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의 변한 것과 변치 않은 것 혼돈 말라
대한민국이 “나팔수” 보도에 현혹돼 북한 실상을 오판하게 된다면 대북 퍼주기 종북론을 다시 고개 들게 한다.
김정은 사망 후 그의 아들 김정은이 집권하면서 적지 않은 서방세계 전문가들은 북한이 변할 수 밖에 없다고 전망해 왔다. 20대 나이로 권력을 승계한 김정은 로동당 제1비서는 거덜 난 경제로 인해 변치 않을 수 없는 처지에 몰려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북한을 입체적으로 파악하려면 겉으로 보이는 변화와 속으로 굳어져 있는 변치 않은 것들을 분별해야 한다. 변하지 않은 면만 강조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변한 측면만 들여다보게 된다면 오판을 불러일으켜 대북정책 수립에 중대 차질을 빚게 할 수 있다.
10월30일자 동아일보는 주먹만 한 1면 머리기사 제목으로 “北의 변화 깜짝 놀랄 만하다”를 실었다. 이 기사는 작년 1월 서방 언론으로서는 처음으로 평양에 지국을 개설한 미국의 AP통신 평양 지국의 진 리 전(前) 지국장이 전한 말이다. 진 리는 이준희 이름의 43세 한국계 미국 여기자이다.
리 기자는 북한이 “지난 해 까지만 해도 체류 외국인 및 방문객의 휴대전화를 모두 압류했지만 올해부터는 직접 휴대를 허용했다.”고 전했다. 특히 올 2월부터는 “휴대전화로 실시간 인터넷 검색은 물론이고 북한에서 찍은 사진을 곧 바로 올릴 수 있도록 했다.”며 깜짝 놀랄만한 변화 아닌가?”고 감탄했다. 그밖에도 그녀는 “최근 평양엔 슈퍼마켓 형태의 대형 상점들이 잇따라 생기고 있다.”며 “북한에도 소비문화가 형성되고 있는 셈이다.”고 주장했다. 자본주의의 특성인 ‘소비문화’가 확산된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한다.
하지만 리 기자는 변화하지 않은 다른 쪽을 말하지 않았다. 오래 전부터 평양의 고급 백화점이나 대형 슈퍼마켓은 성분 좋은 특수 계층의 전유물이라는 사실을 덧붙이지 않았다. 경제파탄으로 공산주의식 배급체계는 붕괴되었고 아직도 굶어죽는 주민들이 속출하고 있다는 점도 외면했다. 지난 6월 개정한 ‘로동당 유일사상 체계 확립의 10대 원칙’에서는 ‘주체혁명’과 ‘자립경제’를 변함없이 강조하고 ‘부르조아 사상’과 ‘사대주의 사상’ 조류를 반대하며 ‘김일성*김정일 주의의 순결을 고수해야 한다.’고 명시한 것도 간과했다.
리 기자의 말 만 접하면 북한은 서울과 다르지 않다는 환상에 빠지게 된다. 그녀는 외국 기자로서 북한 안내원이 데리고 다니는 선전장만 취재했다는 사실을 적시하지 않았다. 그녀는 북한의 호전적 발언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10월17일 우리나라 대북소식통에 따르면 김정은은 “내가 (서울)청와대 깃대에 공화국(북한) 깃발을 꽂겠다.”고 인민군 관계자들에게 호언장담했다고 한다. 남재준 국가정보원 원장이 10월8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밝힌 바에 의하면 김정은은 “3년 내에 무력통일을 하겠다.”는 말을 수시로 하고 다닌다고 했다. 북한이 속으로는 변치 않고 있음을 반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 기자는 “북의 변화 깜짝 놀랄 만하다”고 주장, 김정일 권력의 도발 작태를 덮어둔 채 북한이 평화스러운 자본주의적 ‘소비문화’로 진입한 듯한 착각에 빠져들게 했다. 김정은 권력에 대한 호의적인 기대를 유도하는 말이 아닐 수 없었다.
결국 리 기자의 편파 보도는 다른 미국 언론인의 날카로운 바판을 자아내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 3월22일 미국 크리스쳔 사이언스 모니터(CSM)의 도널드 커크 서울 특파원은 리 기자가 북한의 “나팔수“ 역할이나 한다고 비난하였다. 리 기자가 경제개혁 시늉만 하는 북한 당국을 홍보하는데 치중한 나머지 황해도 곡창지역에서 조차 기근이 이어지는 현실을 외면했고 북한에서 기독교를 믿거나 성경을 가진 주민들이 가혹하게 처벌되는 실상을 덮어 버렸다고 지적했다. 리 기자는 ”나팔수“ 역할 논란 때문에 AP 본사에 의해 얼마 못가 다른 기자로 교체되었는지도 모른다.
북한이 겉으로는 변화된 것만은 분명하다. 100-200만대에 달하는 휴대전화 보급 확산, 스키장 건설, 서방 언론의 김정은 밀착 취재 허용, 중국을 통해 들여온 가수 싸이(Psy)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 가정집서 숨어서 보기 확산, 칙칙한 인민복 아닌 형형색색의 평상복, 등이 그것들이다.
하지만 속을 덮어둔 채 시늉만 내는 껍데기 변화를 보고 깜짝 놀랄만하다고 호들갑떤다면 북한의 실상을 헛짚게 된다. 속으로 평양의 집권세력이 자행하는 잔혹한 통치와 대남적화 책동 등을 못본체 해서는 아니 된다. 3대 세습 독재체제, 무자비한 탄압과 처형, 3차 핵실험 강행, 개성공단 일방적 폐쇄, 김정은의 “3년 내 무력통일 하겠다” 호언장담, “주체혁명” 강조, 등을 모른 체한다면 북한의 “나팔수” 노릇으로 그치고 만다. AP의 리 기자 뿐 아니라 일부 국내 전문가와 언론인들도 북의 “나팔수” 노릇을 충실히 한다.
대한민국이 “나팔수” 보도에 현혹돼 북한 실상을 오판하게 된다면 대북 퍼주기 종북론을 다시 고개 들게 한다. 60여 년 전 꼼짝없이 당했던 6.25 기습남침을 또 당하게 된다. 그 때의 그 참혹했던 비극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선 북한의 변한 것과 변치 않은 것을 혼돈치 말고 객관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그에 철저히 대비 하지 않으면 아닌 된다.(konas)
정용석 (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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