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울었다. 끝없는 바다를 바라보며...
그들은 울었다. 끝없는 바다를 바라보며...
3월, 서해의 차가운 밤바다는 내게 분단조국의 비극적 현실과 돌아올 수 없는 사람들을 그리워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그리고 살아남은 자의 슬픔도.
북방한계선( NLL) 경계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던 천안함 용사들은 죽은자나 살아 남은자나 할 것 없이 이 나라를 지키던 군인들 이었다.
천안함 폭침으로 우리 국민들은 끝나지 않은 전쟁 중에 놓여 있음을 실감했다.
북한의 어뢰 한 발은, 두 달여 동안 국방부를 북의 도발에 대한 응징이 아니라 남남의 갈등을 봉합하는데 급급하게 했다. 또 대한민국 정부를 불신하고 무력하게 만드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를 드러내는 사건이기도 했다.
군의 입장에선 폭침에 대한 책임을 가려내는 것은 당연하다고 하겠지만, 바다에서 참혹하게 당한 트라우마가 채 가시지 않은 장병들을 병상에서 소환하여 진행했던 조사와 책임 추궁은 너무 가혹한 게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잔인무도한 적의 침공에 의해 두 동강 난 천안함에서 58명의 승조원들이 살아남은 것은 그나마 천운이라 해야 할 것이다.
이는 평양의 김정일을 만나고 온 김대중 대통령이 “앞으로 전쟁은 없다”고 외치던 순간부터 우리 국민들에겐 평화와 남북관계에 대한 그릇된 환상이 심어 지게 되었고, 또 노무현대통령께서 ‘북한을 우리가 조절할 수 있다’고 말함으로써 우리의 안보의식에 심각한 혼란이 만연되었던 상황에서 여전히 호전적 북한임을 깨닫게 하고 우리의 정신을 번쩍 들게 한 사건이었다.
천안함의 승조원들이 살아서 증언을 해 주지 않았다면 남한의 국론은 여전히 분열되어 이 나라의 국가 발전과 국방 안보에 발목을 잡았을 것이다.
해군의 전통 가운데 하나는 함장은 배와 함께 운명을 같이 하는 것이라고 한다. 아무리 그럴지라도 귀한 생명을 함부로 버려서는 안되며, 진실 규명의 책임이 있는 함장으로서 더욱 그렇다.
생사의 기로에서 살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하지만 천안함 장병들은 배가 침몰하는 순간까지 동료들을 구했다. 배가 가라앉던 순간, 함장은 해군의 명예를 안고 그 자리에 남아 있었다고 한다.
이러한 지휘관을 존경하고 따르던 장병들은 그를 붙잡았고 놓지 않았다. 함장이 살 수 있었고, 장병이 한 사람이라도 더 살 수 있었던 사연은 이처럼 슬프고 아름다웠다.
어느 전쟁이든 승자와 패자는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천안함 사건은 싸움에서 이기고 진 승자와 패자의 이야기가 아니다. 예고 없이 기습 공격한 비겁한 도발 행위임을 국제사회가 명약관화하게 알게 한 사건이다.
사지에서 살아 돌아온 이들에게는 국민적 차원에서 더 큰 위로와 격려의 박수를 보냄이 마땅하다. 태양이 빛나면 만물이 모두 밝게 비추어 지듯, 최상의 애국심은 보다 큰 품음과 인정함에서 비로소 우러나온다고 본다.
이 땅이 처한 불운과 고뇌를 비껴갈 수 없었던 그들,
동료를 가슴에 묻고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는 냉가슴을 안고 살아가고 있을 58명의 천안함 용사들에게 어머니의 마음으로 위로하고 싶다.
천안함 폭침 4 주년에.(Konas)
손영수 (한국통일진흥원 교수 / 법무부 소년보호위원 / 국가정체성회보국민협의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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