 출연, "이라크 평화와 재건이라는 부대 창설목표에 부합하는 활동을 이라크에서 할수 있는지, 이것을 위한 지역은 어느 지역이 돼야하고 시기적으로 언제가 적절한지 분명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혀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김 대표는 `추가파병 철회는 재론하지 않는 것이냐'는 질문에 "지금으로선 뭐라고 답변하기 어렵다"며 여운을 남긴뒤 "상황을 예의주시하고있고, 조사단이 돌아오면 고 건(高 建) 대행에게 요청해 당정협의가 필요한지 확인해보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최근 "사견을 전제로 이라크 임시정부가 미군에게서 주권을 이양받은 후 파병하는 것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파병연기 의사를 내비친바 있다.
특히 이념적 스펙트럼이 넓은 열린우리당내 소장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일단 파병시점과 파병지 결정은 유보해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어 추가파병 논란의 뇌관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면 한나라당은 이라크 추가파병은 `국가간의 약속이므로 지켜져야 한다'는 신중론을 고수하고 있다.
현지상황 악화에 따른 파병재검토 논리보다는 박근혜(朴槿惠) 대표가 `한미공조'를 강조한 만큼 추가파병 약속을 번복할 경우 국제사회의 신뢰에 손상이 갈 수 있다는 쪽에 무게를 싣는 것이다.
박 대표는 이라크 추가파병이 쟁점화될 조짐을 보이자 지난 8일 외신기자클럽 회견에서 "국회에서 통과된 만큼 국가간 신뢰를 위해서도 변함없이 실천돼야 한다" 는 입장을 분명히 했었다.
한나라당은 다만 파병강행론에 대한 일각의 비판을 우려, 파병 시기나 부대 성격에 대해서는 현지조사에 바탕한 정부입장을 수용할 방침이나 파병부대의 안전 확보를 위한 노력을 경주할 계획이다.
전여옥(田麗玉) 대변인은 "상황이 어려워졌다 해서 국제사회의 약속을 저버릴 순 없다"며 "여야는 파병군인의 안전강화 대책을 마련하는데 노력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은 이라크 추가파병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며, 17대 국회 개원후 파병부대를 전투병에서 재건.의료부대 중심으로 재편하는 방안 등을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군의 추가 파병과 관련, 미국의 리처드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은 15일(현지사각)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 정부는 (파병 정책에서) 매우 굳건하며, 한국 국회는 당초 155대 50표로 파병에 동의했다"며 "그러나 한국의 (새) 국회가 어떤 결정을 하든 그것을 존중할 것이며 그것이 민주주의"라고 말했다.
아미티지는 한국의 이라크 내 파병지에 대해 "양국 국방부가 논의하고 있는 사항"이라며 "이라크 북부로 기울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4.15총선으로 권력의 판도가 크게 달라진 이번 17대 국회에는 개원 전부터 이라크 추가파병 문제를 놓고 뜨거운 논쟁이 이미 장외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파병문제는 정치적 논쟁에 앞서 국익을 고려한 정부의 결정이였음을 정치인들이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지적이다.
재향군인회 안보연구소 박동형 박사는 "참여정부가 이라크 추가파병을 결정한 것은 한미관계와 국익을 고려해 내린 고뇌에찬 판단이다. 이 문제는 이미 16대 국회에서 압도적 다수로 통과된 사안으로서 국제사회와 약속을 한 것이다. 따라서 정치권의 판도가 바뀌었다고 해서 파병문제를 재론한다는 것은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우리 스스로가 파기하는 처사이므로 정치권이 소모적인 논쟁을 잠재울수 있도록 자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유시민연대 김구부 사무총장은 "사회적 갈등 봉합에 앞장서야 할 정치권이 이미 결정된 파병문제를 가지고 오히려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며 "17대 국회는 급진 좌경 성향의 정치인과 정당의 등장으로 국민을 불안케하는 입법활동이 전에 없이 많아질 것이다'라고 예상하면서 "열린우리당이 책임있는 여당으로서 역할을 다해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kon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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