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북한인권법 10주년을 생각하며
북한주민들의 기본적 인권 보장과 탈북민 보호 등의 내용을 담은 북한인권법. 2004년 10월 18일 미국에서 이 법이 처음 제정·발효된 지 올해로 10주년이다.
북한 전역의 수많은 정치범 수용소의 존재가 대변해 주듯이 북한 인권문제의 근본원인은 세습독재체제를 무리하게 이어나가기 위한 억압과 폐쇄정책, 그에 더해 사회주의 경제체제의 비효율성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북한 인권문제의 심각성은 이미 상식이 됐고, 국제사회는 한목소리로 북한주민들의 기본적 인권 보장을 요구해 오고 있다.
그러나 북한정권은 이를 ‘내정간섭’이라며 못 들은 체 해왔다. 그러던 북한이 지난 9월 중순 돌연 ‘조선인권연구협회’라는 단체 명의로 자체 인권 보고서를 발표하더니, 최근에는 뉴욕 유엔본부에서 북한대표부가 북한인권 설명회를 갖는 등 적극적인 역공을 펼치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북한 주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는 원인이 체제 때문이 아니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의한 군사·경제적 압박 때문이라는 궤변논리를 앞세워 궁극적으로 경제제재 해제와 대북지원까지 유도해 내려는 저의로 보인다.
또 한편으로 그렇게 해주지 못할 거라면 인권문제 제기 자체를 하지 말라는 으름장이 아닐까. 물론 여기에는 주민들이 겪는 배고픔은 존재할지언정 지독한 인권유린과 폭압에 대한 반성은 그림자조차 비치지 않는다. 설령 대북제재에 의해 북한 경제난이 가중되고 있다손 치더라도, 이는 결국 자신들이 벌인 대남도발과 테러, 핵 및 미사일 도발에 의해 국제사회가 합의한 것이니 결국 자업자득인 셈이다. 이러한 적반하장격 행태는 북한정권이 인권 개선의 시늉이라도 해주기를 기대했던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실망만을 안겨주었다.
그러나 북한사회의 끔찍한 인권유린 실상은 대한민국에 정착한 2만7000명의 탈북민들이 한결같이 증언하고 있는 진실이다.
2004년 북한인권법 제정을 위한 미 의회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당시 북한 정치범 수용소에 약 20만 명에 이르는 정치범들이 강제수용돼 있으며 이들은 질병ㆍ굶주림 등으로 죽어가고 있다고 한다.
이뿐만 아니라 지난 9월 말 북한 국방위원회가 탈북민들을 두고 ‘사람 명단에서 제명된 지 오랜 인간쓰레기들’이라며 폭언을 퍼부었던 것만 봐도, 이들이 해외를 떠돌다 강제북송되면 어떤 수난을 겪게 될지 능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이와 같은 상황은 우리가 남북관계 경색 해소와 동포애적 관점에 입각해 진솔한 남북대화를 지속적으로 시도하면서도, 정권의 폭압과 굶주림을 견디다 못해 탈출하고 있는 수만 명의 북한동포를 외면할 수도 없게 만들고 있다.
북한 정치범 수용소에서 태어난 탈북 인권운동가 신동혁 씨는 지난 1일 체코에서 열린 ‘하벨 인권상 국제콘퍼런스’에서 “북한의 인권 상황을 그대로 둔다면 과거 나치의 유대인 학살, 캄보디아 공산정권의 양민 학살과 같은 참상이 다시 한 번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북한과의 적극적인 대화 재개 노력을 통해 한반도 평화에 한발짝 더 다가서려는 노력과 함께 이를 실질적인 북한 인권 개선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할 때다.
한권희 (북한연구소 연구원)
* 출처 : 국방일보 10월15일 16면 ‘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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