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천참사, "천출명장의 안전만 있고 인민들의 생명은 없다"

용천역 폭발사고 현장의 모습이다.
북한동포돕기에 열중하는 남한사회의 모습이다.
지금 한반도에는 엄청난 폭발피해를 당한 북한보다 오히려 지원하는 남쪽에서 더 안타까워하고 조급해 하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사고현장에 김정일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고위관리들의 위로의 말 한마디 없는데도 남쪽 국민들은 언론의 호들갑에 정신을 잃은 듯 다투어 성금내기에 바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북한이 여느때와 달리 이번에는 국제기구 등에 현장을 공개하고 지원을 요청해 그래도 피해에 비해 신속한 응급구조와 복구가 이루어지려나 기대했었는 데 시간이 지날수록 폐쇄적 봉건사회의 속성이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
'기와집에 이밥과 고깃국'이 언제쩍 구호인데 아직도 흙집에 남루한 옷차림, 고철 같은 기차와 소달구지가 웬 말인가. '민족의 태양'에서 '천출명장'까지 대를 이어 통치해 온 결과가 겨우 이 꼴이라니 말문이 막힐 따름이다. 위대한(?) 두 지도자의 위대성은 이처럼 참혹한 상황에도 인민들이 잘 참을수 있도록 길들여 왔다는 점이 아닌가 싶다. 아니, 더 위대한 점은 지도자가 가만히 있어도 국제사회와 남한이 '지도자의 백성'을 위해 구호와 복구에 더욱 안달하게 만드는 것이리라.
사람의 생명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고귀한 것임에도 독재자 김정일을 결사옹위하고 그 체제 안전만을 위해 딴전을 피우는 북한 당국자들의 행태에 정말 실망을 넘어 분노를 금할 수 없다.
모처럼 국내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온 국민이 한마음이 되어 북녘 피해동포를 위해 온갖 정성과 지원을 계획하고 있는 데 사고현장에 위대한(?)지도자의 모습은 보이지도 않고 그 잘난 체제 안전에만 신경쓰는 북한 당국자들을 우리 국민들이 '순수한 동포애'로 이해해 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
구호품을 실은 차량이 육로로 북녘을 지난다고, 복구진과 의료진이 주민들과 접촉한다고, 병원선이 해상에 떠 있다고 해서정보가 새고 그래서 독재체제가 붕괴될 것이라는 과대망상을 버려야 북한이 산다. 그것 보다는 가족과 집을 잃거나 생명이 위독한 환자들을 방치하는 모습이 세계인들에게 노출되는 것이 김정일 정권과 체제유지에 더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북녘 지도층의 폐쇄성이 한심스러울 뿐이다.
주민들을 위한 '광폭(廣幅)정치'를 한다며, 지난 방중(訪中)때 중국의 '국민을 위하고 국민을 위한 정치'에 입에 마르도록 찬사를 아끼지 않았던 그들이 주민들의 생사가 기로에 서있는 상황에서도 사회주의 지상낙원의 자존심(?)을 지키려한다.
위대한 장군님을 '천출(賤出)명장' 으로 비하한 남한의 관리를 지체없이 상부에 보고하고, 비 맞는 장군님의 사진을 보고 눈물 흘리며 재빨리 가슴에 품어 안은 충직한 인민들을 김정일은 왜 외면하는가.
국제사회와 남쪽의 동포들이 걱정하는 만큼의 1%만이라도 용천 피해주민들의 생명을 생각해 줄 여유가 정말 없는 것일까.
미국의 NYT신문은 북한이 용천사고를 통해 `경제적 이득의 극대화, 정치적 위험의 극소화'라는 생존전략과 일치하는 것이라면서 용천이 서울과 자동차로 6시간 거리에 불과한데도 트럭을 통한 남한 구호물자 운송을 북한이 거부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사고 후 북한 언론이 김일성 부자의 초상화를 빼내려다 숨진 희생자들의 `영웅적인 죽음'을 소개하고 있다고 전하고 "마오쩌뚱 시대 중국이나 스탈린 시대 소련에 비해 개인숭배 경향이 더욱 강한 북한의 충성스러운 주민들에게는 자신들의 자녀보다 지도자들이 더욱 중요하다는 사실은 일깨울 필요조차 없다"고 꼬집었다.
지금 UN을 비롯한 국제사회 및 적십자 등이 순수한 인류애와 박애(博愛)와 봉사정신으로 참변을 당한 북한주민들을 돕고자 하고 한국은 거기다 애틋한 동포애를 더 보태어 한시라도 바삐 그들을 도우려고 하지 않는가.
그러나 역시 그들은 '태양과 장군'이 만들어 온 지상낙원의 치부를 감추려 들고 순수한 인도적 정성마저 정치적 계산과 체제유지에 이용하려는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다시말해 용천참사를 체제공고화를 위한 전화위복(轉禍爲福)의 기회로 삼으려는 것이다.
황장엽씨의 지적대로 사람(김정일)이 바뀌지 않는 한 북한주민의 불행과 또다른 용천참사는 계속될 지 모르겠다.(kon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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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5-06 오후 5:19:5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