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병제 아직 이르고 통일 뒤에나 생각할 일
선임병들에게 구타당해 숨진 28사단 윤 모 일병과 꼬리를 물고 터져 나온 병사들의 자살 등을 계기로 병영문화 개선책들이 쏟아져 나왔다. 여러 개선책들 중 하나로 모병제(募兵制)가 제시되었다. 2012년 대통령 선거 당시 민주통합당의 한 당내 대선 경선 후보도 모병제를 주장한 바 있다.
모병제로의 전환 논리로는 소수 정예 강군 육성, 지원병 장기복무로 인한 전문성 제고, 관심병사 대상자 입대 예방, 미국 등 선진국들의 모병제 실시 등을 꼽았다. 그러나 모병제는 아직 시기적으로 이르고 통일 후에 생각해도 늦지 않다. 그 이유로는 다섯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모병제로는 소수 정예 강군으로 갈 수 없다. 오늘의 징병제는 고등학고 졸업생으로부터 대학 졸업자에 이르기 까지 모든 징집 대상 연령 장정들이 입대한다. 그러나 모병제로 전환할 경우 학력수준이 떨어지고 사회 부적응 젊은이들이 입대할 수 있다. 징병제에서도 병력충원이 원활치 못해 “관심병사”들을 대거 입대시키는 판국인데 모병제에선 더 말할 필요도 없다.
미국의 경우에서도 지원자 자질 저하 현상은 뚜렷하다. 미국에서는 모병제 실시 후 고등학교 졸업자를 모셔오기 힘들 정도다. 또한 사회생활 부적응 청년들의 입대도 없지 않다. 주한미군이나 주일미군에서도 흔히 나타나는 것과 같이 주둔지 민간인 폭행이나 성폭행이 심심치 않게 벌어져 물의를 빚곤 한다. 모병제의 질적 수준 저하를 반영한다.
우리나라도 모병제로 전환한다면 교육수준 저하와 사회 부적응 젊은이들의 입대로 소수 정예 강군으로 가기 어렵다. 병영 사고가 더 발생할 수 있음도 배제할 수 없다. 모병제로 바꾼다 해도 남북대치 상태에선 많은 병력을 확보해야 함으로 소수 정예만 뽑을 수 없다는 데서 그렇다.
둘째, 모병제는 직업군인의 장기 복무로 전문성을 높일 수 있다고 하지만, 군의 전문성은 징병제에서도 장기 복무 하사관들을 통해 격상시킬 수 있다. 다만 직업군인 하사관 수를 늘리면 된다.
셋째, 모병제는 예산상의 큰 부담이 따른다. 현재의 68만 병력을 50만으로 줄인다 해도 엄청난 재원 추가가 소요된다. 현재의 징병제에서도 군 인건비는 전체 방위비 중 절반을 차지한다. 모병제로 전환한다면 정확한 수치는 계산된 바 없으나 대체로 연간 7조원의 인건비가 추가된다고 한다. 거기에 더해 모병제는 신병 모집을 위한 광고 및 유치비 등 적지 않은 예산이 요구된다. 국가예산 부족으로 무기 체계의 현대화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형편인데 모병으로 인한 인건비 예산의 막대한 추가 부담은 안 될 말이다.
넷째, 모병제로는 북한의 120만 군사력에 맞설만한 적정수의 병력을 충원하기 어렵다. 병력수를 50만 명으로 줄인다 해도 그 숫자를 모병제로 채우기는 쉽지 않다. 미국도 군입대를 위해 불법이민자들에 대한 시민권 부여 등 다양한 인센티브(동기부여)를 주고 있지만 지원자 부족으로 인해 수준 미달자들을 받아들여야 한다.
일본은 최근 집단적 자위권 도입으로 자위대가 전쟁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가 퍼지면서 자위대 지원 기피현상이 일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도리어 징병제로 가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한다.
그밖에도 날로 출산율이 줄어든다는 데서 모병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입대 적령 인구가 줄고 지원 대상 청년층이 부족해지고 있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노동력 부족으로 중국과 동남아시아로부터 노동자를 데려다 쓰고 있다. 모병제로 정원을 채우지 못할 때 군대도 외국에서 수입해 쓸 생각인지 묻고 싶다. 외국 용병에 의존하다 멸망한 5세기 로마 제국의 비극을 따라가고 싶은 모양이다.
다섯째, 모병제로 전환한다면 국민들의 안보의식 해이를 자초할 수 있다. 북한의 적화위협에 시달리고 있는 안보상황에서 군입대는 국민의 3대 의무의 하나이다. 군에 간다는 것은 국민 된 책무이다. 그러나 모병제로 바뀐다면 나라를 지키는 일은 지원병 “그들만의 몫”으로 외면 될 수도 있어 안보의식을 해칠 수 있다.
모병제는 아직 이르다. 모병제는 통일이 되고 병력수를 20만으로 크게 줄인 후 실시해도 늦지 않다. 함부로 꺼낼 대상이 아니다.(Konas)
정용석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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