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길 칼럼]민주주의 ABC(7)
태평양 전쟁이 연합국의 승리로 끝나고 일본의 전범자들이 재판을 받았는데 그 중에 오가와 슈메이라는 A급 전범자가 있었습니다. 그는 극우 세력의 대변인이었고 대표적 국수주의자(國粹主義者)이기도 했습니다. 그는 민주주의는 democracy가 아니라 democrazy라고 하여 세인을 놀라게 했는데 그는 재판 도중에 발광하여 재판을 받지도 못하고 석방되어 전쟁이 끝나고도 12년이나 더 살다 죽었습니다.
사실상 민주주의라는 미명 하에 미친 짓(crazy)을 많이 합니다. ‘자유’는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이라고 잘못 알고 번번이 남의 자유를 침범하고 남을 괴롭히기가 일쑤입니다. 데모에도 법의 규제가 있기 때문에 마음대로 할 수는 없습니다. 시위와 집회에 관한 법령을 무시하고 멋대로 데모를 하면 사회적 혼란과 무질서는 막을 길이 없습니다. 그것이야 말로 democracy가 아니고 무엇입니까.
우리는 4.19 뒤에 학생이 영웅이 되고, 살림하는 아주머니들까지도 길거리에 나와서 “연탄 값을 낮추라” “수도요금을 인하하라”는 등등의 구호를 외치며 종로 거리를 누볐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군사 쿠데타를 겪어야만 했고 민주주의는 후퇴 하여 오랜 세월 군사독재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자율(自律)이 안 되는 사회는 타율(他律)로 다스려지게 마련입니다. 정치학자 토마스 홉보스의 이론도 그런 맥락이라고 여겨집니다. 자치(自治)의 능력이 없으면 ‘신탁통치’ 밖에 대안이 없습니다. ‘democracy’가 돼야지 ‘democrazy’가 돼서야 되겠습니까. 이런 사실을 명심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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