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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전의 역성혁명과 북한

Written by. 김기호   입력 : 2014-06-05 오전 11: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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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하 역사 드라마 ‘정도전’의 시청 열기가 뜨겁다. 이미 같은 시대 사극인 ‘용의 눈물’을 통해서 비슷한 내용이 방영됐었음에도 여전히 인기가 높다. 필자도 빠짐없이 보고 있다.

 드라마 정도전은 이성계와 함께 왕(王)씨의 고려왕조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이(李)씨 왕조를 건국한 정도전을 재조명하고 있다. 당시 고려의 모든 토지는 권문세족들이 차지했고 백성들은 소작농 즉, 노예나 다름없었다. 권문세족들의 토지는 경계를 세우는 것조차 무색해 산과 강으로 경계를 세워야 할 정도였다.

 정도전은 이런 현실을 개혁하고자 했다. 정도전의 꿈은 지주와 소작농이 없는 자작농의 나라, 곧 백성의 수를 헤아려 토지를 나누어준다는 ‘계민수전(計民授田)’이었다. 정도전은 민의를 저버리고 자신의 권력과 향락유지에 급급한 고려의 군주와 권신들에게서 희망을 보지 못하자 ‘역성혁명’을 기획했다.

 지금 북한 상황은 고려 말보다 더 절망적이다. 김일성은 북한지역에 토지개혁을 단행했다. 지주를 없애고 모든 백성에게 토지를 나누어 골고루 잘살게 해준다더니 도리어 모든 백성을 소작농으로 전락시키고 김일성 왕가는 절대 대지주가 됐다.

 김정일이 정권을 이어받은 1990년대 중반에는 수백만의 백성이 굶어 죽었다. 김정은이 3대 세습한 지금도 백성을 수탈하는 인민경제는 이미 파탄났다.

 핵을 만들어 김씨왕조를 유지하는 수령경제(당ㆍ군경제)와 보따리 장사 수준의 시장경제만 유지되고 있다. 배급체계는 무너졌고 2400만 인구 중 단지 12% 권력층 250만 명만 안정적으로 배급을 받고 있다. 88%의 백성이 굶주림과 압제와 상대적 박탈감에 유망(流亡)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북한 당국이 드라마 ‘정도전’의 불법 유통을 철저히 차단하라는 지시를 전국 체제 보위기관들에 전달했다고 한다. 드라마가 북한에서 금기시하는 ‘역성혁명’을 다루었기 때문일 것이다. 노예로 전락한 북한주민들의 ‘내 땅’을 가져보고 싶은 계민수전의 요구가 분출될 것을 두려워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북한에 스마트패드ㆍ노트텔ㆍUSB 등 다양한 영상 재생기기와 저장매체가 유통되면서 보위부가 단속에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거대한 정보화 시대의 도도한 물결을 북한이 차단하고 조작하기에는 점점 한계에 도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도전의 꿈은 백성이 나라의 주인이 되는 세상이었다. 그의 저서 조선경국전에서 ‘백성의 마음을 얻으면 백성은 복종하지만, 백성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배반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로 국민에게 사과하고 눈물 흘렸지만, 김정은은 아파트 붕괴 참사 다음날 축구경기를 관람하면서 웃었다. 백성의 마음을 얻지 못하는 지도자가 언제까지 웃을 수 있을지 지켜보면서 그날을 대비해야 할 것이다. 정도전 같은 역성혁명가가 절망의 땅 북한에서 싹틀 수 있기 때문이다.

김기호 (경기대 교수)

* 출처 : 국방일보 6월5일자 16면 ‘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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