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4사태의 회고
1968년 1월 북한 124군부대 31명이 청와대 습격을 목표로 서울에 침투한 1∙21사태는 새해 벽두 온 나라를 발칵 뒤집어 놓은 경천동지(驚天動地)의 엄청난 사건이었다.
필자는 당시 이들 무장공비를 소탕한 주력부대 제6군단의 작전참모였는데 이제 돌이켜보니 어느덧 45년이라는 세월이 지났다 . 그해 1월15일부터 육군은 CPX를 하고 있었는데, 당시 상급부대였던 미1군단의 작전 계획상, 우리 6군단과 미 1군단 정보부대 및 경찰의 대간첩작전 책임지역이나 지휘체계 협조차 1월19일 인천 소재 경기도 경찰국장을 찾아가 필요한 조정과 협조를 하고 돌아왔는데 바로 그날 밤, ‘무장 괴한 출현신고’가 들어온 것이다.
제6군단장(이세호 장군)은 미 1군단 후방지역을 포함한 지역을 맡아 작전하기로 결심하고 우선 26사단 73연대를 출동시키고 필자는 밤길을 달려가서 미1군단장 Critz중장에게서 작전 ‘승인’을 받아냈다.
송추국민(초등)학교에 전술지휘소를 설치하여 25,26사단과 30사단 및 경찰병력을 통합 지휘하였다. 21일 새벽 예상 침투로를 수색하던 중 비봉으로 통하는 계곡에서 손수건 하나와 탄알을 주었다. 19일 최초로 우(禹)씨 4형제가 적을 만났던 장소와 20일 저녁 군견이 북한제 탄창을 찾아낸 곳, 그리고 지금 손수건이 발견된 지점을 지도상에 연결해보니 이건 청와대로 가는 방향이었다. 이세호 군단장은 그 자리에서 6관구사령관 김재규 장군에게 “청와대로 가는 것이 틀림없으니 대비하는게 좋겠다”고 충고했다.
미 1군단은 병력배치에 필요한 UH-1H 헬기와 차량을 지원해 주며 성능이 불량한 우리 교환계통을 미군 교환시스템에 연결해주는 등 적극적으로 지원하였다.
21일 필자는 OH-23헬기를 지원받아 북한산과 비봉일대를 저공으로 비행하며 정찰을 실시했으나 적을 발견하지 못했다(훗날 생포된 김신조에게 물어보니 ‘그때 소나무 가지를 잘라 들고 바위틈에 서 있다가 헬기가 두 바퀴째 돌아 내려올 때에는 사격 준비를 했었는데 그대로 돌아가더라’고 했다)
그날 밤 자하문을 통과하던 적과 경찰이 충돌하면서 적은 분산되기 시작했고, 우리는 송추를 중심으로 동서 요지에 병력을 재배치하여 적의 퇴로를 차단하였다. 22일에는 김신조가 생포되고 23일에는 26사단 공병대대 병력이 적1명을 사살했는데 그의 몸에는 침투로가 표시된 아주 좁게 오린 지도를 갖고 있었다. 우리는 그 침투로상에 5중의 차단선을 설치하여 24일에 11명을 사살하고 25일에는 지휘자 김정웅의 시체를 확인하였다. 적31명중 29명을 사살 또는 생포한 후 1월28일 18시부로 본 작전은 종결되었다.
회고하건대 이 작전은 나무꾼 4형제가 적의 협박과 회유에도 불구하고 야간에 신속하게 신고함으로써 적시에 이루어질 수 있었음을 잊을 수 없다 .
작전기간중 민간의 용기 있고 신속한 신고에 힘입어 도처에서 효과적인 작전을 할 수 있었는데 국민의 대공의식과 신고정신 및 보고체제의 확립이 대간첩작전 성공의 가장 중요한 요체였다. 깊은 산 속의 노부부는 용기와 기지(機智)로, 마을의 모녀는 밤새 팥죽을 쑤어서 부대를 찾아와 작전에 협조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집집마다 불을 끄고 대문을 걸어 잠가 ‘움직임을 멈춘도시, 소리를 잃고 불빛이 없는 적막의 도시’를 이루었던 의정부의 밤을 잊지 못한다.
한∙미군 간, 작전에 투입된 부대 간, 기관 간의 협조, 지휘관, 참모 간의 소통, 특히 인간적인 평소 교류가 무형적이지만 대단히 큰 힘으로 발현되었다 .
특수 부대임을 감안하더라도 적의 훈련 정도는 매우 높아 행군능력, 사격능력, 위장능력도 탁월했거니와 최악의 상황에서도 투항하지 않고 자결을 택하는 정신무장은 놀라웠다.
성공적인 작전 종결에도 불구하고, 아군의 전장군기나 사격능력등은 후에 철저히 훈련돼야 할 문제점도 발견되었다.
예측을 불허하는 북한군의 도발에 항상 대비하고 있어야 할 우리 군경과 국민의 경각심은 시대상황이 변했다 하더라도 항상 유지해야 할 것이다. 비록 45년 전의 경험이지만 온 국민에게 널리 알려 다시는 불행한 과오를 범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Konas)
전제현 (예, 육군소장)
본 내용은 월간 자유 2월호에 게재된 글임.(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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