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본격적인 국가개조 나서야 한다!
‘국민의 생명’과 ‘국민의 안전’을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자신들이 추구하는 목적달성만을 도모하려는 자들은 분명히 깨달아야만 할 것이다
이제는 새로운 지평(地平)을 향해 여도 야도, 보수도 진보도, 제 시민사회단체도 옭아맸던 마음들을 풀어 헤치고 하나의 방향으로 뛰어들어야 할 때다. 그 저간의 외침, 아우성을 우리는 엊그제 분명히 목도했다. ‘이제는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전체 국민, 유권자들의 절묘한 표심(票心)을 통해 확연히 확인했다.
어느새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지난 6월4일 뜬눈으로 새벽을 맞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6․4지방선거에 나선 광역단체장 후보나 기초단체장, 구(區) 의회 의원 후보, 정당과 각 진영 지휘부의 선거참모들, 유세전에 참여한 숱한 자원봉사자들에서 일반 시민에 이르기까지, 일찌감치 무투표 당선이나 당선 안정권에 들어선 인물이나 관계자들을 제외하곤 거의 밤잠을 설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6회째를 맞는 2014년 6․4지방자치선거는 어쩌면 선거 전에 이미 승자(勝者)와 패자(敗子)가 갈렸다고 해도 다름 아닌 상황이었다. ‘세월호’ 정국·선거로 불리어진 올 선거는 선거운동개시 전 단계부터 결과에 이를 때까지 지금까지 치렀던 선거와는 크게 다른 판세와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4월16일 전대미문의 대형선박 ‘세월호’ 침몰 참사 이후 분위기는 서울의 청계광장을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희생자를 추모하는 촛불집회가 매 주말 저녁 이어지면서 밑그림이 그려졌다. 우려 했던 대로 추모행사는 국정원 댓글 관련 정부규탄에서 종국적으로는 ‘박근혜 대통령 책임’ ‘박근혜 대통령 퇴진’ ‘하야’ 등 정권 퇴진론으로 변질되고 귀결되었다.
여파는 상당했다. 우세를 점쳤던 서울을 비롯한 인천·경기 등 수도권은 말할 나위 없고 여당 텃밭이라는 부산 대구 등 영남지역도 안심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새누리당 내에서 터져 나오고, 야당의 심장부 격인 광주도 유력 인사들이 전격적인 전략공천에 불만, 탈당해 무소속으로 단일화 함으로써 새로운 변화가 점철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선거는 바람이고,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는 말처럼 새누리당은 수도권에서 서울 탈환에 실패했다. 정몽준 후보 43.1%(2,096,294표), 박원순 후보 56.1%(2,726,763표)로 격차도 컸다. 대신 막판 ‘열세’ 예상을 뒤엎고 경기․인천에서 선전, 극도의 압박감을 벗어 던지면서 배가의 기쁨(?)을 봤다. 그런가 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충청권 싹쓸이에 호남을 무풍지대(無風地帶)로 달렸다. 우연의 결과였을까! 광역단체장 여(與) 대 야(野)가 8 : 9로 균형추를 잡았다.
여당 입장에선 자칫 산소마스크를 써야할 기로에서 기사회생하는 계기가 마련됐고, 야당입장에서는 연관된 시민단체와 연계해 ‘세월호’를 등에 업고 벌인 박 정권퇴진, 박근혜 책임론으로 다 차려진 밥상을 퍼먹기만 해도 될 성 싶던 처지로 낙관했지만 ‘아니올시다’ 격으로 머쓱해진 상황이 되고 말았다.
그런가 하면 교육감 선거는 전체 17개 지역에서 보수 4, 좌파 13이라는 결과로 진보·좌파진영에 압도적 당선을 안겨 어느 언론 기사 헤드라인처럼 ‘여도 야도 아닌 전교조 승리’로 이후 또 다시 전개될 험난한 앞길을 예고하고 있다.
선거 다음날 아침 출근길에서 사무실까지 오가는 얘기는 온통 선거 뒷얘기들이다. 분분한 의견들이었다.
