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라는 누가 지키나
법원이 지난 21일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장하는 여호와의 증인 신자 세 사람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 판결로 우리 사회가 두 개로 나뉘어 격렬한 논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안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소위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그동안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거부해오며 온갖 그럴듯한 말로 순진한 국민들을 현혹시켜 왔다. 최근에는 전략을 바꿔 소위 ‘대체복무’라는 미명하에 완전한 병역면제를 요구하고 있다. 사회복지시설 등에서 일정기간 봉사활동을 하는 대신에 2년 이상의 현역복무와 8년간의 예비군 복무, 그리고 전쟁 등 국가 유사시 소집에 응하도록 돼 있는 국방의 의무를 완전히 면제시켜달라는 것이다.
이들은 다른 많은 나라가 대체복무제를 허용하고 있으며 유엔 인권위에서도 수차 허용하도록 결의하였는데 왜 우리나라만 허용하지 않느냐고 주장하고 있다. 군복무만을 면제받기 위한 사이비신자는 쉽게 가려낼 수 있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안되고, 자신들을 교도소에 보내봐야 전과자만 양산할 뿐 국익면에서 아무런 이익도 없다고 말한다.
실제로 징병제를 실시하는 나라중 26개국 정도가 대체복무제를 허용하고 있다. 유엔 인권위가 이에 대한 결의를 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 나라들은 우리나라와 안보환경이 크게 다르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더욱이 우리나라보다 안보환경이 월등히 좋은 47개 나라는 지금 이 순간에도 대체복무를 전혀 허용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도 명심해야 한다.
무릇 병역제도란 그 나라의 정치·경제적 여건, 사회·문화적 전통, 안보상황 등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다른 나라를 따라하거나 유엔 인권위 결의에 의해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국민 의식구조 또한 나라별로 다르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다른 나라에서는 온 가족과 마을의 축복속에 군에 입대하지만, 우리나라는 불행하게도 갖은 방법을 다 써서 이를 기피하려고 하는 것이 숨길 수 없는 현실이다. 이처럼 잘못된 국민 의식을 그대로 둔채 대체복무제를 시행한다면 아주 참담한 결과만 초래하고 말 것이다.
사이비 신자를 쉽게 가려낼 수 있다는 말 역시 대단히 무책임한 주장이다. 실제로 이러한 제도가 도입된다면 여호와의 증인 이외에 우선 불교신자들이 살생금지의 계를 내세워 군입대를 거부할 것이고, 나아가 유사한 교리를 내세우는 종교나 종파들이 무수히 생겨나 제각기 군입대를 거부하게 될 것이다. 어느 종교는 허용해주고 어느 종파는 허용해 주지 않을 것인가. 최근에 필자가 군 입대 전의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3분의 1 이상이 종교를 바꿔서라도 현역 대신 대체복무를 택하겠다고 했다. 이 숫자는 연간 20만 명의 입영대상자 가운데 7만여 명에 해당하는 비율이다. 만약 이 제도가 실제로 시행된다면 그 비율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부족한 자원에 해당하는 만큼 복무기간이 늘어나게 될 것이며 이로 인해 현역복무 거부자가 더욱 늘어나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다.
대체복무를 전제로 한 소위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인정하는 것은 바로 우리나라의 생존과 직결되는 사안이 아닐 수 없다. 절대 다수 국민의 생존문제를 도외시한 채 소수자의 인권문제만을 부각시키는 것은 일의 앞뒤를 구분하지 못하는 아주 잘못된 것이다. 그들의 시각에서 보면 오늘도 전방에서 고생하고 있는 우리 장병들은 모두 비양심적인 사람들이 아닐 수 없다. 도대체 이 나라는 누가 지켜야 하는가.
<김벙렬 국방대 교수 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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