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실세 3인의 방문,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오늘(10일)은 북한의 조선노동당이 창건된 지 만 69돌이 되는 날이다. 이를 앞두고 지난 4일, 아시안게임 폐막식에 맞춰 ‘깜짝쇼’가 단행(?)됐다.
‘김정은의 용단’임을 내세우면서 인천공항에 내린 이들은 왕별(차수)을 단 공식서열 2위인 북한 인민군 총정치국장인 황병서와 국가체육지도위원장 최룡해, 당 대남담당 비서 김양건 등 북한 내 실세 3인이었다. 이 때문에 국내외 언론에서는 김정은의 친서(親書) 소지 여부를 비롯한 ‘모종의 제안(?)’이 있을 것이라는 예측과 전망이 난무하는 가운데 ‘특집방송’이 하루종일 줄을 이었다.
그러나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는 말처럼 적어도 현재까지 드러난 성과(?)는 ‘10월 말~11월 초 고위급회담 개최’뿐이다. 물론 벌써 1개월 이상 공개활동을 하지 않고 있는 김정은의 건강문제를 비롯한 몇 가지 정보를 얻기는 했다.
문제는 이들의 방남(訪南) 목적이 과연 ‘선수단 격려와 아시안게임 폐막식 참석’에만 있었을 것인가 하는 점에 있다. 항간에는 이들이 꺼내든 ‘A4용지’의 내용에 큰 관심을 기울이기도 하나, 과거의 선례를 조금만 유심히 살펴보면 그 저의를 어렵지 않게 유추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대외적 환경이 불리하게 작용할 때면, 북한은 언제나 우리가 상식적으로 예측하기 어려운 ‘돌발행동’을 해 왔으며, 이후에는 또 ‘언제 그랬느냐’ 하는 식의 행태를 예외 없이 반복해 왔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속단(速斷)하기는 이르지만, 이번 경우도 우리 측 대표들을 만나는 중에도 ‘우리 민족끼리’라는 인터넷 매체를 통해 대남비난을 계속했고, 현재까지도 노동신문을 비롯한 주요 관영매체에서는 대남비난이 전면 중단되지 않고 있다.
이런 북한의 행태는 전형적인 화전(和戰) 양면전략의 전형으로, 이들이 방남한 날짜가 바로 ‘10ㆍ4선언’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일이 합의한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 채택일과 정확하게 맞아떨어지기 때문에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속담처럼 한낱 기우(杞憂)에 불과한 것인가를 장담하기 어렵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북한은 날이 갈수록 좁아지는 국제적 입지와 함께 내적으로는 김정은의 통치력 약화와 함께 주민들의 불평불만이 확산되는 내우외환(內憂外患)의 어려운 처지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유독 강조해 왔던 ‘10ㆍ4선언의 철저한 이행-실천’을 통해 남북관계 개선에서 주도권을 쥐고 내부적으로는 체제결속을 다지면서 대내외적으로 ‘김정은의 통 큰 용단과 아량, 지도력’을 과시하기 위한 좋은 계기가 바로 ‘실세(實勢)들의 방남’이 아니었을까?
이럴 때일수록 우리 모두는 ‘분홍빛 기대’만을 가지고 남북관계에 크나큰 기대를 걸 것이 아니라 뜨거운 가슴과 함께 차가운 머리를 가지고 임해야 할 것이다.
강석승 (서울교대 외래교수 / 국방FM ‘북한의 오늘’ 진행자)
* 출처 : 국방일보 10월10일 16면 ‘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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