새누리당이 침몰 일보 직전에서 그래도 기사회생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대책을 밝힌 대국민 특별담화 발표에서 ‘국가를 새롭게 개조하겠다’며 눈물로 호소한 내용이 국민들에게 진정성으로 작용했다는 의견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이 ‘새정치’를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기실 하는 모양새는 기존 케케묵은 전술 그대로 답습했다는 이야기로부터 다시 올 수 없는 절호의 기회를 살리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나름대로 전문가 급 분석들을 가감 없이 펼쳐 놓았다.
새누리당이 선전했건, 새정치민주연합이 기회포착에 실패했건 필자는 선거결과를 두고 이러쿵저러쿵 논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도 전남 진도 맹골수도(孟骨水道) 차가운 바다 밑에는 아직 찾지 못한 12명 실종자(6.9 현재)가 애타게 부모님과 가족들을 기다리고 있다.
대한민국과 전체 국민이 실의와 무력증에 빠졌었다. 침몰사고와 관련된 책임 있는 자들이 관계당국의 수사로 속속 엮여들고, 세월호 실소유자로 알려진 몸통 유병언 씨와 그 자녀들이 공권력과 희귀한 숨바꼭질로 당국과 국민을 조롱하며 또 다른 피로감으로 내몰고 있다. 그 뒤에는 ‘종교탄압’ ‘종교말살 정책’을 떠벌리며 대항하는 종교집단이 도사리고 있다. 그런데 희귀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좌파단체와 관계자들은 이들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 책임을 묻는 말도, 외침도 없다. ‘세월호’를 빙자한, 참담하게 사망한 희생자들을 볼모로 현 정부, 정권비판 · 규탄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이래선 안 되는 것 아닌가? 이제는 아니다. 대통령이 기회 있을 때마다 사과하고 눈물을 흘렸다. 국가를 대표하고 대한민국 최고의 책임자가 대통령임은 어린아이도 다 안다. 도대체 언제까지 대통령이 사과하고 눈물 흘리며 무릎을 꿇어야 직성이 풀리겠는가? 또 그런다고 그를 받아들이겠는가?
대통령이 약속하지 않았는가! 국민이 원하고 바라는 것처럼 정부는, 대통령은 한 점 의혹 없이 사고 진상을 조사해서 명명백백히 밝히고, 그 책임자와 관련자에 대해서는 직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벌에 처함으로써 이를 기화로 대한민국 법질서의 엄중함과 존엄성을 살려야 한다. 불법이, 떼법이, 억지가 통하지 않는 세상, 그런 대한민국으로 탈바꿈 시켜야 한다. 그게 국가와 국민이 바라는 ‘국가개조’ 변혁이 아니겠나?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실질적 사고책임자와 관계자들에 대해서는 일언반구의 언급도 없이 오직 정부와 대통령에게만 책임을 요구하며 정권퇴진론과 박근혜 하야를 외치며 날을 지새우려는 세력들도 변해야 한다.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진정 4월16일 이전과 이후 한국 사회가 어떻게 변하고, 대통령 국민담화가 설파됐던 5월19일 이전과 이후 대한민국의 법과 제도, 원칙이, 국정운영이, 국민교육과 정신이 어떻게 변화되고 될 것인가를 확인하면서 새로운 대한민국 비전 창출에 힘을 합쳐야 할 때다. 비판할 것은 비판하되, 박수를 보내야 될 때 박수 치는 것이 진정 나라를 염려하고 생각하는 국민의 자세일 것이다.
그것이 이번 6·4지방선거 결과가 보여주는 진정한 민의(民意)인 줄 안다. ‘국민의 생명’과 ‘국민의 안전’을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자신들이 추구하는 목적달성만을 도모하려는 자들은 분명히 깨달아야만 할 것이다. 이제는 국가와 국민이 결코 호락호락하게 넘어가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현오(칼럼리스트, 수필가. holeekv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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