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길 칼럼] 제 목을 따는 의사
근자에 우리를 놀라게 하는 말이나 사건이 몇 있었습니다. 일전에 어떤 자가 어떤 송년 모임에서 “선거로 이기지 못하면 민란으로 뚫려야 한다”고 하였다는 말을 듣고 “저런 놈이 어떻게 대한민국에 살 수 있는가” 생각하였습니다. 투표에서 지면 폭동이라도 일으켜 정권을 탈취해야 한다는 뜻이니 이런 자는 완전히 민주주의의 원리 원칙에 등을 돌리고 프롤레타리아의 혁명을 꿈꾸는 과대망상, 또는 정신착란의 환자라고 여겨집니다.
그 자리에서 또 한 얼간망둥이는 “장성택 사건과 이석기 사건은 비슷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였다고 듣고, 만일 서애 유성룡 선생이 살아 계시다면 틀림없이 큰 몽둥이를 들고 나오셔서 이름을 두들겨 팼을 것이고 이놈은 반죽음을 면치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장성택은 억울하게 이미 처형이 됐고, 이석기는 대한민국의 헌법과 형법에 따라 재판을 받고 있는데 어떻게 저런 수작을 거침없이 할 수 있을까 생각하고 어안이 벙벙하였습니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모든 한국인을(그 날 여의도 공원에 모인 의사들 1만 명의 심리 상태는 알 수 없으나) 깜짝 놀라게 한 사건은 노환규 의협 회장이 집회 대회사를 하는 도중 “정부가 의료의 목에 칼을 들이대고 있다”며 칼로 자기 목을 10cm가량 그었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자살할 맘이 있었으면 더 깊이 찔렀겠지만 군중 심리를 자극하기 위해 한 짓인 것 같습니다. 알고 보니 의협회장 자신이 칼을 드는 외과의사랍니다.
그런데 의사가 환자의 목을 따는 일은 있을 수 있어도 어떻게 의사가 제 목을 땁니까? 이런 인간을 의협 회장으로 모시는 의사들이 걱정스럽습니다. 이 사람은 회장으로 있으면서 앞으로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데 저런 망발을 해도 용납이 된다면 앞으로의 의협이 걱정입니다. 손문이나 게바라처럼 의사가 혁명가가 되는 일이 간혹 있지만 그들은 제 손으로 제 목을 따는 의사는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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