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도록 기억에 남은 사람, 기억에 남을 사람
평생 많은 사람을 만나지만 마음 한구석에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다. 생각하면 얼른 뛰어가 다시 보고 싶을 정도로 풍모와 향기가 진하게 남아 있는 사람 말이다. 그런 분 중에 첫손 꼽을 만한 분이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다.
4년 전쯤 한 장관이 육군참모총장으로 재임할 때였다. 그림 헌정식과 안중근 장군의 친필 복사본을 기증하러 육군본부에 갔다. 차 한 잔하면서 한담을 하는데 한 장관이 자신의 어머니는 불교신자고 자신은 가톨릭신자라고 말씀했다. 그러면서 ‘살불살조(殺佛殺祖)’라는 말을 참 좋아한다고 했다.
참 놀라웠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얘기가 아닌 선문이다.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죽이라는 말이지만 참뜻은 우상에, 관념에 집착하지 말고 자신의 길을 가라는 말이다. 관념에 집착하면 현재를 망각할 수 있음을 경계하는 말이기도 하다. 불교학자도 함부로 못하는 말을 자신의 경구로 삼고 있다는 한 총장의 말씀이 참 듣기 좋았다. 굳은 신념을 보는 듯했다.
한 총장은 또 총장실 바로 옆에 안중근 장군실을 크게 만들어 놓고 진급하는 장교들이 꼭 이곳에서 신고를 하게 한다고 했다. 안중근 장군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들으면서 한 총장의 높은 역사의식과 군인정신을 엿볼 수 있었다.
2년 전에는 국립서울현충원 육탄10용사 현충비 앞에서 추모제를 봉행했다. 한 장관은 그때 이미 전역 후였지만 추모위원장을 흔쾌히 수락하고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었다. 행사도 성대하게 잘 됐다. 지난해 6월에는 부산 유엔기념공원에서 불교 신도들과 함께 유엔군 전몰용사를 추모하는 천도대제를 지냈다. 이때도 한 장관은 자신의 일처럼 추진위원장을 맡아 열정적으로 도와주었다. 그 덕분에 6·25전쟁 때 장렬하게 숨진 유엔군 16개국 2300명 희생용사의 명복을 제대로 빌어줄 수 있었다.
종교도 다르고 전역 후인데도 현역에 있을 때보다 더 내 일을 앞장서 자신의 일처럼 도와준 한 장관은 고마움의 인사 듣기를 마다하고 “국가에 꼭 필요한 일이어서 한 일”이라고 겸손해했다. 참 공심이 대단한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항일 의병장 청암 한봉수 옹의 손자다. 한 의병장은 구한말 군대가 해산되자 24세에 의병 을 일으켜 ‘번개장군’으로 불렸다. 1907~10년까지 충북·경북 일대에서 30여 회에 걸쳐 크고 작은 항일투쟁을 전개해 눈부신 전과를 거뒀다는 기록이 있다. 1919년엔 청주지역에서 3·1운동도 주도했다.
아마 그런 조부 밑에서 자랐으니 나라사랑과 군인정신, 인간적인 모습이 두루 습관처럼 배어나오는 것이리라. 온화하고 친화력 있는 성품으로 여러 사람으로부터 신망을 받고 있다는 기사를 보면서 사람 알아보는 눈은 다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기억에 남는 사람, 오래도록 내 기억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가 문득 생각나면 흐뭇해지는 사람. 한없이 인간적인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오래도록 나라를 위해 큰 공심으로 어려운 일들을 잘 헤쳐 나가길 빌어본다.
박삼중 스님 (전국 교도소재소자 교화후원회 회장)
* 출처 : 국방일보 7월9일 16면 ‘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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